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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넘버

듣고, 보고, 잡고 싶은 뮤지컬 넘버 - 마마 돈 크라이


  사랑에 서툴기 만한 천재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자신이 동경하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게 되면서 매력을 얻고 이로 인해 파멸과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그린 <마마 돈 크라이>는 모노극 형식이던 소극장 초연에 이어,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 백작이 동등한 비중이 되어 팽팽함을 유지하는 2인극 형식으로 재정비 과정을 거쳐 중극장으로 몸집을 키운 작품이다. 특히 입소문만으로 매진 사례를 기록했던 초연에 이어 재연 역시 높은 재관람률을 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레이스유>로도 잘 알려진 박정아 작곡가가 록음악을 또 다른 느낌으로 구현해냈던 콘서트 뮤지컬로, 총 26개로 구성된 곡들이 고루 사랑을 받은 <마마 돈 크라이>의 넘버들을 몇 곡 살펴보고자 한다.





 1. You're so beautiful  


  이 작품 속에서 프로페서V의 순수함이 가장 드러나면서도 그에게 절대적 사랑의 대상이자 이상이었던 메텔에 대한 설렘이 담긴 곡이다. 9살 소년이 조그만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본 ‘은하철도999’ 속 메텔을 닮은 연상의 소녀는 소년으로 하여금 우주 끝까지 닿게 할 꿈을 꾸게 하는 존재이자 꿈같은 존재가 된다. 앞으로 그가 맞닥뜨릴 현실, 비뚤어진 욕망으로 인한 파멸과 대비되는 순수함으로 극 전반에 걸친 비극의 울림을 증폭시킨다.


동화책 같은 조그만 창문
메텔을 닮은 긴머리 소녀 내사랑
아아..
난 날아갈거야
시간을 거슬러 저우주 끝까지
난 날아갈거야
만나는 별마다 내 이름을 새길 거야




 2.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널 땐 철도라도 있었지
오오오 오오
시간을 거슬러 타임머신
어둠을 헤치고 타임머신 날아갈거야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의 전주를 듣고 이내 “어?”라고 갸웃거리며 놀람과 반가움을 느끼곤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하고 많은 이들이 따라 불렀을법한 은하철도999의 주제가를 재기발랄하게 활용했다.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곡으로 은하철도999와 메텔이라는 소재의 차용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가상의 시공간을 떠도는 ‘시간여행’이라는 플롯으로 이야기의 고리를 건다.
또한 만화를 연상시키는 가사에 덧씌워진 일렉트로닉사운드로 극 전반부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3. 프로페서V  


  처음 이 곡을 듣게 됐을 때, 대부분 가사 때문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는 한다. 드라큘라 백작으로 인해 변하게 되고, 모든 여자들의 관심을 얻게 된 프로페서V의 매력을 발산하는 곡이다. 표정, 몸짓, 손짓 모두 이전에 소심하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자신감이 담겨있으며, ‘치명적’이라는 단어 자체와 혼연일체가 된다. 특히,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 중 하나였던 ‘빌리진(Billie Jean)을 멜로디로 활용하며 문 워크 안무까지 선보인다. ‛떡실신, 저지방 몸매, 고단백 근육, 아이맥스 3D 콧날, 시네마틱 강아지눈, OTL' 등 쇼 스타퍼적인 요소로 의도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전체적인 음습한 극 분위기에 비해 이 곡의 가사는 우리가 흔히 친구와 메신저에서 주고받았을 것처럼 개구지다. ‘이게 뭐지?’하는 당혹감도 잠시 극장 문을 나설 때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졌다.


