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view

<사운드 오브 뮤직> 소향의 뮤지컬 도전기

 


재야의 숨은 고수의 등장.


MBC 예능프로 ‘나는 가수다’에 출현한 CCM 가수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그녀의 등장을 그렇게 표현했다. ‘나는 가수다’에 출현하는 내내 그녀의 무대가 화제가 되었던 것은 놀라운 가창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폭발적인 가창력 안에 깃들어 있는 풍부한 감성이 사람들의 영혼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는 그녀는 이곳에서도 재야의 숨은 고수가 될 수 있을까? 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어떤 감성을 전해줄지 궁금하다.

 


 

 

  MBC 예능프로 ‘나는 가수다’에서 그녀의 무대가 방송 될 때마다 언론은 연일 놀라움과 칭찬을 담은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나는 가수다’가 발굴해낸 재야의 보석으로 떠오른 CCM 가수 소향은 하차이후 방송프로그램과 행사 등 수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녀에게 들어온 뮤지컬 대본도 여러 가지였다. 그중에서 오래된 고전 작품인 <사운드 오브 뮤직>을 선택한 이유는 마리아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백 번은 더 돌려본 영화예요. 지금도 컴퓨터에 담아 놓고 가끔 심심할 때마다 봐요. 개인적으로 그 안에 나오는 음악들이 어떤 뮤지컬 영화보다도 멋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라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하고 바랬던 캐릭터였어요. 저도 마리아처럼 CCM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치유시켜 줄 수 있기를 바랐죠.”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마리아를 동경했던 그녀의 성격은 실제로도 마리아와 흡사하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는 대부분이 사람들이 ‘수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정숙하고 단아한 이미지와 다르게 시골 처녀 같은 왈가닥, 푼수, 천방지축으로 나와요. 룰이나 규칙에 제약 받는 걸 싫어하죠. 저도 조금 그런 캐릭터에요.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마리아와 닮은 그녀의 성격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연기가 태산처럼 느껴졌지만 자신과 마리아의 공통점을 조금씩 찾으며 마리아를 자신의 안에서 끄집어내고 표현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처음 뮤지컬 제의를 받았을 때는 내가 ‘연기’라는 것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어요.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제가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여 동감하고 사랑했던 마리아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 건지 막막했었는데, 마리아와 닮은 제 모습들을 살펴보다 보니 ‘아 이런 거구나’하고 이해하게 돼서 자신감이 조금 붙었어요. 제가 마리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숨어 있는 마리아를 조금씩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제 안에 마리아가 숨어 있고, 그래서 제가 잠시 물러나고 마리아가 튀어나오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뮤지컬이 처음인 그녀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역시나 ‘연기’를 손꼽았다.


  “대본 외우는 게 가장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물론 어렵기는 했지만, ‘음, 이렇게 해서 외워지는 거구나’하는 감을 익히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습득되더라고요. 대본이 외워지고 나니 연기 걱정이 가장 많이 됐어요. 사실 외우는 건 죽어라하면 결국엔 외워지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연기는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해야해하는 정답이나 지침서가 없으니까요.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지? 어떤 리액션을 하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될지에 대한 디테일들이 끊임없이 생기더라고요. 뮤지컬을 배우며 나한텐 노래하는 것이 가장 쉬웠구나를 뼈저리게 느꼈어요. 배우들 간의 동선도 봐야 되고, 더블 캐스팅일 땐 배우들이 모두 달라지니 각각의 배우에 따른 리액션도 고민해야 되고, 연기는 참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고민해야 되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쭉 가수의 인생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뮤지컬은 친근하면서도 낯선 세계였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듣고 불렀던 음악이 있었지만, 뮤지컬의 음악은 지금껏 자신이 해온 음악과는 다른 색깔과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뮤지컬 안에서는 음악조차 하나의 연기했다. 연기하듯 노래를 불러야 했고, 노래하듯 연기를 해야 했다.


  “뮤지컬은 진짜 연기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머라이어캐리를 따라하고 다녔던 그녀가 CCM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스무살쯔음부터였다. 종교에 대한 신앙이 강해지면서 찬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CCM에 대해 공부를 하며 배워가다 보니 그 안에서 나름의 음악성을 찾아나가게 되면서 CCM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제껏 가지고 있던 가수라는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배우로써 평가 받는 일은 설레고도 두려운 일이었다.


  “이제 막 시작했으니 당연한 거지만 아직 저에게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은 익숙하지가 않아요. 아직도 저에게 배우는 저랑 다른 세계에 있는 대단한 사람들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겠죠. 배우라는 대상을 막연하게 우러러보고 있는 저에게 네 자신이 배우가 되라고 말씀해 주신 분이 계세요. 지금 이 순간은 가수라고 생각하지 말고, 너는 배우라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배우로 생각하셔야 한다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생각해야만 이 캐릭터를 내가 소화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추어처럼 난 가순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하면 영원히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처음이지만 배우란 생각을 가지고 여기에 임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배우들과의 합을 묻자 아직 만나지 못한 아역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캐스팅에 늦게 합류하게 돼서 아직 아역 배우들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그녀는, 폰 트랍가에 가는 마리아처럼 설렌 얼굴빛을 띠웠다.


  “아이들을 잘 다루는 편이 아니라 늘 휘둘리곤 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노래로 함께 동화되어야 할 것 같아요.”


<사운드 오브 뮤직>이후에 또 다른 작품들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지금 당장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 온 힘을 기울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인들을 통해 뮤지컬에 대해 들은 얘기는 많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여기에 온 힘을 기울이며 뮤지컬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아가고 싶다고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하면서 뮤지컬의 맛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요. 주위 사람들한테 뮤지컬에 대해 물어 봤었는데, 모두들 한 번 하게 되면 거기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들으니 굉장히 설레서 어서 빨리 그 맛을 맛보고 싶어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거라 처음에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도 있고, 춤도 있고, 그림도 있고, 패선도 있고, 드라마도 있는 종합예술이라서 한 번쯤 도전하고 싶은 분야기도 했고요.”


  브로드웨이 스텝들이 편곡과 보컬 코치에 도움을 주고 있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 쥴리 앤드류스와 함께 더블 캐스팅 됐었던 배우에게 보컬코치를 받으며 극 안의 캐릭터가 되어 캐릭터의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법등을 착실하게 배우고 있다. 가수라는 타이들을 잠시 내려놓고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중인 그녀의 마리아가 무대 위에서 어떤 감성으로 빛날지 기대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정통 클래식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소향과 더불어 최윤정, 이필모, 김형묵, 박완, 양희경, 우상민, 김빈우, 황지현 등이 캐스팅 되었고 올해 연말과 연초로 나눠져 대구와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2013년 12월 6일(금)에서 2013년 12월 15일(일)까지는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2014년 1월 4일(토)에서 2014년 2월 5일(수)까지는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된다.

 


 

글. 오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