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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여신님이보고계셔-오은지

Reviewer's Talk





장     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공연기간 : 2013.05.21 ~ 2013.08.25

캐 스 트 : 김종구, 최호중, 이준혁, 정원영, 박정원, 윤소호, 박해수, 임철수, 최성원, 안재영, 김남호, 주민진, 강정우, 문상현, 이지숙

창 작 진 : 작 한정석, 곡 이선영, 연출 박소영 

 

6월이다. 호국보훈의 달.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망각한 사람들의 안일한 정책으로 누군가는 3.1절을 삼점일절로 읽고, 누군가는 신사참배의 신사를 싸이의 노래 제목 Gentleman으로 인식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시작 된 6월 25일도 육점이오로 읽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 숱한 침략과 전쟁을 겪으며 역사 속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이 땅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적인 과거 속에서 문학과 예술은 꽃 피었다. 나라를 잃고, 가족을 잃고, 나를 잃어야 했던 일제 강점기. 동족상잔의 비극이자 끝나지 않은 역사 한국전쟁. 수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상징 5.18 민주화 운동. 우리나라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정서. 시대의 슬픔. 이를 문학으로, 예술로 발전시켰다.

 

시대의 아픔을 재현한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은 주제의 묵직함만으로도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그 가운데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있다.




상처받고 지친 이들을 위한 쉼터

 

사실 한국전쟁 시기, 남한군과 북한군으로 나뉘어 싸우고, 정을 나누고, 다시 헤어지는 이야기가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 투 동막골에서도 비슷한 정서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재만 비슷할 뿐 이야기가 뻗어나가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남한군과 북한군이 하나 되는 과정을 유쾌하고 명랑하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풀어내는 균형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남과 북, 적군으로 만난 여섯 남자가 각자의 사연을 통해 전쟁의 비극과 참혹함을 보여주고,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키며 현실을 극복하는 치유의 과정을 밝게 그려내는 것이 흥미롭다.

 

 관객들은 그 과정을 따라가며 인물들의 변화를 보는 것 만으로도‘힐링’을 받는다. 전쟁과 다름없는 일상에서 상처받고 지친 이들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는 쉼터가 되어주는 작품인 것이다. 이것이 한 번 공연을 본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게 하는 힘이다.

 




스토리를 가진 음악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또 다른 강점은 ‘음악’ 그 자체이다. 연극이나 드라마처럼 스토리만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상황을 전달해야하는 뮤지컬. 그런 뮤지컬에서 '음악’의 힘은 정말 크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면 대중에게 잊혀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소극장에서 시작했지만 중극장 규모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때문에 웅장한 합창곡이 중간 중간 배치되어있어 지루하지 않다. 단조롭고, 쉬운, 가요풍의 노래라는 대학로 뮤지컬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극의 전개에 맞춰 진행되는 멜로디. 장면을 보지 않아도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스토리를 가진 음악. 뻔하지도 쉽지도 않은 화음.

 

여섯 군인들의 굵직한 합창과 대조되는 여신님의 낭랑한 목소리. 작은 극장에서 객석으로 꽂히는 배우들의 육성.  캐릭터에 녹아들어 생명을 불어넣는 그들의 열정, 극에 재미를 더해주는 애드립, 배우들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간을 딱 맞게 맞춰주는 소금같은 존재이다.




극작, 작곡, 연출, 배우의 뛰어난 앙상블

 

치유의 메시지, 완성도 높은 음악, 열정적인 배우. 거기에 탁월한 연출까지 더해지니 극의 매력은 배가된다.

 

- 점점 조여 오는 순호의 심리를 보여주는 ‘악몽에게 빌어’에서 순호의 감정을 따라

점점 조여 오는 핀조명

 

- 두려움에 떨고 있는 순호를 악몽으로부터 꺼내주는 영범의 아름다운 자장가

‘꽃나무 위에’

 

- 무인도에 표류한 여섯 남자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음식을 빼앗고, 현실을 도피하고,

서로 쫒고 쫒기며 절망과 혼란 속에서 부르짖는 '그저 살기위해'

 

- 묵직하던 초반의 분위기를 영범과 석구의 화려한 춤사위와 창섭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반전 시키는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노래 '장군님이 살아 계셔'

 

- 여신님과의 동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공동생활규칙을 만드는

화합과 통합의 노래 '그대가 보시기에 reprise'

 

- 석구의 눈물만큼 맑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애절한 ‘꽃봉오리’

 

- 주화가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빨래에서 춤으로

재치 있게 넘어가는 장면 전환, 박자를 세며 부드럽게 외치는 ‘원 투 쓰리 포’와

제목을 4행시로 활용한 아름다운 가사

 

- 전쟁의 중심에 있는 인민군 간부 창섭의 죄책감과 전쟁터로 내몰린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애절함이 묻어나는 ‘꽃나무 위에 reprise'

 

-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여신님이 찾아와 근심과 걱정을

흘려보내줄 것 같은 위로의 노래 ‘꿈결에 실어’

 

- 주어진 길을 따라 달려온 묵묵한 군인 동현의 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로 시작해

하나뿐인 배와 서로 다른 길 때문에 각자의 길로 가야하는 영범과 창섭이

비극적인 현실을 깨달으며 마무리 하는 '돌아갈 곳이 있어'

 

- 수직으로 상승하는 멜로디처럼 폭발하는 여신님의 존재감과

순호의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보여 주세요'

 

극작, 작곡, 연출, 배우의  앙상블이 꽤 만족스럽다.

