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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한길 극작가 [총각네야채가게]

Interview






김한길 연출가로부터 듣는,

<총각네 야채가게>

성장 히스토리

 

 

집은 한 번에 지어지지 않는다

뮤지컬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완성도의 작품으로 거듭나는 걸까?

웨스트엔드에서 브로드웨이로 데뷔하자마자 토니상 8개 부분을 휩쓴 <스프링어웨이크닝> 8년의 길고 긴 워크샵 기간을 거쳤다.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을 할 때까지도 수정작업을 계속한 끝에, 2010년 우리나라에 라이센스 된 완전한 형태가 완성되었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초연부터 버전 2.0까지 연출을 맡았던 김한길 연출가와 나눈 대화를 통해 설익었던 유기농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이 우리가 아는 형태가 되기까지의 히스토리를 소개한다.

 

 

내 인생의 첫 번째 뮤지컬 작품

Q. 어떻게 <총각네 야채가게>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A. 우연한 기회였어요. 작품을 맡은 프로듀서가 예전에 함께 공부한 적이 있는 동생이었어요. 편한 형이다 보니까 연출을 부탁하게 되었고. 그래서 우연한 기회로 합류하게 됐죠.

 

Q. 그럼 <총각네 야채가게>가 첫 뮤지컬 작품이신건가요?

A. 그런 셈이죠.


Q. 처음인 만큼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요?

A.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요. 그래서 버전 2.0까지 오게 된 거구요. 가장 컸던 건 대본과 음악 간의 긴밀한 대화였어요. 배우가 배역을 만나려면 대본과 끝없이 없이 싸우며 만나려고 얘를 써야 그 캐릭터에 대한 맥락이 생겨요. 뮤지컬도 마찬가지로 스탭진들이 음악파트와 끝없이 소통하고 부딪치는 것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연극에 익숙하다 보니까 그런 점들이 어려웠죠.

 

Q. 희곡도 많이 쓰셨던데, 희곡과 뮤지컬을 할 때 어떤 것들이 다르셨나요?

A.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음악이죠. 뮤지컬은 주가 음악이니까요. 중심이 되는 것도 음악이고. 뮤지컬적인 요소를 보려고 오는 관객들이 보자고하는 것도 음악이죠. 뮤지컬도 하나의 극이지만, 작품을 연극적 플레이(play)인 드라마성이 강할 경우, ‘왜 하필 뮤지컬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본이 무대화되기까지

Q.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제작 과정에 대해 대본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 거기에 맞춰 작곡을 의뢰한다고 알고 있는데, <총각네 야채가게>도 극작이 완성 된 후 음악이 나오게 된 건가요?

A. 아니요, 4개의 곡이 이미 나온 상태였어요. 제가 합류하기 전에 <총각네 야채가게>의 실화 모티브인 이영석 대표의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쓰인 책이 있었어요. 극 제목과 똑같은 제목의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책이었는데, 그 분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이었죠. 거기에 맞춰서 4개의 곡이 나와 있었고, 저에게 각색과 연출을 맡겼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각색을 하려고하다보니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이 많아서 새로 집필하는 수준의 각색을 하게 되었죠.

 

Q. 예상하지 못한 대본 작업 때문에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겠네요.

A. , 대본을 새로 수정하기엔 준비 기간이 조금 짧았죠. 시간상의 문제로 네 곡을 그대로 쓰도록 하고, 그 네 곡이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며 새로 이야기를 덧붙이기 시작했어요. 그때 정상헌 작곡가가 음악을 맡았었는데 시간이 정말 부족해서 장비를 모두 들고 연습실로 와서 저와 함께 24시간 상주하며 방콕했었습니다(웃음) 제가 이런 느낌이야!’하고 가사를 써서 주면 그 친구가 열심히 곡을 만들어줬죠. 기존의 4곡으로 안무 연습이 먼저 들어갔었고, 그러는 사이에 저는 책을 보완해서 수정했어요. 매우 바쁜 작업이었습니다. 정말 눈코 뜰 세 없이 바빴던 것 같아요.

 

Q. 바쁜 시간에 무리하며 대본 작업을 새로 하신 이유가 계신가요?

A. 소스의 부족이죠. 책을 읽어 보면 열심히 사는 청춘들, 꿈을 위해 산다!라는 느낌인데, ‘이라는 키워드로만 이끌어 가기엔 너무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너무 꿈결 같은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에 보면 야채가게 사장인 태성에게 동업자인 친구 민석이 니 꿈과 니 앞길만 보고 가지 마라란 말을 해요. 태성은 나는 이 길에 각자의 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 했어라고 말하구요. 리더는 통합적인 형태로 팀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지만, 다 포함 되어 있다는 느낌으로 가다보면 뭔가를 놓치게 되요. 제가 청국장이라는 극단을 이끌어 가는데, 그 안에도 배우 각각의 꿈이 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제 경험을 녹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상황적 심리에 공감이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제 경험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게 돼서 좀 더 풍부한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었죠.

