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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들풀2> 프레스콜 현장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라는 말처럼 세월이 흐르고 세대를 돌고 또 돌아 마주한 현재는 120년 전의 그때와 맞닿아 있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과 우금치 전투를 배경으로 부정한 세상을 향해 온몸으로 맞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들풀2>의 프레스콜이 지난 6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극단 모시는 사람들 김정숙 대표, 권호성 연출, 배우 안덕용, 박영수, 권우경, 문혜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극단 25주년과 동학농민운동 120주년을 기념하며 1994년 초연이후 20년 만에 공연되며 그 의미를 더한 <들풀2>는 농민군 토벌을 위해 농민군 무리에 잠입한 관원 이진엽과 역시 신분을 속여 농민군에 가담한 기생 군자홍이 중심이 되어 목숨을 아끼지 않는 농민군들의 모습과 그로 인해 변화해가는 이진엽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들풀2>에 객원으로 참여한 박영수는 “이진엽은 나라의 녹을 먹는 비장으로 소위 말하는 스파이로 농민군에 들어와 그들과의 생활 속에서 농민들에 삶에 같이 동화가 되고 원래 갖고 있던 개념이나 사상들이 무너지고 나중에는 농민들과 똑같은 아픔을 느끼며 함께 싸워가는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진엽 역의 안덕용은 “많은 기대를 가지고 대본을 받았을 때 이진엽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힘들었다. 소위 주인공이라 말하는 인물임에도 대사도 노래도 별로 없었다. 연습한지 한 달 정도 되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제목이 ‘들풀’이다. 슈퍼맨, 전봉준, 이순신이 아니다. 이진엽이라는 인물은 관객이 바라보는 시점과 동일시 됐으면 좋겠다는 것을 봤다”고 언급했다.


  군자홍 역을 맡은 문혜원은 “뮤지컬한지 8~9년 정도 됐는데, 감히 지금껏 한 작품 중에 가장 열정과 마음 그리고 사랑을 쏟았던 작품이다. 군자홍이 생각한 신념과 군자홍이 꿈꿨던 희망과 살기위해서 죽음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지만 웃으면서 고통의 가시밭길을 꿋꿋이 걸어간 그녀가 너무 되고 싶었고 더 알고 싶었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혼란 속에서도 그 가운데 연정이 싹트고, 농악에 맞춰 춤을 추고 흥을 타는 등의 해학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살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며 죽창을 들고 비장하게 서있는 그들의 얼굴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얼굴이 비춰진다. 전봉준 역을 맡은 권우경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120년 전에 살기 위해 죽음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 땅의 민중들의 삶이 1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생명 이런 귀한 가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 극단이 쉽게 하기는 어려운 대작이기 때문에, 20년 전에도 힘겹게 공연했고 공연을 올린다고 정하면서부터 감당해야 할 몫이 커서 올릴지 말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창작진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까지 연습에 임한 배우들 등. 여러 마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여 준비된 과정 자체가 <들풀2>라는 작품이 가지는 의미에 진정성을 더하고 있었다.

 

  2014년 다시 갑오년이 되어 20년 만에 만나게 된 뮤지컬 <들풀2>는 과천시민회관에서 6월 5일부터 15일까지 공연된다. 



글. 이하나 기자(tn5835@nate.comm)

사진. 쇼앤라이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