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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안재영 <History Boys &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역사를 공부하는 여덟 명의 소년들과 네 명의 선생님을 통해, 지식의 전달과 그 숭고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연극 <히스토리보이즈> 이 작품에는 ‘사실’을 중시하고, ‘피아노’를 즐겨 치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소년 ‘스크립스’가 등장한다.

  한국 전쟁 중 무인도에 갇혀버린 두 명의 국군과 네 명의 인민군 그리고 그들의 여신님을 그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 작품에는 사랑하는 과부 누나를 가슴 속에 품은 순수한 국군 ‘신석구’가 보인다.

  전혀 다른 두 캐릭터 ‘스크립스’와 ‘신석구’를 소화하고 있는 배우가 있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이 같은 배우에게 투영될 때 그리고 그 모습이 캐릭터와 완전히 맞아 떨어질 때, 관객은 자연스레 그 배우가 궁금해진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두 인물에 분하고 있는 배우 안재영을 만나보았다.

 

 

 ‘스크립스’와 ‘석구’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은 인물들이다. 이 둘과 배우님은 어떤 점이 닮아 있나?
스크립스 같은 경우는 이해하기 편했던 부분이 영국 국교(성공회) 교회를 다니는 친구라는 점이었어요. 저도 어렸을 적 교회(기독교)를 열심히 다녔기 때문에 왜 기도를 하는지, 어떻게 하나님께(성공회는 '하느님') 의지하는 지를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스크립스처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가?  종교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 있게 교회 다닌다고 말씀은 드리는데, 사실 일요일에 공연을 하고 연습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꾸준히 교회에 나가진 못해요. 틈이 나는 대로 가죠. 그리고 항상 공연 전에 기도를 해요. 데뷔하고 지금까지 공연 전에 정말 정신이 없었던 세 번 정도를 제외하면 늘 기도를 해왔어요. 그게 제 나름의 신앙심 유지 방법이고, 공연을 위한 집중 방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석구’와는 어떤 점이 비슷한지 궁금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두 캐릭터 모두 저로부터 출발하는 것 같아요. 제게 스크립스처럼 냉정하고 철저한 면도 있고, 한편으로는 석구처럼 편안하고 어리버리한 부분도 있어요. 그 각각을 확장시켜서 두 캐릭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석구랑 비슷한 점은, 제가 지나다니다가 되게 잘 부딪혀요. 발에 잘 걸리고, 모서리에 잘 찍히고 그러거든요.(웃음) 그래서 어리버리 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그러는데 그런 것도 석구처럼 별로 개의치 않아요. 그리고 긍정적인 면도 많이 닮았네요.

 

 

 두 작품 모두 한 번 더 참여하시는 작품이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작년과 다르게 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두 작품 모두 캐릭터와 극 자체를 작년보다 깊게 이해하고자 했어요. 스크립스 같은 경우, 올해 새롭게 다가온 것은 말을 정말 위트 있게 하는 친구라는 거예요. 대사 하나하나를 곱 씹어 보면 같은 말을 전하더라도, 스크립스 식의 위트가 있죠. 대구나 도치를 사용한다거나, 비유를 즐겨 한다거나. 올해는 그걸 살리려고 노력하는 한편, 지나치게 번역체처럼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기도 했어요.이 부분에서는 (박)은석이 형이 미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원문 대본을 가지고 다니면서 대사의 뉘앙스를 자주 물어봤거든요. 그냥 그 의미 그대로 전달을 하기 위함인지, 재밌게 웃기려고 의도하는 대사인지.
  ‘석구’ 역시 작년보다 그 인물을 보다 더 이해하는 것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그를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이 사람을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에는 당시 나름대로 석구에 대해서 최대한 이해를 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니까. 올해 또 이해하고 더 이해해 보는 거죠. 그리고 이 작품은 앙상블이 중요해요. 그래서 절대 작년에 했던 티를 내지 않고, 다시 하시는 분과 새로 하시는 분들 다같이 호흡 맞춰가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배우들 간의 합이 중요하다는 점, 또래의 남자 배우 분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배우들 간의 연습 중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또래 남자배우들이 많다 보니까 내기를 참 많이 해요. <히스토리보이즈>에서는 럿지 역에 임준식 배우가 뭐만 했다 하면 계속 지는 거예요. 그래서 생긴 별명이 럿지가 아니고 ‘졌지’라고.(웃음) 그리고 최용민 선생님 지인 분의 안면도 펜션으로엠티를 갔던 것도 추억이에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팀 에서도 게임을 많이 해요. 남자들끼리 있다 보니 벌칙도 어마어마하죠. 벌칙으로 등이 빨간 손자국으로 가득하게 맞은 적도 있어요.(웃음) 저는 <히스토리보이즈> 공연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얼마 전에는 벌칙으로 대학로 길거리에서 장면 시연을 하기도 했구요.

