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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넘버

듣고, 보고, 잡고 싶은 뮤지컬 넘버 - 짜증과 분노에 휩싸일 때

 

  학교, 직장 혹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상황 속에서 어느 누구하나 ‘스트레스’라는 단어에 자유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하루에 몇 번이고 감정이 폭발해 버리기도 하고, 오래도록 괴롭히는 스트레스에 두통에 시달릴 때도 있을 것이다.


  작품 속 주요 넘버나, 상황에 맞는 넘버들을 소개하는 이 코너에서 이번에는 짜증과 분노가 솟구칠 때, 조금은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넘버들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몬테크리스토 -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

 

ⒸEMK뮤지컬컴퍼니


선물 할게 끔찍한 지옥 너희들에게
기대해도 좋을 걸 나의 심판을
나보다 더 참혹한 고통 겪게 해줄게
어서와 기다릴게  지옥의 문 앞에

 

  분노송이라고 하면 단연 지옥송이라고 불리는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 가장 먼저 꼽힐 것이다. 프랑스의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에드몬드 단테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다 파리아 신부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탈옥한 후, 신분을 숨기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해내가는 스토리다. 특히 이 곡은 1막의 마지막 곡이자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곡이다. <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스칼렛핌퍼넬> 등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곡이다.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멜로디에 배우들이 내재된 분노를 표출하는 연기가 더해지면서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쾌감까지 전해진다.

 


2. 레베카 - 칼날 같은 그 미소

 

ⒸEMK뮤지컬컴퍼니


같은 그 미소
내 심장을 찔러
전부 잊을 수 있어도
지울 수 없는 미소 싸늘한 미소
칼날 같은 그 미소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인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과 앨프리드 히치콕의 동명영화를 바탕으로 뮤지컬화 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컬 <엘리자벳>,<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에 의해 2006년 뮤지컬로 제작되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초연되었다. 사고로 죽은 전 부인 레베카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막심 드윈터와 그를 사랑하는 ‘나’, 그리고 집사 댄버스 부인간의 갈등을 다루는 이 작품은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레베카’와 함께 ‘칼날송’으로도 불리고 있는 ‘칼날 같은 그 미소’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막심이 아무도 몰랐던 레베카의 모습에 분노하며 자조섞인 목소리로 부르는 6분 정도의 곡이다. 레베카에 대한 증오를 폭발시킬 뿐 아니라, 히스테릭한 모습 등. 막심의 복합적인 감정이 잘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곡이기도 하다. 특히 “말좀해봐!~”라고 이어지는 외침은 극도로 치닫은 광기와 예민함 그리고 그의 분노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을 마주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렬하다. 

 

 

3. 스프링 어웨이크닝 - Totally Fucked

 

 

Ⓒ뮤지컬해븐

 

 

사라졌으면 연기처럼
숨겨졌으면 커다란 거짓에
단념할 만큼 거대하고
싫증날 만큼 우스운 거지

 

  독일의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고 국내에는 2009년 초연을 올렸다. 19세기 말 독일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임에도 지금까지 많은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기성세대와 대립하는 10대들의 이야기 속에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장면들이 등장한 작품임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Totally Fucked'는 주인공 멜키어가 학교에서 퇴학당하게 될 때이자, 모리츠를 죽게 한 어른들에 대한 강한 분노가 담긴 곡이다. 록 공연에 온 것 같은 신나는 리듬에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퍼지는 곡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세상에 갇혀 마음껏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Totally Fucked'을 부른다. 

 

  청소년의 저항과 반항의 목소리를 담은 듯, 품에서 마이크를 꺼내 시종일관 거친 욕설을 내뱉는다. 억압된 내면을 발산하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워 보이기까지 한 역동적인 안무와 함께 무대를 방방 뛰어다니며 자유를 갈망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blah~ blah~’하며 이루는 화음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가 터져버린 듯 노래이면서도 고함처럼 들린다.

