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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2.두도시이야기 리뷰 - 오윤희

Reviewer's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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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희 / (닉네임)뮤즈

* 학교 (전공) -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 sns 링크주소 - 트위터 : http://twitter.com/thtjftptkd 
*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과 이유 -  블랙메리포핀스. 극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최적화된 무대와 연출, 노래 등이 스토리와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는 작품. 심리추리스릴러라는 장르가 굉장히 신선했고, 단순한 추리극에서 끝나지 않고 기억의 상실과 고통의 상관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전인류적 가치에 대한 화두를 남기는 휴머니즘이 좋았다.


>최악의 시대에 피어난 한 남자의 아가페,

두 도시 이야기

 

20128월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 사이,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뮤지컬화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3개월 간 공연 되었다.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원작의 긴 내용을 세 시간 안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08년에 처음 뮤지컬을 알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봤던 대극장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는 기승전결,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잘 표현하는 음악, 작품에 최적화 된 연출, 확실한 메시지 전달, 배우들의 열연 등 스토리, 음악, 연출, 배우의 네 박자가 완벽한 합()을 이룬 작품이다.

08년까지만 해도 특정 매니아층에서 소비 되는 장르였던 뮤지컬은 여러 자본의 유입으로 대중화의 부흥기를 맞았다. 새로운 엔터테이먼트 사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을 보여주듯 매년 1월마다 공개 되는 라인업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빼곡하다. 하지만 라인업 표를 보고 있으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 ‘소문난 잔치가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처럼, ‘보고 싶다고 느껴지는 작품이 극히 드물다. 예전에 한국영화가 갑작스런 부흥기와 함께 침체기를 겪었던 것처럼, 현재 뮤지컬계는 갑자기 몰려든 엔터테이먼트와 자본으로 여러 가지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과도기 속에서 흥행성과 완성도의 시소를 평행 되게 타고 있는 <두 도시 이야기>는 반가운 작품이다.

 


01. 원작이 아닌 뮤지컬을 봐야 하는 이유

원작이 있는 작품들은 항상 원작에 대한 부담감과 꼬리표를 달고 있다.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원작을 다른 장르로 변환 시킬 때 가장 많이 듣는 평가가 원작을 뛰어 넘지 못한, 차라리 원작을 보는 것이 나은이란 말이다. 원작이 새로운 장르로 2차 창작 되었을 때 원작이 아닌 변환된 작품을 봐야 하는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만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은 반쯤 성공한 작품이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원작을 읽은 팬들과 읽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 모두를 충족 시켜주는 깔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극의 흐름에 꼭 필요한 장면들만 모으고, 빠져도 전체적인 사건 이해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장면들을 과감히 생략 함으로써 원작을 접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구성했고, 사람들이 이 작품에서 감동을 받은 장면이자 이 작품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은 그대로 살려 놓아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 책의 감동을 되살릴 수 있도록 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고 역으로 원작을 읽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뮤지컬이라는 자신들의 장르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 원작만큼이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02. 로맨스를 원하는 대중과 메시지를 원하는 마니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소설,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문화생활이라고 분류 되는 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두 분류로 나눈다. 기분전환을 위해 가볍게 즐기길 원하는 대중과,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얻으려는 마니아.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 <두 도시 이야기>는 이 두 계층의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 시킨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마치는 주인공 '시드니 칼튼'지고지순한 사랑은 대중들이 보고 싶어 하는 로맨스를 충족 시키고, 프랑스 혁명이 지닌 정의로움과 폭력성의 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역사적 사건이 등장인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그들의 운명을 변화 시키는 지에 대한 장염한 스토리는 마니아가 기대하는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충족 시켜 준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1막은 루시, 다네이, 칼튼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2막은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1막에서 세 주인공의 사랑이 전개 되는 동안 2막의 프랑스 혁명에 불씨를 붙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나오고, 2막에서 프랑스 혁명이 긴박하게 전개 되는 동안에도 세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두 계층의 소바지들이 끝까지 호기심을 놓지 않는 밀당을 보여 준다.

 

03. 프랑스 혁명과 시드니 칼튼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바꾸는 힘

피지배 계층의 자발적인 정치 행동으로 민주주의 역사에 많은 역사적 의의를 남기는 '프랑스 혁명'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희망을 시사하는 동시에 절망을 안겨 주었다. 시민들의 힘으로 지배계층을 흔들고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 프랑스 혁명이 시사했던 희망이고, 결국 예전 왕권과 다를 것이 없는 왕권이 권력을 잡은 프랑스 혁명의 결과는 새로운 절망을 안겨 주었다.

