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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앤클라이드 프레스콜 리뷰


현장스케치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 프레스콜을 다녀오다

 

9월 4일부터 10월 2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의 프레스콜 현장에 다녀왔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미국 경제대공황 시대에 실존했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제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연인 사이이자 1년 9개월 간 미국 전역을 돌며 12명을 살해,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인 2인조 강도였다. 이들은 악명 높은 범죄자이지만 경제공황과 베트남전쟁으로 혼란을 겪고 있던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은행과 정부기관에 대항하는 영웅이기도 했다. 미국 범죄사상 가장 센세이셔널하고 로맨틱한 커플이었던 이들은 1967년 미국에서 개봉 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실존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은 이 작품이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지나치게 할리우드화 되어있었고, 영화의 주인공들 보다 실존 인물들의 나이가 훨씬 어렸다는 것. 실제 보니와 클라이드는 힘든 시대와 환경을 벗어나고 싶은 어린 아이들이었다는 것을 뮤지컬을 통해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1. 1930년대의 미국과 2013년 한국이 주는 공감대

 

작품의 배경인 1930년 미국은 경제대공황이 시작되던 시기이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과거의 다른 나라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현실과 묘하게 이어지는 공감대가 있다. 취업난과 부동산 폭락, 경기침체로 현실을 탈피하고 싶어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들과 대공황으로 집과 땅을 잃고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들이 닮아있기 때문. 1920년 미국, 화려한 여배우를 꿈꾸며 배우 생활로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꿈을 가진 15살의 보니는 2013년 한국, 배우가 되어 집안에 빚을 갚겠다는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여주인공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대공황으로 집과 땅을 잃고 천막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클라이드는 시간이 흘러 부자들의 차를 훔치며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범죄자로 성장한다. 은행과 공공기관을 털며 당시 젊은이들에게 쾌감을 안겨주는 클라이드는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시티헌터’의 이민호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고전 ‘홍길동’이 떠오르기도.

다른 나라의 다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시대에 대항하는 ‘악’과 그들을 보며 환호하는 다수의 ‘약자’들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와 쾌감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무대와 음악

 

극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는 부자들에게서 훔쳐 낸 ‘자동차’이다. 무대 중앙과 옆에서 등장하는 커다란 자동차는 보니와 클라이드의 로맨스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이들의 죽음을 함께하기도 한다. 무대를 가득채운 목조 세트 때문에 좁고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무대장치로 인해 관객들은 흙냄새 가득 한 1930년대 미국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엔 음악도 한 몫을 한다.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천국의 눈물>, <스칼렛 핌퍼넬> 등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뮤지컬 음악을 만들어 낸 프랭크 와일드 혼이 고전을 벗어나 현대적 감각으로 만들어낸 빅밴드의 음악. 트럼펫 등 관악기가 돋보이는 재즈풍의 음악은 시대를 반영하면서 세련된 사운드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듀엣곡들이 좋았다. 배우를 꿈꾸는 어린 보니가 여전히 배우를 꿈꾸며 웨이트리스를 하고 있는 성인 보니로 성장하고, 자전거 도둑이었던 어린 클라이드가 뻔뻔하고 당당하게 자동차를 훔치는 성인 클라이드로 성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클라이드를 사랑하는 보니와 클라이드의 형인 벅을 사랑하는 블렌치의 듀엣도 좋았다. 위험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들의 심정을 노래하는 곡으로 화음이 아름다웠다.


 

3. 같은 역할 다양한 연령대, 캐스트에 주의할 것!!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시대에 반항하는 범죄자들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엔 보니와 클라이드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캐스트의 조합을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클라이드의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 실제로 프레스콜 현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한지상 배우와 박형식 배우는 같은 역할을 연기한 배우라고 보기 힘들 만큼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었고, 연령대 역시 확연하게 달라보였다. 클라이드 역할을 맡은 박형식, key 두 배우의 연인 리사 배우, 이들의 연적 김법래 배우, 친형 이정열 배우는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사랑하는 여인과 도주를 하는 시대를 풍미한 매력적인 범죄자라는 점, 겹치는 캐스팅 때문에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각각의 캐스트들이 완전히 다른 매력을 뽐낼 것이라는 것. 장난기 많은 엄기준 클라이드, 섹시한 한지상 클라이드, 풋풋한 박형식 클라이드, 시크한 Key 클라이드, 섹시로 무장한 리사 보니, 매력적인 보이스로 재즈를 소화하는 안유진 보니, 통통 튀는 다나 보니를 기대한다.

 


4. 뮤지컬 그리고 아이돌

 

요즘 시작하는 뮤지컬들의 특징은 ‘아이돌’ 가수의 출연이다. 이는 새로운 관객 유입이라는 장점과 기존 관객의 거부감이라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인 클라이드 역할에 ‘핫’한 뮤지컬 배우인 한지상 배우, 뮤지컬 팬과 일반 대중 모두에게 친숙한 엄기준 배우, 아이돌 가수 Key와 박형식 배우가 출연하는 것. 흥행을 위해 극과 어울리지 않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경우 클라이드의 실제 인물이 20대 초반이었다는 것과, 시대에 반항하고 도피하는 어린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작곡가의 의도와 맞아 떨어진다. 두 배우 모두 첫 뮤지컬 도전이 아니고, 연기와 노래 모두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기 때문에 티켓을 구매하는데 큰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돌의 인지도에 밀려 실력 있는 무명 배우가 주연으로 대극장 무대에 서기 어렵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디션을 통해 실력 있는 신인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대극장 공연에 신인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다는 것이 제작사 입장에서 굉장한 도박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무대에 세우는 제작진만큼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들도 주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공동 제작자이자 뮤지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 든 CJ E&M. 자사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 댄싱 9으로 가수도, 댄서도 발굴하는데 신인 뮤지컬 배우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나서 작품 제작과 캐스팅과정을 보여주면 작품과 배우 홍보에 충분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국민 뮤지컬 배우 오디션이 생겨서 실력 있는 신인들도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래본다.



글 오은지 기자 / musicalpublic@gmail.com

사진 박보라 raya12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