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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공동경비구역 JSA 현장 스케치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제작지원을 받을 우수 작품을 뽑기 위한 독회 심사가 7일간 열렸다. 7월 8일에서 7월 14일 동안 열린 이 독회에서는 연극 10편과, 뮤지컬 7편이 참여했다.

 

               


퍼블릭팀에서 다녀온 <공동경비구역 JSA> 독회 심사는 7월 14일 아침 10시에 열렸다.

 

대학로의 아침은 물이 빠져 나가 휑하니 빈 갯벌처럼 한산했다. 골목, 골목을 꽉 채우던 인파들이 없는 골목길은 처음 보는 길처럼 어색하게 느껴졌다. 정오가 될 때까지 사람이 없을 것 같던 골목길은 아침 9시가 되자 사람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대학로의 마지막 골목 끝에 위치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리는 독회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심사위원과 공연 관계자과 더불어 일반관객이 관람자로 참석한 <공동경비구역 JSA>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대신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박상연 작가의 장편 소설 <DMZ>을 뮤지컬로 각색한 노블컬이다. 대중들에게 영화가 더 알려진 탓에 대체적인 스토리는 영화를 따라가고 있지만, 영화에서 이영배 배우가 맡았던 스위스장교를 남자로 바꾸어 한국계 스위스인의 제3자적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스위스장교가 남자인 설정은 <DMZ>을 따른 설정이었다. 장편 소설 <DMZ>처럼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스위스장교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포로수용소에 잡혔다가 제3국으로 망명한 인민군 소좌로 나온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은 영화와 소설의 스토리와 설정을 적절히 섞어, 분단국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전쟁의 공포, 위압감에 대해 얘기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쟁을 영화 속에나 나오는 판타지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공포가 세뇌처럼 박혀 있고, 그 공포는 경비초소를 넘으며 북한 병사와 우정을 쌓았던 남한 병사가 오발탄 소리에 놀라 총을 난사하게 만들었다.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전쟁에 대한 공포는 얼마나 크기에, 비밀연애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쌓았던 북한 병사를 벌집처럼 난사하게 만든 걸까.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은 비슷한 공포 때문에 포로수용소에 한국군으로 잡혀 온 동생을 죽여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스위스장교 아버지의 이야기를 남북 병사 총격 사건 위에 오버랩 시키며 분단국가에서 사는 사람들이 지닌 전쟁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제 활화산이 터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섬나라 국가처럼 우리나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독회의 독해를 맡은 배우는 스위스장교인 베르사미역의 양준모, 남한 병장 김수혁의 정상윤, 남한 병사 남성식역의 박정표, 북한 중사 오경필역의 박해수, 북한 전사 정우진역의 유성재였다. 그 외 앙상블은 임철수, 이창완, 박종훈, 이기섭 배우가 맡았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김수혁은 영화의 호탕한 성격에 스무 살 남자의 철없는 아이스러움과, 총에 대한 남자의 로망을 더했다. 오경필은 산전수전을 겪은 병사의 무뚝뚝함과 어른스러움이 섞여 다정한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로 표현 되었다. 스위스장교 베르사미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 때문에 자신의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일적으로만 이번 사건을 상대하는 딱딱함을 보여준다.

 

리딩용 대본이라서 장과 장 사이에 뛰어 넘는 세세한 장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동경비구역 JSA>는 높은 몰입도로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묵직하면서 긴박한 긴장감이 흐르는 넘버는 극과 대체적으로 잘 어울렸다. 비장한 넘버 중간에 있는 짱가, 마장가Z등으로 이어지는 로봇만화송은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완화 시켜주어 지루하게 흘러 갈 수 있는 극에 활력을 주었다.

 

넘버들의 색깔이 엇비슷해서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과, 스위스장교 베르사미의 이야기가 2막에 편중되어 1막과 2막이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문제점을 보완하면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이 나올 것 같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은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뽑혀 ‘공연예술 창작 산실 우수작품 공연축제(가칭)’에 참가할 예정이다.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게 될 <공동경비구역 JSA>이 함께 뽑힌 <덕혜옹주>, <정글라이프>, <미드나잇블루>과 함께 어떤 모습으로 발전될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musicalpublic@gmail.com

글. 오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