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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황태자루돌프 후기 _ 대깐남



2012년 뮤지컬 황태자루돌프





Reviewer's Talk



/Member                            

    놓고

대깐남.

대놓고 깐다 쓰는 사람.

20대의 평범한 남자. 대학교 휴학중.

기존의 리뷰들을 읽다보면 너무 긍정적으로만 표현하는 것 같아서 늘 아쉬웠다.

이 기회에 긍정적인 글들은 네이버에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까,

그들은 긍정적인 내용을 모아다 쓸테니,

나는 부정적인 면을 써보자! 하고 대놓고 깐다 코너를 기획함.





※알림. 이 글은 비판만을 목적으로 쓴 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무슨 세기의 졸작으로 표현해 버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절대 연출팀과 크리에이티브팀을 깎아내리고, 비난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닙니다. 

뮤지컬을 사랑하고, 좀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개인적인 의견을 종합하며 단점들만 골라 적었습니다. 

이 글이 한국 뮤지컬 발전에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합니다. 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법을 모릅니다. 

그냥 부분 별로 뚝뚝 끊어서 그 부분에서 아쉬웠다는 말이 나왔던 점들을 적었습니다. 맞춤법에 안 맞는 것,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 미리 사과드립니다.

EMK뮤지컬컴퍼니 여러분 사랑합니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리뷰


하... 이 작품... 무엇일까... 최근 들어 유럽 뮤지컬 작품들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EMK 뮤지컬컴퍼니가 크리스마스-연말-연초 대목을 그냥 보내기는 아쉽고 해서, 어떤 작품을 올려도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되는 이 시기에,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엘리자벳」의 이름값에 기대어 단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얻어 보려고 했던 것일까? 나의 느낌은... 너무... 촌스럽고 지루하다. 이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 관계자들의 떠도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의외의 성공’

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이 세계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그래. 어디 한번 보자.

                


무대와 조명


첫 인상은 좋았다. 테두리 프레임 형태, 시계 테엽 구조물, 화려한 청록 색상까지. 하지만 만족은 거기까지. 청록색 프레임이 박스석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프레임의 아름다움은 사라졌다. 무대 내부는 벽이 움직이는 스타일로 디자인 되어 있다. 심플하게 벽만으로 공간을 표현하고, 벽의 이동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표현하는 아이디어와 그 벽에 크고 흐릿하게 처리한 합스부르크가문의 문양은 거대한 제국이지만 흩어져가는 가문의 미래를 잘 표현했다. 

하지만 그 벽이 움직여도 너~~~~~~무 많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너무 다이나믹하고 움직이는 소리도 커서 배우의 대사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벽소리에 가려지는 안타까운 순간도있었다. (1층에서 봤을 때만 크게 들린 줄 알았다. 하지만 3층에서도 벽소리는 여전히 들렸다.) 공간을 설명할 때엔 우선 궁전 내부를 뒤에 

걸려있는 초상화들로 의미를 부여했다. 또 막을 반쯤 내려서 간접적인 이미지들로 장소를 제시해 준 방식에는 박수를 보낸다. 물론 대놓고 영상으로 성당과 

건물들을 벽에 쏘아버리는 촌스러운 영상 제시 방식을 여전히 사용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상은 과유불급이라는 사실을 언제쯤 깨달을까?

(「리걸리 블론드」와 「서편제」, 25주년 버전 「레미제라블」, 연극 「단원 김홍도」들을 비교해 보면 느낄 듯하다. 아님, 영상을 아주 어메이징하게 사용

해서「스파이더맨」정도의 컬쳐 쇼크라도 선사했으면...)

그리고 몇몇 경악스러운 무대들. 이게 무대의 문제인지, 조명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트리 빤짝이를 마치 루돌프 사슴의 크리스마스 특집인 양 

청록색 프레임에 붙여서 청록색 색상을 가려버린다.

그리고 대망의 ‘내일로 가는 계단.’ 너무 그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셨는지. 차라리 그냥 연단만 있는 것이 좋았을 법 했다. 그 연단 뒤의 구조물은 

‘welcome to the XX world’ 가 써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모양새였다. 옛날 회전목마에나 달려 있을 법한 그 촌스러운 전구 장식은... 노코멘트. :)

 마지막 마이얼링 씬도 조금 아쉬웠다. 이건 극 전반적으로 조명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인 기대로는 좀 더 환상적인 분위기이길 바랬다. 이번 

무대연출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 꺼지는 촛불들은 꽤나 로맨틱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눈 오는 세상을 굳이 영상으로 직접적으로 배경에 쏘아야 

했을까 싶다. 그냥 단색으로 배경색 처리하는 것이 더 좋았을 법 하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엔딩의 색채와 조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침대도 좀 더

크고 화려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질 거라 생각하게 되는 이상적인 장소인데, 너무 현실적이다. 좀더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했다면 좀 더 인상 깊은 장면이 

그려져서 관객들이 주인공들의 선택을 더 잘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조명과 의상. 촌스러운 퍼렇고 붉은 형광색 계열의 색상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의상도 조명과 유사한 촌스러운 색채로 일관하는데, EMK의 전작 

「엘리자벳」에서는 화려한 무대 디자인과 ‘죽음’이라는 판타지의 존재로 인해서 푸른 형광색 계열의 조명이 잘 어울렸으나 세기의 러브스토리를 강조하는 

이 작품에서 초지일관 계속 등장하는 형광색 조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둘의 사랑 이야기가 나올 때 조금씩 사용하다가 마지막 마이얼링씬에서 

이 색상들을 폭넓게 사용했다면‘ 마이얼링’이라는 곳을 훨씬 이상적으로 보여주면서 이와 동시에 두 연인의 감정의 고조가 조명으로 더 잘 표현 되었을 것이다.

