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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서울예술단> 배우 조풍래

 

 

  지난 2013년 뮤지컬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그 어느 해보다 창작 작품들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창작 작품들이 소극장에 머무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대극장에서도 괄목한 만한 시도와 성과는 있었다. 수많은 라이선스 작품들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대극장 창작 작품들의 중심에는, <서울 예술단>이 있다. 지난해 <윤동주, 달을 쏘다> 재연을 비롯해 <잃어버린 얼굴 1895>, <푸른 눈 박연>의 초연을 성공적으로 올리고 2014년 상반기에는 <소서노> 초연과 <바람의 나라> 재연을 준비 중이다.


  <서울 예술단> 소속 배우들은 외부 뮤지컬 작품에도 출연하며 입지를 넓히기도 한다. 명실상부한 뮤지컬 스타 민영기, 조정은, 신영숙 등이 예술단 출신 배우이다. 매니아 관객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홍경수, 임병근,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등도 예술단 출신이거나 현재도 몸담고 있는 배우이다. 이들 중 지난해 눈에 띄는 신인으로 관객들에게 각인 된, 그래서 2014년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되는 배우 조풍래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작품은 1930~4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의 낡은 천진사진관을 배경으로 명성황후의 남겨지지 않은 사진에 대한 미스터리 한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봉건의 환경을 뚫고 근대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찾고자 했던 그녀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조풍래 배우가 열연한 스토리텔러 ‘민영익’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쉬운 역할이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앞에 나와서 이야기의 전달에만 충실하면 어렵지 않은 역할 일 수 있죠. 처음 대본은 그런 역할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리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시작됐어요. 아무 이유 없이 이야기만 툭 던져주면서 등퇴장 하려니 제가 등장한 전후의 장면이 뭔가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야기의 전달 역할뿐만 아니라, 장면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에 대해 연구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 사건마다 민영익이 보는 시각이 있고 휘가 보는 시각이 있는데, ‘민영익이 이야기를 할 때는 어떤 감정 상태가 되겠구나. 반면 휘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는 어떤 감정이겠구나.’ 같은 것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단순한 사실 전달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마다 민영익이라는 인물이 갖게 되는 감정선의 변화를 전달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휘의 시각과 민영익의 시각을 종합해서 장면들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지나고 나니 작품이나 역할에 대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공연 기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해요. 무대 예술의 특성상 연습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실제 무대 위에서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찾아서 이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때 쯤 공연이 끝나 버렸거든요. 모든 공연이 항상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항상 완벽하기 위해, 공연이 끝나면 덜 아쉬워하기 위해, 나 자신을 만족하기 위해서 그렇게 계속 노력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이지나 연출님과의 첫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굉장히 좋았어요. 정말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창작 작품이다 보니 과정 상에서는 힘든 부분이 있긴 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꼭 거쳐야 했던 공부였어요. 대본을 수정하면서 연습이 진행됐는데, 연출님께서 배우들로 하여금 대사를 만들어 오도록 주문하셨어요. 그래서 역사적 사실들을 토대로 해서, 그 인물이 되어보면서 대사를 만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맡은 역할 뿐만 아니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방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같은 고민들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작품 속의 많은 대사들이 배우들을 거쳐서 만들어졌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그런데 나중에 깨달은 거지만 연출님께서는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다 그려놓으신 상황이었고, 배우들을 공부시키고 그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런 방법으로 연습을 진행시키신 것 같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어요. 이미 작가님, 연출님은 결과를 만들어 놓고 계신 거였죠.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부를 시키신 것 같아요.(웃음) 실존했던 인물을 연기하기가 가공의 인물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연출님 덕분에 어느 정도 그 인물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시간들이 배우로서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연습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조금은 징징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을 위한 당연한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무대 위에서는 한결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구요.”

 

 


  이 작품은 <하멜 표류기>로 대중에게 친숙한 ‘하멜’ 보다 먼저 20여 년 전에 조선에 도착한 ‘박연’이 ‘왜 조선을 떠나지 않았는가?’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조선에서 겪는 해프닝과 ‘병자호란’을 통해 이방인이지만 조선인이 되어가며 사랑과 우정, 꿈과 인생의 가치를 돌아보게 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조풍래 배우가 맡은 역할은 일종의 멀티 역이었다.
  “‘금, 은, 동’의 세 사람이 함께 덩어리를 이루며 등장해요. 어민, 장돌뱅이, 도감, 어민의 자식들 등등을 쉬지 않고 연기하죠. 표면적으로는 정보 전달의 기능만 할 수 있는 역할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서 재미를 전달에 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 했어요. 한 명 한 명이 따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이 덩어리를 이루어 호흡하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를 찾고 그 셋의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여러 가지 배역을 연기하면서, 그 중 가장 애착이 갔던 역할이 있다면? 
  “애착이라기 보다는, 1막 시작과 2막 시작을 여는 ‘어민’이 가장 비중 있었어요. 그 장면에서 제가 그 동안 맡았던 캐릭터나 외모에서 나오는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다, 보니 관객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더라 구요.”

