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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퍼즐> 장현덕, 원종환

 

 

 

  2003년에 개봉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스릴러 영화 <아이덴티티>의 대본을 썼던 극작가 마이클 쿠니((Michael Cooney)의 희곡 <포인트 오브 데스(Point of Death)>를 각색하여 무대화한 미스터리 스릴러 연극 <퍼즐>이 시즌2로 돌아왔다.


  공포 스릴러 연극 <우먼인블랙>을 제작한 파파프로덕션이 프로듀싱해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퍼즐>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제목대로 퍼즐을 맞춰 나가는 전개과정 때문에 공연 관계자와 마니아층의 호평을 받은 한편 복잡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래서 관객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친절해져서 돌아온 <퍼즐 시즌2>.


  <퍼즐 시즌2>는 <퍼즐 시즌1>과 어떻게 바뀌었을까? 
  <퍼즐 시즌2>의 출연배우 사이먼 역의 장현덕, 피터 역의 원종환배우를 통해 <퍼즐 시즌2>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퍼즐>을 본 사람들의 대표적인 평은 ‘어렵다’였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퍼즐>을 즐길 수 있도록 스토리를 조금 더 친절하게 푼 <퍼즐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는 ‘힌트 추가’였다.


  “시즌1 때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관객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연출님께서 좀 더 쉽고 친절하게 풀어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헷갈리는 부분들에 대해 힌트를 많이 추가됐어요. 처음엔 너무 많이 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분석을 해 오다보니 욕심이 많아져서 ‘어, 더 주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건 제 욕심이고,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는 <시즌2>의 바뀐 부분이 공연을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땐 여러 번 읽어도 몰랐었거든요. (원종환)”


  <시즌1>에서 중복적이고 모호했던 부분들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든 <시즌2>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플롯이 약간 수정되었다. 플롯이 수정되면 인물들도 조금씩 변하게 되는 법. <시즌1>와 <시즌2> 사이의 인물들의 변화에 대해 물으니 의외로 비슷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물들의 변화는 크게 없지만, 관객들의 설명을 돕기 위해 상황을 설명해주는 말들이 추가 되었다.


  “처음에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모리스와 모리슨, 트레비트, 트레비스를 각각 다른 배우들로 캐스팅하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제작비의 여건(웃음)과 어떤 것이 과거고 어떤 것이 현재인지 헷갈려 하는 사이먼에게 관객들이 몰입하게 만들고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한 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하게 되었어요. 그 대신 관객들이 덜 헷갈리도록 대사를 몇 개 추가되었죠. 현재의 트레비트가 과거의 트레비스가 됐을 때 사이먼이 ‘트레비트 아니에요?’라고 묻는 식으로요. (원종환)”

 

 

 


  <퍼즐 시즌2>에서 사이먼 역을 맡은 장현덕 배우의 전작은 구텐버그였다. <퍼즐 시즌1>에서 의사 역을 맡은 원종환 배우는 <퍼즐>을 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창작 작품에서 웃음을 주는 감초역을 주로 했었다. 밝았던 전작과 다르게 어두운 극을 하며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 <퍼즐>연습실 분위기를 묻자 원종환 배우가 장현덕 배우를 쳐다보며 장난스럽게 ‘어두웠어?’하고 농담을 던졌다. 진지한 극은 연습실 분위기도 진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혀 어둡지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 우리가 스릴러를 하고 있는 게 맞아?’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밝은 작품을 하면 연습 현장이 밝고, 진지한 극은 연습 현장이 진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엔 연습 분위기가 작품을 따라가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영웅을 기다리며> 작품 분위기가 더 어두웠거든요(웃음). 저희 극 특성상 동선이 별로 없어서 테이블 작업이 많아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얘기가 오가고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잖아요. 다들 재치가 넘치는 배우들이라 저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왜 이런 배우들을 데리고 스릴러를 해야 하지?’라고 농담 한 적도 있어요. (원종환)”

 

 

  “진짜 종환형이 엄청 웃겨요. 연습 할 때 죽는 줄 알았어요. 저도 진지하고, 종환형도 진지한데 그 진지함이 너무 웃긴 거예요. 그래서 형이 대사 칠 때마다 빵빵 웃음이 터지고. 작품에 대해 연구를 하다보면 재밌는 얘기가 진짜 많이 나와요. 말도 안 되는 시도들이 나오기도 하고. 더불어 오랜만에 여자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웃음) 그 동안 계속 남자 배우들이랑 했었거든요. (장현덕)”

 

 