 

공든 탑을 쌓는 과정, 피드백과 수정

Q. 2008년 초연 후 2009년에 다시 한 번 공연이 올라왔는데, 두 번째 공연에선 어떤 부분들이 변했나요?

A. 아무래도 스토리죠. 시간이 부족해서 덜 메꾸었던 스토리. 시간에 쫓겨서 올리다보니 서로 조화롭게 섞이는 것에 실패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자 해서 두 번째 작품을 올리게 됐습니다. 처음엔 대학 교수들이 많이 참여했었는데 소통의 문제가 좀 생겨서 결국 다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뭉치게 됐어요. 재공연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뮤지컬 매니아층들이 오시기 시작했죠. 그런데 드라마가 작품을 끌고 가다 보니까 ? 재밌다고 해서 왔는데 이상하다. 그냥 연극해서 해 되는 걸 왜 굳이?’란 반응과 얘기들이 나왔죠. 그때까지만 해도 뮤지컬 트레이닝을 받았던 배우들이 아니라, 제가 운영하는 극단 청국장의 후배 배우들을 썼었거든요. 뮤지컬 매니아층들의 유입이 감지되기 시작하니까 제작하는 분들이 이런 얘기도 없이 한 번만 더 해 봅시다란 제의를 해서 다시 버전 2.0을 준비하게 되었죠.

 

Q. 그럼 <총각네 야채가게 2.0>이 돼서야 완벽한 뮤지컬의 모습을 갖춘 거네요.

A. 그렇다고 볼 수 있죠.

 

Q. <총각네 야채가게 2.0>을 만들 땐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A. <총각네 야채가게 2.0>에선 기존의 스텝과 배우들이 모두 새롭게 편성 되었어요. 극단의 후배들과 함께 작품을 했었기 때문에 새로운 배우로 교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많이 걸려서 거절하려고 했지만, 계속 되는 권유를 저버리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결국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대 작곡은 김혜성 작곡가가 맡았어요. 뮤지컬적 요소를 잘 살리기 위해 2.0에서는 음악과 소통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죠. 노래를 만드시는 분이 영감을 받을 때까지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도록, 곡의 느낌과 분위기, 어떤 장면인지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 했어요. , 2.0을 시작하기 전에 <춘천 거기>라는 연극을 했었는데, 그때 작품을 같이 했던 지금은 박호산으로 이름을 계명한 박정환 배우가 대본을 좀 수정하면 내가 이 작품 출현할게라고 말해서 2.0 때 태성역을 맡았던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주인이 바뀌어도 집은 계속 살아간다

Q.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들이 필요하군요. 처음부터 지금과 비슷한 스타일일줄 알았는데 전혀 180도 다른 수정 과정을 거쳐 왔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해외 라이센스에 익숙하다 보니 뮤지컬들은 모두 처음부터 그런 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2.0버전을 마지막으로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시즌도 많은 사람들이 수작(秀作)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번엔 얼마만큼 관여 하신 건가요?

A. 아니요,  2.0까지만 하고, 그 뒤론 후배들이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작년 12월에 뮤지컬 센터에 올라올 때부터 새로운 분들이 하고 있어요.

 

Q. 초연 때부터 계속 이끌어 오신 작품인데 아쉽지 않으셨나요?

A. 글쎄요, 오히려 다른 분들 손으로 넘어가서 더 좋은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작품은 저에게 여러 가지로 속을 끓이게 했던 작품이었거든요. 여러 가지 문제와 시행착오들이 많았고. 그런데 지금은 후배 분들의 손에 넘어가 이 극을 소중히 생각하고, 계속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겼죠.

 

Q. 좋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수정을 거쳐 단단해지는 과장에 대해 알아 갈 수 있었어요. 라이센스 작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뮤지컬은 처음부터 완성 되어서 나오는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오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수작(秀作)들도 과거에는 엉성한 거푸집 시기를 거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작품이라는 건 한 번에 완성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미래의 뮤지컬 극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 드려도 될까요?

A. 자신이 느끼는 한계점을 잘 이겨내시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이쪽을 꿈꾸는 사람과 이쪽에 있는 사람들 모두 자신의 한계점과 부딪치지 마련인데, 한계점이니까 한 번 더 가보자라는 강한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에는 버터 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같이 꿈을 이루고, 같이 이 생활고를 겪게 될 동지들이기 때문에(웃음), 사실 조언 보다는 환영하고 잘 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모두들! 멋진 꿈들을 가지셨습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어느덧 외투를 거치지 않아도 될 만큼 푸근해진 4월의 봄날.

 

커피향이 봄바람만큼이나 부드럽고 아늑한 한성대 입구 근처의 카페에서 만난 김한길 연출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작품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라이센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수정의 과정이 생략 되어 버린 뮤지컬 시장의 풍토에 안타까움이 느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금의 과도기를 거쳐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 되어 해외 뮤지컬처럼 공든 탑을 쌓는 기간이 여유로워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뮤지컬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작해 여러 해 동안 갈고닦아 지금의 수작이 된 <총각네 야채총각> 

2013 0326일에서 2013 07 28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오윤희 기자

 

Musical Public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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