(*덧붙임. 전부터 느꼈지만 EMK는 무대를 너무 약하게 만든다. 전작 「엘리자벳」에서도 회전무대를 사용할 때 궁정 기둥이 흔들흔들 거려서 언젠가 저거 

무너질 것 같다 했었는데, 이런 세심한 면에서 좀 더 신경을 써 주는 게 작품에 좋지 않을까 한다. 그러다 무대 무너지고 배우 다치고 하면 사람이 다치는 문제에

더불어 작품 이미지 손상은 물론 금전적 손해도 피할 수 없는 일 일 테니까.)

               



전체적인 연출


 위의 테크닉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생각해도 스토리상으로 다이나믹한 부분이 없고 뻔한 줄거리에 익숙한 사랑타령 뿐이라 지루하다. 원작 버전에서 정치적

구도에 대한 내용을 빼고 사랑이야기의 분량을 늘리면서 생긴 문제 같다. 이 변화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린 템포의 넘버가 많아졌고, 스토리 변화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을 그저 많은 대사와 암전으로만 채우고 있다. 또한 러브스토리의 다른 한 축이 되길 기대하며 집어넣은 라리쉬 백작부인과 타페 수상의 듀엣 

「증오와 욕망」넘버도 이 둘의 관계를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다. 둘의 관계가 극  내에서 아무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한다. 뜬금없이 둘이 나와서 노래하나 

부르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좀 더 둘의 사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제목이 「황태자 루돌프」인데, 뮤지컬 ‘마리 베체라’ 같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까 한다. 

구시대와 새 시대의 경계에 서있어서 많은 유혹에 흔들리는 황태자를 이끌어주고 중심을 잡아주는 신여성의 이야기. 이렇게 봐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극이 잘못 흘러간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본격 옷 입기 뮤지컬의 도입인가? 왜 이렇게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누군가가 설명해주길.




번역


 EMK 작품 하면 빼먹을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번역.

「모차르트!」만큼의 충격적인 번역은 없었고, 은유적으로 잘 표현해 낸 부분도 있었다. 일년에 뮤지컬 한 편 정도 보는 일반적인 관객이 대상인 뮤지컬에서 

은유적으로 아름답게만 번역하는 것이 옳은 방식인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다. 하지만 “황제님, 황태자님.” 같은 극+극존칭은 그냥 들어도 저건 아니지 

않나 싶다. 

심지어 스테파니 황태자비는 황태자보다 윗사람인줄 알았다. “넌 내꺼야. 니 옆은 나.” 라든지 황실이 배경인 극에서 “너. 너.” 거리고 “니. 니.” 거리는 표현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외에도 중요한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곤 했던 직독 직해 수준의 “난 그이와 살아”. 또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순간 빙의했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자!” 등의 번역은 좀 더 매끄러워질 필요가 있다. 제발 번역의 투자를 좀 더 해주길 부탁한다.

(*덧붙임. 제발 「노트르담 드 파리」 번역 건들지 마시길.)

 이 외의 필요 없는 장면들도 좀 더 잘라내고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한 장면만 꼽자면 숫총각 나오는 술집씬 이다.

(정확한 씬 이름을 모르겠다.) 이 장면은 작곡가 와일드혼 작품들에서 항상 나오는 스타일로「지킬 앤 하이드」의 레드렛 카페씬, 「몬테크리스토」의 

해적선씬, 「천국의 눈물」의 동양의 진주씬 등의 연장선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구지 이런 장면이 있었어야 했나? 뮤지컬에 쇼 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다른 식으로 표현했다면 좀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다.

 



총평을 내리자면, 이 작품은

“한국 정서에 맞게 러브스토리로 각색하려다가 극의 중심을 놓쳐버린”

그런 작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 못할 것 같은 부분은 잘라내고 러브스토리를 부각시켜서 추운 겨울 달달하게 가야지 했는데, 극이 관객을 너무 

달게 먹이고 배불려서 잠의 세계로 몰아넣어버렸다. 그래서 드문드문 나오는 정치이야기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관객들이 달콤함을 느낀다는 것만으로 작품의 의도는 충분하게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쉽다.

공연이 끝날 때가 되어 결말이 나왔는데 관객들이 당황스러운 웃음을 짓곤 한다. 결말에서 웃음이 터진다면, 지난 2시간 반 동안 보여준 공연이 결말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아닌가?


 


끝.



Musical Public Review
Email : jlhnok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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