  90분 동안 사이먼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다가 보면 어떤 것이 현실이고 과거인지, 어떤 것이 사실이고 상상인지 헷갈리게 된다. 어느 순간 사실이 상상처럼 느껴지고 상상이 실제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작품이 제시하는 조각들을 머릿속으로 맞추며 자신만의 추리를 하는 관객들만큼이나 배우들에게도 퍼즐 조각 챙기기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제가 맡은 사이먼 역 같은 경우는 관객들처럼 흩어진 퍼즐 조각 위에 있는 인물이에요. <퍼즐>안의 인물들과 하나, 하나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모으고 상황을 추리하면서 퍼즐을 맞추죠. 그래서 관객들과 함께 퍼즐을 맞춰나가며 호흡하는 인물인데, 그 안에 있다 보면 저도 큰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게 되는 거예요. 분명 퍼즐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 놓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사라져 버리는 거죠. 예를 들어서, 안나가 했던 말을 기억해서 조금 뒤에 모리슨 박사가 그 얘기를 다시 했을 때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다가 다시 꺼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이게 맞나?’하는 의문이 들더라구요. 혹시 ‘내가 이미 이 작품에 대해 다 알고 있어서 알고 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자기 의심이 드는 거죠. 관객들의 시선보다는 제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문제인데, 관객과 호흡해야 되다 보니 혼란이 많이 와요. 제가 어떤 선택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게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접근하고 싶은 욕심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돼요. (장현덕)”

 

 

 

  <퍼즐>에서 사이먼은 관객들과 함께 퍼즐을 맞추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퍼즐의 완성된 그림을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시작에서 관객들과 함께 흐트러진 퍼즐을 맞춰가다 보니 사이먼 자신도 퍼즐이 완성 된 큰 그림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 그림을 맞추는 과정이 힘들고 머리가 아팠다고 장현덕 배우는 말했지만, 그랬기에 날 것의 퍼즐을 보여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부르는 ‘퍼즐’은 맞춰지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니까. 맞춰진 상태의 퍼즐은 이미 퍼즐이 아닌 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대로 연극 <퍼즐>은 미스터리 투성이다. 파파프로덕션이 공포 스릴러였던 <우먼인블랙>에서 정말 오싹한 공포를 보여줬던 것처럼 <퍼즐>은 제대로 된 미스터리를 느낄 수 있는 잘 짜인 작품이다. 하지만 퍼즐을 맞추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주는 제목 때문인지 관객들은 작품이 보여주는 데로 따라가지 못하고 본인들만의 퍼즐을 맞추다가 함정에 빠지고 만다. 작품 안의 상징과 텍스트를 파헤치며 작품을 스터디하는 것이 관객들 사이에서 유행인 탓인지 퍼즐도 스터디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퍼즐은 보이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다.


  “연출님께서 얘기하시길 이 공간 자체를 너의 머릿속이라고 생각하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저는 잠자기 전에 명상을 자주 하는데, 머릿속에서 말풍선들이 막 떠돌아다녀요. 자기 전에 카톡을 보고 있다가 어떤 사진을 보게 되면, 그 사진과 관련된 인물들을 생각하게 되고, 그 인물들을 생각했을 때 그 사람들 간의 관계, 그 사람은 뭐하고 지낼까, 결혼은 했을까? 그럼 애도 있을 텐데, 그럼 날 지금 만나면 어떻게 생각하지? 등등의 온갖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사이먼 역시도 주어지는 상황, 소리들, 말들 조각들에 다 반응해서 결론에 치닫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의 연속이고,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소재이죠. (장현덕)”

 

 

 

  장현덕 배우의 말대로 퍼즐을 맞추는 우리들은 사이먼의 머릿속에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거에 존재하는 것처럼 과거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하는 사이먼을 따라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그의 모습을 쫓다보면 관객들이 그토록 찾길 원하는 정답으로 도달하게 된다.

 

 

  “관객 분들이 <퍼즐>을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코미디를 보면 그냥 웃고, 드라마를 보면 우는 것처럼, 반전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며 스릴러를 보러 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걸 위해서 퍼즐 안의 인물들은 무언가 이상한 사람, 뭔가를 꾸미고 있고, 가지고 있는 느낌을 주며 계속 의심이 들게 하거든요. 연출님이 저에게 하신 주문 중 하나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라’예요. 범인을 쫓는 작품에 보면 늘 한 명씩 의심 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이덴티티에서 ‘어, 저 사람 의심 되는데?’라고 뒤쫓게 되는 사람. 저희가 흔히 반전 영화라고 하는 식스센스를 보러 왔을 때, 아이덴티티를 보고, 유즈얼서스펙트를 볼 때, 어떤 반전이 있을까 생각하지 그 안에 있는 어떤 철학을 찾는 게 아니잖아요? 천천히 집중해서 따라가다가, ‘우와! 이거였어?’하고 반전을 즐기시면 돼요. 식스센스를 볼 때 ‘부르스윌리스가 귀신이었네 우와’하지 ‘이 장면에선 어떤 사회적 풍자가 있었고,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어’하지 않는 것처럼. (원종환)”