 


<히스토리보이즈> 같은 경우 초연에는 원-캐스트 였던 반면, 올해는 ‘포스너’와 ‘데이킨’이 더블 캐스트이다. 스크립스는포스너, 데이킨과 함께 하는 씬이 많은데, 스크립스 입장에서 느끼는 각 더블 캐스트들의 서로 다른 매력이 궁금하다.  
전부다 편하고 매력이 달라서 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재밌어요. (김)찬호 형과 (이)재균이는 초연부터 같이 호흡을 맞췄을 뿐만 아니라 그 전에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처음 만났던 배우들이에요. 그래서 4~5번씩 같이 작품 하며 호흡적으로 쌓아온 부분이 많아서 편하죠. 이번에 합류한 (윤)나무는 제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고1때 같은 반이었고 친했는데 그때는 서로가 연기할 생각이 있는 줄 몰랐어요. 예고가 아니라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저도 그 친구도 굳이 오픈을 안 했던 거예요. 그러다가 나중에 대학교 입시 때 알게 돼서 신기해하면서 서로 응원해줬죠. 처음으로 같이 작업했던 건 작년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리딩 공연 <예스터데이>였구요. (박)은석이 형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연기적으로도 추구하는 게 비슷한 것 같고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편해요. 원래 성격 자체가 데이킨스럽기도 하구요.(웃음)

 

스크립스는 데이킨과 포스너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리고 굉장히 객관적이고 사실을 중시하는 친구이다. 그런 인물이 어쩌면 사실 여부가 불확실할지 모르는(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고 연애한다고까지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크립스는 늘 객관적이고 냉정하고, 사실을 중시해요. 그래서 저널리스트가 되죠.그런 친구가 “저는 제 자신을 특별히 좋아해본 적은 없어요.” 라는 대사를 해요. 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그렇게 항상 냉정하고,헥터에게 위로도 못 하고 적는 것 밖에 못한 자기 자신을 때로는 좋아하기 힘들었던 거예요. 좀더 인간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열심히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양면성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스크립스 같은 캐릭터에 독실한 신앙심을 부여한 것은 작가의 대단한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피아노를 좋아하는 소년이기도 해서 10곡 정도의 피아노 곡을 극중 직접 연주하신다. 이 작품을 하면서 피아노를 바이엘부터 처음 배우신 거라는 일화는 유명하다. 가장 익히기 힘들었던 곡과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원래 곡 자체의 난이도가 제일 어려운 건 라흐마니노프의 곡이에요. 근데 제가 완곡은 연주하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제일 많이 연습한 곡이어서 이건 부담감이 없어요. 부담이 되는 건 <Now Voyager> 삽입곡입니다.  대사 큐에 하나하나 맞춰서 쳐야 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대사를 들으면서 피아노를 쳐야 해요. 제가 원래 피아노 치던 사람이 아니어서, 큐 대사를 4개 정도 기다리면서 뱀프를 계속 돌아줘야 하고 그런 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치는 게 재밌는 곡은 <sing as we go>, <wish me luck> 등등. 대부분 박자 맞춰서 치다 보면 재밌어요. 곡 자체가 좋은 건 <Bye ByeBlackbird> 예요.  완곡을 연주하진 않더라도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많이 힘드셨을 텐데, 연습은 얼마나 했나?  초연 때 공연 전 4개월 전부터 학원을 등록했어요. 바이엘부터 시작했죠. 원래 피아노를 치던 게 아니니까 연습을 많이 해도 ‘무대 위에서 긴장되는 순간에 손이 안 움직이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가 생겼어요. 그래서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듣고 깨자마자 바로 피아노에 앉아서 비몽사몽으로 연주하는 연습을 한달 정도 했어요. 그랬더니 공포감은 극복이 되더라구요.

