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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리랑 랩소디 -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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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희 / (닉네임)뮤즈

* 학교 (전공) -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 sns 링크주소 - 트위터 : http://twitter.com/thtjftptkd 
*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과 이유 -  블랙메리포핀스. 극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최적화된 무대와 연출, 노래 등이 스토리와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는 작품. 심리추리스릴러라는 장르가 굉장히 신선했고, 단순한 추리극에서 끝나지 않고 기억의 상실과 고통의 상관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전인류적 가치에 대한 화두를 남기는 휴머니즘이 좋았다.



* 공연 명 : 아리랑 랩소디

* 공연 기간 : 2013.03.12 ~ 2013.04.14

* 공연 장소 : 문화일보홀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번출구)

* 가격 : 3만원

 

 

 

세상이란 무대에서 삶이란 연극을 하는 
우리들의 광시곡(狂詩曲)
아리랑 랩소디


<아리랑 랩소디>는 류보미르 시모비치 작(作)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원작으로 한국정서에 맞춰 재창작한 연극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유랑극단 아리랑’으로 바꾸고, ‘2차 세계대전 나치 치하’라는 역사적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바꾸어 극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치하를 받고 있는 세르비아 우지체라는 작은 도시의 사람들과 그곳에 유랑 온 극단 단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원작 내용을, 일제강점기의 한 시골 마을의 사람들과 그곳에 유랑 온 극단 단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으로 바꾼 <아리랑 랩소디>는 현실의 어려운 역경과 시련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묵묵한 삶을 그린다.


<아리랑 랩소디>에는 ‘유랑 극단 아리랑’의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등장인물이 존재하지만, 유랑단이 벌이는 극중극(劇中劇)*1)의 연극과 현실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곳저곳을 떠돌며 들린 시골 작은 마을에서 유랑단이 공연하는 작품은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서울에서 철학공부를 하다가 3.1운동의 충격으로 광인(狂人)이 된 영진과, 그의 여동생 영희, 영희를 겁탈하려고 하는 마을의 악덕지주 천가(千哥)의 머슴이며 왜경의 앞잡이 오기호, 영희를 사랑하는 영진의 친구 현구가 등장한다. 영희를 탐하려고 하는 앞잡이인 기호와 그녀의 연인인 현구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광인인 영진이 기호를 낫으로 죽이게 되는 내용이다. <아리랑 랩소디>에는 현실과 연극을 구별하지 못하고 현실의 모든 상황을 연극으로 생각하는 광인(狂人)이자 영진역을 맡은 오희준, 미모의 막내 극단원이자 영희역을 맡은 춘심, 유랑극단을 독립군으로 몰며 춘심을 취하려고 하는 일본지서장, 백정의 아들로 핍박 받으며 살다가 고문관이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설움을 되갚는 앞잡이 박살제가 등장한다. 박살제는 춘심을 보고 반하고, 춘심은 처음에 그를 무서워하지만 신분의 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잡이가 된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춘심을 탐하려고 하는 지서장과 박살제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광인인 오희준이 지서장을 죽이게 된다. 유량극단이 마을에서 올리던 극중극의 연극 <아리랑>이 극단원들의 삶과 되어 중첩되는 순간이다.


극단원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연기하던 연극이 겹쳐지듯, 무대에서도 극단원들이 머물려 있는 마을과 극단원들이 연기를 쳘치는 간이 무대의 경계가 모호하다. 박스형태의 중앙 구조물들이 미닫이를 닫건 여닫이를 여는 장치를 통해 다양하게 변용되어 경찰서. 마을 공터, <아리랑>을 연기는 간이무대 등의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한 건물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며 여러 가지 공간으로 변하는 멀티적인 무대디자인과 연출은 <아리랑 랩소디>의 스토리가 지닌 현과 연극의 경계의 모호성을 잘 표현해 준다.


‘인생은 연극이고, 세상은 무대’라는 섹스피어의 말처럼, 현실에서도 그들의 연기는 계속된다. 자신들이 연기하던 작품속의 내용과 똑같은 일을 겪는 유랑 극단원들처럼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배우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연기한다. 어머니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 여자로서의 역할 등 여러 가지 배역을 맡는 배우처럼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역할이 주어지고, 우리들은 그것을 상황에 맞춰 충실히 소화해 낸다.


<아리랑 랩소디>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일반 소시민들도 대표되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통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세상이란 무대에서 삶이란 연극을 펼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위치를 매끄럽게 소화해내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의 모든 상황을 연극으로 생각하며 뜬금없이 연극 대사를 읊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오희준처럼, 사실 우리도 현실과 가상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살고 있다. 삭막하고 외롭고 혹은 힘든 현실에서 ‘사랑’과, ‘꿈’을 통해 낭만을 찾고 현실의 괴로움을 조금 잊어 간다. 아리랑이 우리 모두의 테마곡인 것처럼, <아리랑 랩소디>의 주인공 또한 우리 모두인 셈이다.

 

Tip. 공연 시작 20분 전에 입장한 관객들을 위해 준비된 유랑극단의 배찢어지게 웃긴 막간극!

: 공연 시작 20분 전에 입장하면 본공연전에 배우들이 펼치는 막간극을 구경할 수 있다. 서커스를 선보이는 유랑극단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마임으로 이루어진 개그 차력쇼를 선보인다. 관객을 무대 위로 올리기도 하며 어설프고 익살스런 모습을 보여 웃음을 유발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유랑극단의 홍보처럼 지독하게 슬픈 본공연을 보기에 전에, 지독하게 웃긴 막간극을 구경하는 것도 <아리랑 랩소디>의 쏠쏠한 재미.

 

 

*각주1. 극중극(劇中劇) :  극 속에 삽입된 또 하나의 극을 말한다

 

 

연극이고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작품이라, 작품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리뷰를 썼습니다.

대본에 많은 공을 많이 들였고,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서 여러분들께도 소개해드리고 싶은 공연!ㅋ





Musical Public Review

Email : musicalpubli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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