 

기존의 서울예술단 작품들에서 느껴진 특유의 무게감과 달리 <푸른 눈 박연>은 조금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제가 예술단 막내이기 때문에 그 동안 많은 작품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참여한 작품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이 작품처럼 ‘재미’ 요소를 중점적으로 찾아가는 작품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간의 작품들 대부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퍼포먼스에서만 그쳤던 적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극 전체에서 ‘재미’를 중점적인 요소로 뒀습니다.”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 연습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연습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았고, 성남 오페라 하우스 같은 대극장에서 관객 분들께 잘 전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어요. 화면이라면 재밌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은데, 커다란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비춰질 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더 재밌게 보여드리기 위해 연습실에서 계속 새로운 노력들, 더 나은 시도들을 했던 것 같아요.”

 

안무가 출신이신 이란영 연출님의 특징이 예술단과 만나서 어떤 시너지를 이뤘는지 궁금하다. 
  “이란영 연출님 께서는 배역 하나하나를 다 보이게 하면서도 전체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것에 중점을 두시더라 구요. 장면에서 주인공만 보이고 앙상블은 배경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데, 그 뒷배경의 그림도 또렷하게 살리면서 앞에 나온 주인공도 함께 살릴 수 있도록 하세요. 관객 분들이 넓게 볼 수 있도록 나무보다는 숲이 비춰지는 디렉션을 주셔서, 연습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미 초연을 하고 재공연을 하는 작품, 또 처음으로 예술단 외부 작품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배우 조풍래 만의 ‘열’은 어떤 캐릭터인가? 
  “처음에는 ‘열’ 만의 버릇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걸 위해서 계속 대본을 읽는데 처음에는 ‘열’이 <쓰릴 미>라는 작품에 빗대었을 때 ‘네이슨’보다는 ‘리차드’에 가까운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강하고 남자다운 느낌이 주를 이루는 캐릭터로 잡고 연습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계속 대본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어쩌면 사담보다도 여린 내면을 가진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열의 외강내유의 면모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제가 그렇거든요. 저도 겉모습은 열처럼 강해 보이지만, 속은 사담의 이미지와 더 가까워요. 오디션도 사담을 봤는데, 준비해 간 사담은 하나도 보지 않으셨고 열을 계속 주문하시더라 구요. 연습 초반에는 사담보다도 여린 열이 종종 튀어나와서 힘들었어요. 물론 열만의 남자다운 매력이 더 비춰져야 하지만 그 안에 자연스럽게 여린 내면이 녹아 들어가면 제가 만족하는 열이 그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열’ 이라는 역할을 처음 만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점에 두었나? 
  “리딩 공연부터 초연까지 상윤이 형, 성두섭 배우님, 이율 배우님 같은 좋은 배우 분들이 ‘열’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좋게 만들어 놓으셔서 그것을 망가뜨리지 않는 것에 가장 큰 비중을 뒀습니다. 열의 좋은 이미지와 남자다운 매력을 계속 이어가면서,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접목 시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강한 남자 안에 자연스럽게 여리고 부드러운 내면을 녹아내려고 노력해요. 힘들 때 무조건 삭히고 참아내는 열보다는, 힘들 줄 아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든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정말로 강한 것은 외부의 힘에 의해 부러지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유연한 흔들림이 있어서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유연한 강함’을 저만의 열로 표현하고 표현 하고 싶어요.”

 

 

가장 와 닿는 넘버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모든 장면, 모든 넘버가 하나하나 와 닿지만 그 중에서도 <앞날> 4중창이 인상적이에요. 4명의 마음이 선율에 다 실려 있거든요. 한 곡 속에 각 캐릭터의 각기 다른 심경을 나타내는 선율과 연기가 중첩되고 교차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왕이 준 옷을 두고 사담과 열이 충돌하는 장면도 좋아해요.”