 

두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씬이나 대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히스토리보이즈>는 홀로코스트씬에서 가장 와 닿는 게 커요. 직접 그 일을 경험한 민족이 아니라서 정서적으로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공부하고 연기하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이인수 드라마터그 님은그씬이홀로코스트에 대한 유럽의 인식이 그대로 녹아있는 축소판 이라고 하셨어요. 그만큼 완성도 있는 대본인거죠. ‘독일이 나쁜 놈이야.’ 라는 정서라기 보다, ‘인간이 이런 짓까지 했다는 건, 같은 인간으로서 굉장히 수치스럽고 죄스러운 일이야.’ 라는 인식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는 아무래도 제가 ‘석구’이다 보니 <꽃봉오리> 씬 제일 좋아하구요. 후반부 <누구를 위해 reprise>도 좋아해요. 그 씬을 연기하고 있으면 소름이 끼치고, 내가 그 현장에 와 있는 거 같거든요. 마지막 이별 씬 까지 감동이 엄청나요.

 

지식의 전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연극 <히스토리보이즈>,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어쩌면 ‘지식의 전달’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어떤 지식을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가?
공연을 통해서 ‘감동을 드리겠어요.’,‘무언가 의미를 전달하겠어요.’ 그러고 싶진 않아요. 제가 그런 걸 강요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지식의 전달에 대한 헥터의 관점과 비슷하겠네요.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관객 분들의 몫인 거 같아요. 관객 분들마다 다양한 걸 느끼실 수도 있구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실 수도 있는 거니까요. 물론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이해시키고, 이런 감정을 전달하고 싶고, 각 씬 마다 의도하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관객 분들께 그걸 강요해서는 안된 다고 생각해요. 이왕이면 공연을 보고 무엇이든 가져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죠. 그러 실 수 있게 무대 위에서 제가 할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신석구의 여신님은 사랑하는 과부 누나인데, 배우님에게 ‘여신님’이 되는 존재가 궁금하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아무래도 외부적인 여신님은 어머니 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럴 것 같아요,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리고 내부적인 여신님은 ‘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꿈’과 ‘여행’ 인 것 같아요.(웃음)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요. 여행을 다녀오면 충전이 확실하게 되거든요.

 

두 작품에 대한 마지막 질문이다. 두 작품은 배우님에게 어떤 의미일까?
<히스토리보이즈>는 ‘지식의 향연’,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 원래도 인물과 극의 배경에 대해 파고들고 공부하며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즐거움을 제대로 맛보게 해줬어요. 그리고 재공연이 돼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작품이에요. 사실 작년 초연 쫑파티 때 재공연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다시 올라오길 바랐는데, 다행히 재공연 소식을 듣게 됐고 만세를 불렀죠.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힐링’이에요. 이 작품을 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힐링이 정말 많이 됐거든요. 전 평소에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데 무대이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요. 특히 석구를 하면서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울기도 많이 울구요.(웃음) 그러면서 참 많이 힐링이 된 것 같아요.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트위터로 관객 분이, 20대에 했던 두 작품을 일년 후 30대가 되어서 다시 하고 계신데 마음가짐이 어떻게 다른지 질문을 주셨다. 빠른 년생이라 아직 나이로는 20대지만 친구들이 서른 살이니까 같이 뭔가 달라진 점이 있나?
처음 연기 시작하던 10여년 전에는 얼른 서른 살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군대도 빨리 다녀왔구요. 서른 살이 되면 연기를 진짜 잘하게 될 줄 알았거든요.(웃음) 근데 막상 서른 살이 되고 나니 ‘내가 연기를 잘 하고 있나?’ 라고 돌아보게 되네요. 계속 연기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요. 평생 배우 하는 게 꿈이거든요. 그래서 굳이 20대, 30대 구분하지는 않지만 되돌아 보고 다짐하고 그런 건 있어요