 

 

5.  지킬앤하이드 - Alive 2

 

Ⓒ 오디뮤지컬컴퍼니


베싱 스토크의 열 네번째 주교 성 주드 병원의 이사
가장 두드러지게 타락하고 부패한 위선자
위선자! 위선자! 위선자!
답답한 창살은 뜯어버려 단숨에 작살을 내
짐승은 발톱을 갈아야 해 일격에 숨통을 쳐

 

  <지킬앤하이드>의 대표 넘버인 ‘지금 이 순간’ 못지않게 많은 뮤지컬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으로, 선과 악을 분리해 내는 실험을 하던 지킬박사가 실험에 실패하게 되면서, 착하고 학구적인 면을 가진 지킬박사와 그의 내면에 잠재된 분노, 악한 면을 뽑아내 만든 또 다른 자아 하이드. 양날의 검 같은 이중인격을 갖게 된다. 'Alive'가 하이드로 변신 후 울부짖듯 부르는 노래라면, ‘Alive 2'는 하이드로 바뀌면서 자신의 실험을 반대하던 부패한 권력자들을 찾아가 응징하게 되는데, 겉으로는 친절한 자선사업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성폭행하는 신부를 살해하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화형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무대에 직접 불이 등장해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더하고, 사악한 웃음을 짓는 하이드의 살기 혹은 광기를 느끼게 되는 장면이다. 분노에 찬 하이드가 부패한 인물에게 내리는 처벌을 보면서 관객은 공포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6. 머더발라드 - You belong to me (reprise)

 

Ⓒ 마케팅컴퍼니 아침

 

너는 내꺼야 절대 못놔
빼앗길 수 없어 어떤 것도 잃을 수 없어
지금은 안돼
당신의 모든 것 나만이 가질 수 있어

썩은 생선 앞에 놓고 의미없이 우린 싸워
내 것을 훔쳐간 댓가를
다 전부 다 다 돌려주겠어

 

  2012년 미국에서 초연한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이자 송쓰루 형식의 락 뮤지컬이다. 줄거리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작품 속에 많은 비유와 상징을 담아냈다.


  특히 ‘You belong to me(reprise)는 자신의 아내인 사라의 부정을 알게 되면서 평범한 가장이었던 마이클이 분노하게 되고, 극에 등장하는 네 인물의 감정이 모두 절정에 달했을 때 등장하는 넘버다.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대상을 죽이고 싶다는 상상을 하며 거침없이 자극적인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썩은 생선 앞에 놓고 의미 없이 우린 싸워’라는 가사처럼  그들의 일탈이 그저 허울뿐인 그릇된 욕망이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머더 발라드에서 가장 긴 시간 불려지는 이 곡의 포인트는 네 명의 인물들이 각자 사랑을 쏟는 대상을 향해 시선을 두고 다같이 무대 위 당구대 주위를 돌고 심지어 당구대 위로 올라가 서로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과 표정을 짓는 장면이다. 사각의 링 위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네 남녀의 엉켜버린 사랑의 실타래. 머더발라드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응축해 놓은 곡이다.    

 

 

7. 나쁜자석 - 튤립

 

Ⓒ 악어컴퍼니

 

먼지가 새까만 벽과 이 바닥과
이 발 끝에 머물 때
나는 담밸 물고 미친듯이 소리쳐
너희들은 쓰레기
폭발!

 

  고든, 프레이져, 폴, 앨런 네 사람의 9살, 19살, 29살의 성장과정과 기억을 좇으면서 그들의 가슴 속에 지니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작품이다. 뮤지컬이 아닌 연극이지만, 음악적인 부분이 작품 전체에 상당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튤립’은 극의 메시지를 한층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추가된 부분으로, 주인공들이 19살 때 밴드부를 결성한다는 설정으로 극 시작과 함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부르는 노래다.

 

 

  19살. 함께 모여 연습을 하면서 밴드로 세계정복도 해보이겠다는 그들. 일탈을 즐기던 어디로든 금방 폭발할 것 같은 넘치는 열정과 내면에 자리한 위태로운 자아. ‘튤립’을 통해 작품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음악적 성향이 다른 폴과 프레이져, 그리고 우울한 고든이 탐탁지 않았던 앨런은 그에게 밴드에서 꺼지라고 말해버린다. 마치 서로를 밀어내는 자석처럼.  

 

  극 중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되는 곡이다. 배우들이 외치는 ‘폭발~!’에 왠지 모를 후련함까지 들게 한다.

 

 

 

<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Totally Fucked>

 

 

 

<Alive 2>

 

 


 

글. 이하나 기자 (tn5835@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