 



초연에 대중성을 더해 돌아온 재공연

 

초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재공연에 돌입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부분이 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무대. 초연 당시 비좁았던 충무아트홀 블루 소극장을 실용적으로 사용했던 푸른 조명의 신비로운 언덕과 숲을 연상시키던 철제 사다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트원에는 거친 갈대로 가득 찬 삭막한 무인도가 기다린다. 무대 아래에 있어서 뒷좌석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배는 시원하게 무대 위에 올라왔고, 배우들의 동선도 넓어졌다. 덕분에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판타지가 약해졌다. 여신님의 신비로움이 줄어들고, 각자의 여신이 살아났다. 각자의 사연이 깊어지다 보니 함축되어 있던 메시지는 쉽게 풀어졌다. 한마디로 친절해졌다. 친절해진 여신님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 라운지에서 박소영 연출이 말했듯 공연을 제작하는 기준은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맞춰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개월 동안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대중성을 강화하여 돌아온 것이다.

 

극장이 커지고 티켓 가격이 올라갔는데 라이브로 연주하던 음악이 MR로 바뀐 것은 아쉬운 점이다. 몇 번의 음향사고가 실제로 일어났고, 초연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음악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것이다. 초연 배우들과 재연에 새로 투입된 배우들은 작품을 준비한 기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누가 더 낫다는 비교를 하기 어렵다. 대학로에서 오랜 기간 공연을 하고 있는 배테랑이고, 몇몇 배우들은 리딩과 쇼케이스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고 있다. 초연에서 영범과 순호를 제외한 모든 역할이 원캐스트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초연을 사랑했던 관객들은 아직 뉴캐스트 멤버들이 어색할 수는 있다.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트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 해석에 큰 차이가 있어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데도 다른 느낌을 받는다.

  

창작뮤지컬의 성장 드라마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신인 작가, 작곡가, 연출가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성장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데뷔를 꿈꾸던 동료들이 즐겁게 만든 작품이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 선정되어 리딩공연을 갖고,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쇼케이스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히고, 성공적인 초연을 마친 후 단기간에 재공연까지 무대에 올린 '창작뮤지컬 정석’의 느낌. 공모에 당선 되고도 제작사를 찾지 못하거나, 초연의 실패로 재연이 불투명한 일이 비일비재한 창작뮤지컬의 현실을 보면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소규모 창작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공연이 아닐까?

 

작품성과 수익성의 관계

 

초연부터 쏟아진 뜨거운 관객들의 사랑과 호평에도  불구하고‘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기준 미달로 평가 대상에 조차 오르지 못한 현실은 안타깝고 착찹했다. 예선 심사기준이 작품성이 아닌 객석 수였던 것. 녹녹치 않은 현실에 지쳐있는 소규모 창작뮤지컬을 격려하고 위로하기는커녕 상실감과 허탈함만 안겨주는 현실이다. 대형 제작사와 유명 라이센스 작품,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 것은 아닐까? 소극장이라는 단어에 섣불리 작품성을 가두고, 창작이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 뮤지컬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인 만큼 ‘객석수’가 아닌 ‘작품성’으로 평가하고, 검증된 소규모 작품을 소개하는 행사로 발돋움 했으면 한다. 지금 흥행하고 있는 유명 라이센스 작품들도 과거에는 분명 창작 초연이었고,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앤드는 뮤지컬의 요람이기도 하지만 무덤이기도 하다. 창작 예술인들에게 실패의 공포가 아닌 재기의 희망을 제시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Tip1.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무대를 굉장히 넓게 사용한다. 거기에  여신님이 지나다니는 언덕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배우들이 객석에 매우 가까이 나와있어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모두의 감정이 극으로 달려가는 '돌아갈 곳이 있어' 넘버가 진행될 때 영범과 창섭이 각각 무대 양 쪽 끝에 서있기 때문에 이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H열 뒷 편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앞 쪽에 앉더라도 가운데 좌석보다는 양쪽 사이드 좌석에 앉는 것이 시야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

 

 Tip2. 한국전쟁 속의 군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배우 구성과 제목에서 오는 거리감 때문에 남성 관객의 수가 현저하게 적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어쩌면 여성 관객보다 남성관객의 감동이 더 클 수도 있는 공연이다. 그래서 남성관객을 위한 할인이 마련되어 있다. '군인할인'. 현재 군 복무 중인 사람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는 일반적인 할인이 아니라 과거에 복무했던 사람들도 매표소에서 복무당시 군복 착용사진을 현장에서 제시하면 동반 1인까지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Musical Public Review

Email : musicalpubli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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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오은지
별명 - 오장
장래희망 - 뮤지컬작가/방송작가(현재 구성작가)
특기 - 혼자놀기
취미 - 뮤지컬/연극 관람, 독서
sns 링크주소 - 트위터 @musicher1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과 이유 -

개인적으로 브로드웨이 보다 웨스트엔드,
웨스트엔드보다 빈극장협회,
빈극장협회보다 창작물을 선호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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