 


  그의 말처럼 <퍼즐>이 어려웠던 이유는 스릴러 이외의 무언가가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심리 스릴러였던 <쓰릴미>와 심리추리스릴러였던 <블랙메리포핀스>가 스릴러의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단순히 범인을 밝히는 극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에 대한 과정을 보여줬던 것처럼, 관객들에게 <퍼즐>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로 인식 되었던 것이다.


  “제가 처음 퍼즐을 접했을 때 관객 분들이 이 작품을 보시면서 자기화를 시킬 수 있는 동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배우로서 제가 맡은 캐릭터를 심화 시켜서 ‘사이먼이 왜 이렇게 되었어야만 했을까’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든 거죠. 그런데 막상 리딩을 하고 공연을 올려보니까 이 작품의 재미는 그런 게 아니더라구요. 이 극은 ‘왜 이래야 했을까’가 아닌, ‘어, 왜 이러지? 어떻게 해야 되지?’라는 물음을 가지고, 무대에서 펼쳐지는 인물의 전사를 하나, 하나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제가 처음에 욕심을 가진 것처럼, 관객 분들도 작품을 통해 자신 안의 숨겨진 자신을 발견하는 자기화를 시키는 것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분석하고 파헤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고. 물론 여러 번 보다보면 앞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고 그 다음엔 이런 내용이 나오고 하면서 발견해 나가는 재미가 있겠죠. 하지만 형(원종환배우) 말대로 장르가 가진 재미를 그대로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하는 물음표를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장현덕)”

 

 

 

   머리 복잡한 <퍼즐>을 맡은 배우들답게 원종환 배우와 장현덕 배우는 인터뷰 시간 동안 작품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제까지 배우들이 밟아온 행보에서 <퍼즐>에 닿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들 각각이 생각하는 자신의 길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동안 주로 창작을 했어요. 라이센스는 아직 안 해 봤는데, 일부러 안 한 건 아니고, 정서가 맞는 작품을 해야 풀어나가는 것이 쉽고 몰입이 잘 돼요. 만들어진 것 보다는 만들어 가는 게 더 재밌기도 하구요. 연기라는 게 결국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투영 시켜서, 현실에서 느껴 본 적 있는 감정을 기억하고 불러내서 연기 안에 녹이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제가 가진 정서와 작품의 정서가 잘 맞아야 좋은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더라구요. (원종환)”

 

 

 

  “관객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우연히 이제까지 뮤지컬, 연극, 뮤지컬, 연극을 번갈아 가면서 했는데, 제가 너무 뮤지컬만 하거나 연극만 하면 관객 분들이 지루하실 것 같아요. ‘쟤 또 나왔네’라고 생각하실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늘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비슷한 캐릭터와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하는 건 피해왔어요. 물론 제 작품들을 쭉 봐주신 관객 분들의 눈에는 불가피하게 전작에 했던 캐릭터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퍼즐> 씨파티에서 어떤 기자분이 ‘이 개같은 년아!’하는 대사를 할 때 <셜록홈즈>의 앤더슨이 생각났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연기한 거니까 표정, 발성, 몸짓을 다르게 해도 관객 분들이 일명 ‘소환’이라고 부르는 그런 모습들이 부분 부분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매번 다른 캐릭터를 보여 주려고 노력해요. 더불어 연극 <퍼즐>에는 뮤지컬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매력들이 있어서 이 작품을 하는 동안은 연극이 주는 재미를 흠뻑 느껴보고 싶어요. (장현덕)”

 


  자신의 정서를 연기하고 싶은 배우 원종환과, 신선을 유지하고 싶은 배우 장현덕과 더불어 임강성, 박훈, 전병우, 강기영, 김나미, 정보름, 양영미, 김단비, 장혜성, 함시훈 배우가 출현하는 <퍼즐 시즌2>는 대학로 해피씨어터에서 2013년 11월 21일부터 2014년 3월 2일까지 공연된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했던 그들이 만들어 낼 <퍼즐 시즌2>의 사이먼과 피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글. 오윤희 기자(thtjftptkd@naver.com)

사진. 김윤화 기자(kyoonhwa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