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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넘버

듣고, 보고, 잡고 싶은 뮤지컬 넘버 - 결혼식 축가

 

  결혼식장에서 낯익은 멜로디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지금 이 순간~’ 관객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다. 언제부턴가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치르면서 뮤지컬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축가 1순위 곡이 되었다. 성큼 다가온 봄의 언저리에서 ‘지금 이 순간’만큼이나 결혼식을 풍성하게 장식할 결혼식 축가에 어울리는 넘버를 찾아보고자 한다.

 


1.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뮤지컬로 옮긴 대표적인 무비컬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운명적 사랑을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제 18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음악상과 제 7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을 수상할 만큼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넘버로 2012년 초연 이후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가장 많이 알려진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은 주인공인 인우와 태희가 군 입대로 인해 이별하기 전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로 감성적이면서도 애절하다.

 

"너를 사랑해 난 널 사랑해
내 목소리가 아닌 내 가슴이 하는 말
난 널 위해 숨을 쉬고 널 위해서 사는 걸
그게 나의 전부란걸"

 

  비록 이 노래 이후 남녀주인공이 이별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지만 현악기가 주는 잔잔한 선율에 ‘난 널 위해 숨을 쉬고, 널 위해 사는 걸’이라는 가사처럼 지금도 다음 생에도 자신에게 상대가 절대적인 사랑임을 맹세하는 이 곡이야 말로 미래를 약속하는 축가로 제격이라 할 수 있다. 때문인지, 많은 뮤지컬 팬들의 축가 위시리스트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곡이다.

 

 

2.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내 맘 깊은 곳 어딘가
나조차 알 수 없는 감정이
우리를 이끌어
저 오래 전 하늘이
정해준 나만의 사람일까
환상을 믿게 해
날 부르네
알 수 없는 그곳으로"

 

  19세기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루돌프와 그의 연인이었던 마리베체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황태자 루돌프>에 등장하는 곡이다. 연속되는 우연한 만남 속에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면서 각자의 공간에서 서로를 떠올리며 부르는 곡으로 막 느끼기 시작한 사랑에 대해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이 서정적으로 담겨있다. 주인공들의 동반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죽음까지 함께하는 사랑으로 인해 사랑테마 곡들이 애절함이 더욱 증폭된다. 특히 ‘알 수 없는 그곳으로’ 외에도 이 작품 속 마리가 부르는 ‘only love'나 ’죽을 때까지 너 하나만 사랑하러 왔나봐. 너는 내 지친 영혼의 영원한 쉼터‘라고 삶의 끝자락에서 루돌프와 마리가 부르는 ’너 하나만‘도 결혼식 축가로 손색이 없다.

 

 

3. You are my home

프랑스 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스칼렛 핌퍼넬’이라는 비밀결사대를 조직한 한 영웅의 이중생활을 그린 2013년 국내 초연된 작품 <스칼렛 핌퍼넬>에서 주인공인 귀족 퍼시와 배우였던 마그리트가 결혼식에서 부르는 노래다. 특히 뮤지컬 넘버로서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미국의 결혼식에서 이미 많이 불린 곡이기도 하다.

 


"함께 만든 작은 둥지
낯선 이 세상 속에서
이젠 혼자가 아냐
넌 내 전부 내 유일한 삶의 의미
그대만이 나의 둥지"

 

  일명 둥지송이라고도 불리는 ‘You are my home'은 담백하게 그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잘 드러나게 표현되었고, 새하얀 두 사람의 예복 그리고 2만송이 가량의 장미가 쏟아질 듯이 가득한 정원이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에 자리하는 것 같은 시각적인 만족을 더해 주기도 했다.