고독한 뒷모습에 친절한 앞모습
초현실적 살인 미소 Oh, my god

저지방 몸매 위에 고단백 근육
저 이기적인 하얀 치아 Oh, my god



 4. Half man half monster  


두 눈이 멀 때까지 마셔 새벽이 올때까지 미쳐
지옥의 입구에서 춤을 춰
사랑하지마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떠나야해 저 달이 차오르면
Half man, Half monster
But forever beautiful


  드라큘라 백작에게 매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주면서 자신도 뱀파이어가 된 프로페서V의 대립이 고조되었을 때 나오는 곡으로 붉은 달이 차오르는 것 같은 무대조명처럼 가사마저도 강한 분위기를 뿜어댄다. 여자들의 관심과 사랑은 얻었지만 보름달이 차오르면 여자들의 피를 마셔야 하는 존재가 되어 프로페서V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파우스트처럼 혹은 지킬과 하이드의 인격간의 싸움처럼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 대해 잘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 사랑을 갈구했던 남자가 사랑을 해서도 안 되고, 사랑을 한다 하더라도 보름달이 차올랐을 때 그 사람을 떠나야 한다는 아이러니에 놓였음에도 이것은 축복이며 넌 영원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백작은 말한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자와 그를 조종하고 그의 고통을 지켜보는 자의 대비가 강한 록 사운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5. Mama don't cry


이층 창문에서 뛰어 내렸어
망토만 입으면 되는 줄 알았어
열흘만에 깨어보니 우리엄마 울고 있었어
Mama, don't cry. I will be a good boy.
Mama, don't cry. I will be a big boy.


  많은 이들이 이 작품에 갖는 의문점이 있다. 제목이 왜 <마마 돈 크라이>인가. 극 중에 어머니 배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어머니에 대해 읍소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의문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주는 곡이자 유일하게 어머니가 중심이 되는 곡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들만은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랐던, 늘 자신 때문에 눈물 흘리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부르는 곡이다. 이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뺑소니 자동차에 치이고 그때마다 자신 때문에 울고 있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흡사 고해성사와도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I will be a good boy."가 되겠다는 다짐도 해보지만 곡 후반부에 등장하는 백작은 어차피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부질없는 일임을 상기시킨다. 고음으로 흘러가는 곡의 맨 마지막 부분의 ”mama~"하고 외치는 것은 어머니가 준 근원적인 정체성을 거부하고 자신을 뱀파이어에게 내던진 프로페서V의 절규이기도 하다.




 6.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보름달이 뜨면 피를 마셔야 하는 운명이 된 이후부터 학회를 찾아다니며 최대한 자신의 주변을 지켜왔던 프로페서V가 끝내 자신의 아내마저도 죽게 만들게 되고, 도망치듯 도착한 공항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메텔과 재회하는 상황에 등장하는 곡이다. 극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자극적이고 강한 음악들과는 달리 팝발라드 느낌이 날 정도로 차분하면서도 애절한 곡이다.


  메텔을 처음 사랑하게 된 9살 때의 순수함으로 회귀하면서도 이제는 괴물이 되어 다시는 되돌릴 수도 사랑할 수도 없음에 대한 자각이 함께 하면서 프로페서V가 선택한 비극을 이끈다. 오랫동안 하지 못한 사랑 고백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 순간이면서도 고백과 함께 또다시 헤어져야할 운명에 대한 후회가 담겨있다.


  ‘You're so beautiful'에서 등장한 네모난 창문 속 메텔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9살 소년과는 너무도 달라진 그의 모습에서 두 곡이 대조되기도 한다.


네모난 창문은 동화책 그 속에 당신은 메텔

아홉 살 아이의 가슴은 설레고 설레였죠.
나 많이 취했어요 나 정말 바보에요.
나 이렇게 뻔뻔해서 미안해요
이제 다시 만날 수도 없잖아요 


  초연과 재연의 성공에 이어, 또다시 몸집을 키워 8월 22일부터 연강홀에서 공연될 예정인 세 번째 <마마 돈 크라이>는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마주하게 될 것인지 기대해 본다.


<동영상 링크>


★ you're so beautiful(플레이디비영상, 쇼케이스)



★ mama don't cry



half man half monster(플레이디비영상, 쇼케이스)



half man half monster(초연 영상)




글. 이하나 기자(tn5835@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