 

10여년 전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배우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중학교 2학년떄 도덕 선생님께서 10년 후 나의 모습을 써보라고 하셨는데, 당시에 ‘나는 10년 뒤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배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썼던 것 같아요. 왜 인지는 모르겠어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연예인이나 스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안 했었거든요. 하지만 어린 맘에 뭔가 연기를 해보고 그런 것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니까 정말 연극영화과를 가야 할 것 같은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게 정말 나한테 맞는 길인지 파악하려고 교회에서 성극을 해봤어요. 교회에서 발표회를 하면 대부분 춤이나 노래를 하지 성극 같은 건 안 하려고 해요. 근데 한번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자 싶어서 성극을 했는데 너무 재밌게 했어요. 그래서 고3 때부터 열심히 준비했죠.

 

 

겉보기와 다르게 힘든 점이 많은 배우 생활, 특별히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공연과 연습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나, 텐투텐(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하는 것) 등등 힘든 것들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겠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힘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껴요. 대학생 때 학교 공연을 홍보 하려고 포스터를 여기(대학로)에 붙이고 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 ‘이곳으로 공연을 하러 출퇴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되게 힘들었다가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행복해져요. 힘들어도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감사하죠.

 

반면에 배우 하기 잘했다고 생각이 들 때도 많을 것 같다.
커튼 콜 할 때 뿌듯함을 느끼 구요. 배역에 완전히 몰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 때도 뿌듯해요. 연습 중이든 공연 중이든 그런 걸 느꼈을 때, 연기하기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게 돼요.

 

배우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재밌게 본 공연이 무엇인지 트위터로 질문을 주셨다.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하나만 꼽자면, 뮤지컬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이요. 초연을 되게 인상 깊게 봤어요.연극은 ‘한양 래퍼토리’에서 했던 <러브레터>라는 작품이 생각나네요. 권해효 선배님과 김도영 선배님이 하신 2인극 이에요. 두 남녀가 서로에게 평생 동안 주고 받던 편지를 계속 읽는 형식의 공연인데, 그들의 이야기에 너무나 빠져드는 거예요.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그냥 그 둘은 편지를 읽을 뿐인데도요. 정말 재밌게 봤고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언제가' 꼭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
우리나라 역사를 좋아해서요, ‘왕’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웃음) 그 중에서도 연산군을 언젠가 해보고 싶습니다. 대학교때 연산군과 관련된 장면 연습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에 대한 두꺼운 책들을 독파해가며 열심히 참여했거든요. 그래서 애착도 있고, 그걸 떠나서도 연산군은 정말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캐릭터인 거 같아요.  연산군의 어떤 면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모두가 폭군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그 나름의 이유와 아픔 같은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캐릭터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을 알게 해준 첫 캐릭터 였거든요. 비슷한 맥락으로 ‘이유 있는 악역’도 해보고 싶네요.

 


2014년의 상반기를 달리시고 계신데, 남은 한 해 동안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특별한 건 없구요. 늘 그랬듯이 배우로서 좀더 성장을 하고 싶어요. ‘성장’이라는 게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배우로서의 능력’이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연기력, 노래, 감정표현, 내공, 앙상블, 넓은 마음 등 뭐든지 좋으니 ‘연기하는 사람으로서의 필요한 능력’이 머물지 않고 성장하길 원해요. 열심히 연마해야죠.  여행을 좋아하신다고. 특별한 여행 계획은 없나?  원래 딱히 계획하지 않고 떠나는 타입이라서요.(웃음) 지금 생각해둔 곳은 없지만, 여유가 생길 때마다 여행은 갈 것 같아요.

 

배우로서 지향하는 목표점이 있을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궁금하다.
‘어떠한 역할이든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특정 이미지나 캐릭터에 국한되기 보다는 이런 저런 역할들을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다 어울리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걸 위해서 정진하겠습니다.

 

  이제 갓 서른 살의 문턱을 밟고 있는 배우 안재영.
  그의 안에 담길 다양한 빛깔의 인물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이은영(vivid@stagekey.co.kr)
사진.이민옥(okjass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