프랑스 혁명의 실패 요인에 대해 인문교양도서 상처 받지 않을 권리는 이렇게 말한다.

 

봉기 이후에 들어선 정치권력 혹은 왕조가 교체된 왕조와 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농민들의 감정이 분출하여 격렬한 봉기로 왕조가 교체되긴 했지만, 그들의 근복적 불만과 고통을 치유하는 새로운 사회체제가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농민들은 자신들이 억압을 체계적으로 직시하지 못했습니다. (중략) 이런 한계 때문에 그들은 기존 정치권력과 질적으로 구별되는 정치체제, 즉 농민들을 위한 정치체제를 구상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 도서 <상처 받지 않을 권리>

 

프랑스 혁명을 일으킨 시민들의 자신이 지닌 불만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결방법을 찾기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한 불만을 느껴서 자신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혁명을 일으킨 그들은 왜 자신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지 못했을까. 이 이유에는 피지배층이던 그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못해서 자신들을 보호 할 수 있는 체계의 이론을 정립시키기 못한 것도 있지만,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던 그들의 정의로운 혁명이 폭력의 광기에 물들어 그들을 핍박하던 귀족들과 다름없는 무자비함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혁명은 왜 이성을 잃고, 광기에 사로 잡혔는가?

그것은 그들의 혁명 자체가 위해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항쟁이나 혁명은 지금의 불합리한 사회 체계를 깨기 위해 일어나지만 더 나아가 후세들에게 이런 비합리적인 모순적인 사회를 물러주고 싶지 않다는 미래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혁명에도 분명 내 자식들에게 내가 겪은 참담한 삶을 주고 싶지 않다는 미래지향성이 있지만, 현재 자신들이 받는 핍박에 대한 불만 폭주가 대부분의 계기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나 자신의 안락을 기대하는 이기심이 완전히 배제 될 수 있고, 이것은 곧 이타심을 잊게 만들어서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며 귀족계층이 자신들에게 행했던 부당함, 비합리를 그대로 행하게 된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 에드몽가의 사람이란 이유로 사형에 처해지는 다네이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귀족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배신자로 몰려 시민군에서 사형을 받은 재봉 소녀의 상황은 이성이 마비된 프랑스 혁명의 극단적인 폭력성을 잘 보여준다. 그들이 혁명을 통해 자신들의 현재 상황을 변화 시키겠다는 현재지향성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보고 체계를 바꾸려고 하는 미래지향성이 강했다면, 자신들을 핍박했던 계층에게 똑같은 폭력을 돌려주며 자신들의 분풀이를 해소하는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시작 됐으나 결국 귀족들과 다를 바 없는 광기를 보여주고 만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시드니 칼튼의 희생은 더욱 빛을 말한다. 그의 사랑은 철저히 이타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이 루시와 행복하게 사는 현재지향성의 행복에 머무르지 않고, 루시가 계속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미래지향성의 행복을 추구한다. 시드니가 선택한 '‘미래지향성행복의 미래에는 자신이 포함 되어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보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루시가 행복해지는 타인이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한다. 이러한 그의 선택은 비극을 맞이할 뻔한 한 가족의 운명을 비극으로 부터 구해내고, 그 가족의 역사는 변화한다.

자신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선택한 시드니의 아가페적인 사랑은, 나의 불행을 종결짓기 위해 시작 되어 결국 주위를 파멸로 이끌어간 프랑스 혁명의 광기와 맞물려, 세상을 변하시키는 힘은 권력, , , 폭력등이 아니라 이타심으로 이루어진 아가페적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을 때 세상은 진정한 자유와 평등, 박애를 얻고 변화 된다. 자유, 평등, 박애는 타인을 존중해 줌으로써 발현 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평민들을 핍박 했던 귀족들이 자신들 보다 평민들을 생각했더라면 두 계층 간의 싸움 없이 자유, 평등, 박애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도시 이야기>에 등장하는 변한 게 하나 없어라는 뮤지컬 넘버 가사처럼 프랑스 혁명 뒤에도 그들이 얻고자한 자유, 평등, 박애를 얻지 못한 모습은 그 주체가 지배층이든, 피지배층이든 나의 행복이 목표가 되면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점점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외롭다. 자신들의 아집에 갇혀 타인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약한 우리들은 타인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지만, 모순적이게도 자신이 먼저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루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 시드니 칼튼의 사랑은, 군중 속의 고독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남을 사랑하는 가치야 말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정신적인 충만감을 주는 강한 에너지,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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