 

 

4. Take me as I am

 

 

  ‘지금 이 순간’의 그늘에 가려진 <지킬 앤 하이드>의 러브테마곡이다. 한국 제목으로는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주인공인 지킬과 엠마가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 더없이 행복할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우린 이미 알아요 운명을 함께 걸어가야 할 길
손을 내게 마음을 내게 변치 않을 맹세를
당신만 나를 받아준다면
당신의 나를"

 

  모두가 반대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하겠다고 엠마에게 약혼식장에서 말하는 장면으로, 자신의 실험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한편에서 밀려오는 두려움이 혼재하는 지킬과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를 이해하고 보듬는 그의 약혼녀 엠마의 화음이 한 쌍의 아름다운 연인의 사랑을 그대로 전한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며 그 맛 또한 달디 단 곡이다.

 

 

5. 참 예뻐요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가을밤 잠 못 드는 사랑 준 사람
짧게 웃고 길게 우는 사랑 준 사람
꼭 한 번만 내게 말을 걸어준다면
꼭 한 번만 웃는 얼굴 보여준다면
꼭 한 번만 내민 손을 잡아준다면
밤 하늘을 날 수도 있을텐데"

 

  앞에 소개되었던 곡들이 주로 남녀 간의 듀엣이나 화음이 돋보이는 곡이었다면 이 곡은 신부를 위한 축가로 적합하다. 2000회를 훌쩍 넘겨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 <빨래>의 대표넘버로 몽골 청년 솔롱고가 여주인공 나영에게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독백처럼 부르는 곡이다. ‘꼭 한번만 내민 손을 잡아준다면 밤하늘을 날 수도 있을 텐데’라는 가사가 어수룩하고 순수한 솔롱고라는 캐릭터와 꼭 닮아있는 것처럼 풋내 물씬 나는 곡이면서도 순수해서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곡이다. 물론 예식장에서 축가로 마주했을 때 ‘신부 찬양곡’의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약간의 간질거림은 하객이 감당해야할 몫으로 남는다.

 

 

6. Grow old with you


  결혼식과는 뗄 수 없는, 배경마저 결혼식장인 뮤지컬 <웨딩싱어>에 나오는 넘버이다. 1998년 드류베리모어와 아담샌들러가 주연했던 영화 <웨딩싱어>를 원작으로 하는 무비컬로 80년대 배경의 웨딩싱어 로비와 피로연 웨이트리스 줄리아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grow old with you'는 영화에서 나왔던 곡이 뮤지컬에도 그대로 쓰였는데, <웨딩싱어>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프러포즈 장면에서 로비가 불러주는 자작곡이다.

 

"네 마음 아플때 위로해줄게
관절염에 시달릴 땐 업어줄게
나의 소원은 너와 늙는것 "

 

'관절염, 배탈, 설거지, 숙취, 리모컨' 로맨틱한 감성과는 조금은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 현실 밀착형 단어가 오히려 내 곁에서 ’함께 늙어간 다는 것‘에 대한 영원한 사랑이라는 의미부여와 함께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나의 소원이 당신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고 로비처럼 신랑이 신부에게 직접 불러준다면 더없이 좋을 곡이다.

 

 

7. Destiny

 

 

"당신의 사랑은 어디
운명은 달나라에 있지 않아요
백마 탄 왕자 기다리는 girl
적당히 맞춰 살겠다는 man
첫사랑 못 잊는 바보 같은 girl
애인에게 차여서 울고 있는 man
오 오 오 그이가 바로 당신의 destiny"

 

  2006년 초연된 뮤지컬 <김종욱찾기>에 등장한다. 7년 전 인도에서 만난 운명의 남자 ‘김종욱’을 찾기 위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찾아 김종욱이라는 이름만으로 곳곳을 누비며 첫사랑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례적으로 뮤지컬의 성공 이후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특히 ‘Destiny'는 조금은 밝고 경쾌하고 신나는 축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법한 곡으로 극 속에서 우연히 합승한 남녀에게 택시기사가 의외로 해답은 쉬울 수도 있고,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당신의 운명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내 옆에 있어주는 상대에게 서로가 운명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축하의 마음까지 얹어 전하면 좋을 곡이다. 

 

 

 * 그게 나의 전부란 걸

 

* 알수없는그곳으로

* you are my home

 

* destiny

 


글. 이하나 기자(tn5835@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