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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자의 선택

10월의 Pick : 가을에 어울리는 공연

 

 

 

오랜만에 공연을 보려는데 어떤 공연을 볼지 막막하다면?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 줄 코너로 탄생한것이 바로 '공기자의선택'이다.

매해 뮤지컬, 연극 작품들을 서슴없이 보며 생각하는 한 명의 공연기자가 직접 관람하고 직접 추천하는 코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쌀쌀하고 건조한 가을에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공연 세 가지를 준비했다.

 

 


 

1) 뮤지컬 <번지점프를하다> 

 

 

(2013.09.27 ~ 2013.11.17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년에 초연을 가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01년에 발표된 동명 영화(이병헌, 이은주 주연)을 무대에 옮긴 무비컬로, 작곡가 윌 애런슨, 작사가 박천휴 콤비가 완성해낸 서정적인 음악이 작품의 깊이를 더해줘 초연 당시 호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1983년 여름,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는 인우의 우산 속으로 태희가 갑자기 뛰어들면서 시작된다. 그 순간 인우는 태희에게 첫눈에 반하며 깊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상황에서 인우의 군입대라는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게 되고, 입영열차에 배웅을 하겠다고 했던 태희는 결국 나타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2000년 봄, 국어 교사로 새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태희를 잊지 못하고 있는 인우가 태희의 똑같은 말투와 습관을 가진 남학생 현빈을 보게 되면서 그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초연의 큰 틀은 유지되면서 수정된 부분들이 있다. 대본은 원작의 감성을 더욱 살리기 위해 몇몇 장면들이 수정됐다. 초연엔 1막은 인우와 태희의 사연에 2막은 인우와 현빈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뤄 극이 분리되듯이 전개 됐다면, 올해에는 극 서두부터 인우와 현빈과 관련된 복선들이 배치돼 인연의 끈이 더욱 강조되었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특히 대근과 주석의 노래가 단순한 극적 재미에서 더 나아가 드라마와 유기적인 연결이 되도록 새로운 넘버로 수정됐다. 그리고 여러 개의 미닫이 문, 의자, 그리고 회전무대로 구현된 무대는 여신동 무대디자이너의 합류로 가장 많이 변화되었다.

 

애틋한 첫 사랑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작품

 

Point 무대가 많이 바뀌면서 초연에 비해 공간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작년처럼 아름다운 색채 조명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나오는 감성은(예를 들면, 넓은 벽면에 위치한 조명의 색감, 마치 영화의 카메라처럼 움직이는 파티션의 운용.) 다소 사라져서 아쉽다. 하지만 한층 촘촘해진 드라마로 더 깊어진 운명적인 인연, 사랑의 힘은 부정할 수 없다.

 

 

 

2) 연극 <광부화가들>

 

 

 (2013.9.13~2013.10.13 / 명동예술극장)

 

예술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주목 해야 할 작품

 

예술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주목 해야 할 작품. 2010년 국내에 초연된 연극 <광부화가들>은 <빌리 엘리어트> 작가 리 홀의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국 애싱턴 광산촌 광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미술 감상’ 강의로 모인 애싱턴 광부들과 강사 라이언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림의 의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광부들과 명화를 보여주려는 강사의 의도는 서로 갈등을 빚게 된다. 그래서 라이언은 광부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려서 ‘그림의 의미’를 파악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광부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며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와 더불어 본인들이 직접 그려보면서 느끼는 예술에 대한 담론도 같이 펼치게 되면서 갈등으로 인한 위기에서 화기애애한 작업실 분위기로 전환된다. 하지만 미술 애호가 헬렌이 올리버에게 후원을 약속하며 애싱턴을 떠나 전문 화가로 활동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 시작하면서 그 분위기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당시 피지배계층이라 할 수 있는 광부들이 화가로 거듭나면서 겪는 성장 이야기를 통해 ‘그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우리에게 ‘예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단 <차이무>의 핵심 배우들의 열연으로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Point 예술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을 유쾌한 웃음 속에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무대 화면에 펼쳐지는 다양한 그림들을 같이 감상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하지만 160분(인터미션 포함)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예술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에게만 추천한다.

 

 

3) 연극 <터키 블루스>

 

 

(2013.9.27~2013.10.27 / 대학로 연우소극장)

 

연극 <터키 블루스>는 준비기간 2년동안 7번의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극단 연우무대의 신작으로 여행을 기억하고 음악으로 추억하는 두 남자(시완, 주혁)의 우정이야기를 콘서트&모놀로그 형식으로 담는다.

 

시완은 18살 때 주혁은 16살 때 이 둘은 처음 만나 서로에게 공부, 말도 안되는 음악 등 여러 가지들을 가르쳐 주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내정적이고 사회에서 튀고 싶진 않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컸던 시완과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은 내지르고 보는 주혁. 그들의 성격은 정말 상반되지만 이들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벽한 하나가 됨을 느낀다.

 

어느 날 그들에게 닥친 큰 사건으로 그들은 자연스레 이별하게 됐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들은 30대가 된다. 시완은 자신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작은 콘서트에서 주혁은 그가 그토록 원했던 긴 터키 여행에서 한때 그들에게 좋았던 기억, 추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보며 느끼기 시작한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과거의 우정을 추억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작품

 

Point 실제 터키에서 촬영한 영상과 이국적인 바를 연상하는 무대, 음악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그들의 감미로운 노래까지. 이 3가지의 컨셉 조합이 Es Ist Gut!(극 중에서 나오는 독일어 대사) 참 좋다. 중간 중간 관객과 스탭 참여로 깨알 웃음 선사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두 남자의 관계가 마치 사랑과 우정 사이처럼 비춰져 내용에 대한 공감을 잘 못 할 수도 있고, 모놀로그 형식이기에 형식 자체가 안 맞는 사람에겐 공연 선택하는데 고려해봐야 할 듯하다.

 

 


 

글. 김아람 기자

Email : ari910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