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대학로 문화 공간 필링 1관
극작/연출: 성종완
작곡/음악감독: 김은영
출연: 윤희석 안유진 정민 김경수 이규형 곽선영
극 초반부터 끝까지 결코 정체를 할 수 없지만 극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의문의 사내. 이 신원 미상의 ‘사내’는 굉장히 모순적인 인물이다. 김우진에게 ‘창의적인 사고, 창조적인 삶’을 이야기하며 시대에 저항하는 자신만의 글을 쓰라고 부추기면서도 결말만큼은 자신이 정한 대로 쓸 것을 강요한다. 윤심덕과 김우진을 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으면서도 수시로 윤심덕에게 치근덕거리며 김우진과 윤심덕 두 사람의 사이를 흔들리게도 한다.
개인적으로 사내는 김우진과 윤심덕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형상화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당대의 신지식인, 신여성이던 김우진과 윤심덕은 신지식인의 삶이 그들에게 안겨주는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한 그 둘의 사랑은 ‘불륜’으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은 즉, 사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사내가 없는 곳.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었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이루어진 뮤지컬 글루미데이의 넘버들은 극 초반부터 불안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킨다. 특히 사의 찬미의 원곡인 ‘도나우 강의 잔물결’을 여러 갈래로 편곡했음에도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소극장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넘버들을 라이브로 연주한 점도 인상 깊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스토리에 아직 허점이 많다는 것. 스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기 보다는 중간에 구멍이 나있는 느낌이다. 조금 살을 더 붙여 구체적으로 형성화 시키고, 서로 아구가 잘 맞게 구성한다면 더욱 극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공연장의 의자 상태, 단차, 음향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극을 관람하는데 있어 불편함이 있었다.
흥미로운 소재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던 음악을 갖춘 뮤지컬 ‘글루미데이’. 좀 더 좋은 극장에서 좀 더 탄탄한 스토리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참고) 극 중, 사내와 연관되어 정사를 선택한 연인들을 언급하는 대사가 있다. 모두 실존인물들로 극의 디테일한 부분이 돋보인다. 그 중에는 소설가 아리시마 타케오(有島武郎)와 미녀 기자 하타노 아키코(波多野秋子)를 언급한다. 일본에선 정사를 신주(心中)라고도 하는데 이 단어는 유곽의 기녀가 사랑하는 남자손님에게 보낸 신주바코(心中箱. 마음을 담은 상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신주바코에 서약서나 신체의 일부라고 여겨진 손톱, 머리카락을 넣어서 보냈는데 시대가 지나면서 손가락을 잘라서 넣어 보내는 예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급기야는 함께 죽음을 맞이하면 내세에 맺어진다는 내세사상의 영향까지 받아 정사를 선택하는 이까지 생겨나자 에도막부에선 정사를 선택하여 죽은 남녀를 발가벗겨 대로변에 걸어놓는 등 엄중한 처벌을 가하여 신주를 엄격히 금지시켰다고 한다. 또한 신주라는 글자가 충(忠)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이 단어의 사용도 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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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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