 

혹시 연습과정 중에 있었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제가 박연 공연 때문에 연습에 많이 못 갔을 때 많이 놀리셨어요.(웃음) 매번 ‘이번에 ‘열’ 하시기로 한 조풍래 배우님이셔.‘ ’안녕하세요?‘ 하면서 상황 극을 하곤 했어요. 죄송한 맘으로 연습실에 들어갔는데 그렇게 풀어 주시니까 한결 편한 마음으로 연습에 임할 수 있었죠. 연습에 들어가서도 잘 챙겨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늘 감사했어요.”

 

소극장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극장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느껴지는 대극장과의 차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예전에 연극할 때는 소극장을 했었지만, 소극장 뮤지컬은 <풍월주>가 처음이에요. 무대에 섰을 때 제가 느끼는 대극장과 소극장의 가장 직접적인 차이는, ‘관객의 숨소리’예요. 소극장은 관객 분들의 숨소리가 전해지거든요. 그래서 표정 행동 말투 걸음걸이 작은 손동작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편입니다.”

 

소극장이 아닌 <잃어버린 얼굴, 1895>, <푸른 눈 박연> 등 대극장 작품에서도 섬세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섬세하게 연기하기 위해 신경 쓰는 것이 따로 있나?
  “저는 연기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전부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은 것 하나라도 그 목적과 이유가 납득이 안 되면 연기도 움직임도 하나도 안 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연기를 하기에 앞서서 계속 스스로를 정확하게 납득시키려고 합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관객 분들의 시각에서도 납득이 될 수 있는 연기를 늘 염두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종종 섬세하게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것 같아요.”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스토리텔러 ‘민영익’, <푸른 눈 박연> 뿐만 아니라 현재도 공연 중인 <풍월주>의 ‘열’까지 2013년은 배우 ‘조풍래’에게 여러모로 바쁜 해였다. 조연에서부터 주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소화해 낸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진 배우일까? “제가 예술단 막내라서요…” 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조근조근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모습에서 신인 특유의 겸손함과 열정이 느껴졌다.

 

 

2013년에 맡았던 배역들, 배우 조풍래 에게는 어떤 의미였나? 
  “모두 다 통들 어서 '행복한 고민'이라고 칭하고 싶어요. 특히 하반기에 맡았던 <푸른 눈 박연>의 ‘동’과 <풍월주>의 ‘열’은 역할의 성격이 많이 달라서 힘들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역할들을 연기하면서 힘든 고민과 연습과정을 거치지만, 결국 전부 배우로서 행복한 과정과 행복한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공연 중인 <풍월주>를 보는 관객 분들께 배우 조풍래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다들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거죠. 그래서 이 극을 보시면서 각자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옛 사랑에 대한 기억을 잠시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을 하는 배우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최근에 공연계 말고 다른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제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연습하는 스케줄을 보고 ‘공연 보니까 잠깐 말만 주고받으면서 하면 되는 거 같은데, 뭘 이렇게 오래 연습을 하냐.’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잘 모르시는 분들 생각은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받아 들이긴 했지만, 작품 하나가 올라가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여러 사람들의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스텝 분들이 ‘어떻게 하면 관객 분들께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캐릭터 더 좋은 극을 만들 수 있을까’ 머리 싸매서 고민하고, 몸을 던져가면서 연습해요. 물론 이런 걸 하나하나 알아달라는 거나 투정을 부리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무대 위에 서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별 것 아닌 것이나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2014년 혹은 먼 훗날의 목표가 궁금하다. 
  “차근차근 밟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년은 뜻 깊은 한 해 였어요. 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이렇게 까지 제 이름이 거론될 줄은 몰랐거든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실력도 많이 부족하니까 연습도 더 해야 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기대해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제가 더 힘을 낼 수 있고, 그래서 그 분들께 감사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서둘러서 달려가고 싶진 않아요. 어차피 가야 할 길이고 걸어가든 뛰어가든 똑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길이라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싶습니다. 작품 욕심을 많이 내서 쉴새 없이 계속 하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고요. 대신 하나를 맡아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요.”


  “일단 저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해내는 것이 첫째인 것 같아요.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제 작품을 봐주시는 관객 분들께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칭찬해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더라도,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으면 늘 아쉬움이 남아요.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잘 해내고 싶습니다.”
 

배우 조풍래가 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배우'요. 다른 수식어 필요 없이 그냥 '배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의 영역 안에 들어있는 여러 장르를 다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뮤지컬, 연극, 방송, 영화 등등 특정 장르에 국한 되지 않는 '배우'라는 통칭에 어울리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장르의 한계를 두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글/사진. 이은영 기자(vivid@stagek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