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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그라운드

Over the RAINBOW

 

 

 

 

 “유대인, 게이, 집시들 없이는 극장도 없다(Without Jews, fags, and gypsies, there is no theater).”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원작자 겸 작곡가인 멜 브룩스의 말이다. 또 공연계는 유대인, 게이, 실력 없는 자로 나누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처럼 공연계(특히 브로드웨이)에는 게이들이 많고, 성소수자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이 성소수자를 다루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성소수자는 이성애자, 시스젠더와 비교되어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과 관련된 소수자를 일컫는다. 비슷한 말로는 퀴어와 LGBT가 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통틀어서 부르는 단어이다. 퀴어(Queer)는 원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말이나 지금은 성소수자 모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성소수자의 개념에는 무성애자도 포함되지만 극에서 다뤄지는 성소수자는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의 영역에 주로 한정된다.

 

  극에서는 때로 우회적으로 동성 간의 우정과 사랑 사이의 관계를 다루기도 한다. 이는 주로 남-남 사이의 관계를 주로 다루며 브로맨스라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극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다하더라도 팬들 스스로 그들을 특별한 관계로 설정하고 2차 창작물을 만들며 즐기는 경우도 있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과 존이 대표적인 예이다. 극에서 동성애, 특히 게이물은 하나의 흥행 코드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첫째로 여성적 포르노, 성적 만족의 측면이다. 남남 구도에서는 어느 쪽이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일 필요가 없음에도 한쪽이 반드시! 수동적으로 설정된다. 여기서 기존 남녀구도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던 여성이 현실의 수동적 여성성에 반발하여 남성의 수동적 추락을 즐긴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서사로써의 동성애가 즐거움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필연적으로 사회로부터 용인되지 못하는 비극성을 내포하고 있고, 이러한 비극성은 서사로서의 동성애의 매력을 증대시킨다는 분석이다. 또한 여성들이 극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 감정이입의 대상이 아닌 다른 여성으로 받아들이는데 반해, 동성애 코드는 오히려 감정 이입이 쉽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도 보수적인 현재 한국 정서와는 달리, 적어도 극장에서는 성소수자가 더 이상 소수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성소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는지, 이러한 방식이 과연 실제 현실의 그들의 삶에 기여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아이엠 그라운드 일곱 번째 시간. 이번 시간에는 다양한 작품에서 등장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1. 성소수자, 그들을 이야기하다

 

[엠마] ‘아이엠 그라운드’ 좀 늦은 일곱 번째 시간! 오늘은 뮤지컬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루시] 네.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요, 최근 들어 성소수자들이 주인공으로 혹은 감초 역할로 등장하는 작품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니 한 번쯤은 이야기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엠마] 맞아요. 여타 장르에서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긴 마찬가지지만, 최근 공연된, 공연 중인, 그리고 공연 예정인 작품 중에 등장하는 성소수자들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졌어요.


 

레인보우는 동성애자와 동성애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식이다


[루시] 그 이유에 대해서 나름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죠.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이 여성이잖아요. 여성들의 특징이라면 공감과 이해 능력이 남성들보다 뛰어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나아가서는 그들에 대해서도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엠마]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성소수자에 대해서 더 오픈마인드기도 하고요. 근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성소수자에 대해서 그렇게 오픈마인드는 아닌데요, 뮤지컬로만 본다면 정말 활짝 마음이 열려있는 것 같아서 좀 아이러니해요. 이어지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의 팬덤 문화를 접하기 쉬운 젊은 세대에게는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이 예전보다 훨씬 덜한 편이죠. 뮤지컬 외에 장르에서 이미 많은 성소수자들이 다뤄졌고, 그런 것들이 접하기 쉬운 환경 덕분에 좀 더 생각이 유연해진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루시]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것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하나의 설명하기 힘든 문화현상?

 

[엠마]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또 그걸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자연스럽게 그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거랑 비슷해요. 물론 그 이야기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이 많긴 하지만, 그런 건 우선 빼고 보면 어쨌든 최근 우리나라 뮤지컬에서 성소수자는 어찌 보면 흥행코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2. 너무나 특별한 당신

 

[엠마] 그럼 작품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성소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뮤지컬로 그려지는 작품들이 많죠. <라카지>, <헤이자나>…

 

[루시] 가장 최근은 <헤드윅>이죠. <헤드윅>부터 이야기 해 볼까요? 이 작품은 헤드윅과 앵그리인치라는 밴드가 무대에서 콘서트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 되요. 주요 이야기는 그녀의 인생이야기인데, 어떻게 해서 이곳에서 콘서트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연을 풀어놓아요. 모노드라마는 아니지만, 헤드윅의 모노드라마 같은 느낌이 나요.

 

[엠마] 많은 작품에서 성소수자는 보통 동성애자로 그려지거든요. 하지만 <헤드윅>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해요. 작품의 이야기도 단순히 성적소수자로서의 삶을 그려내는 게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도 들어요.

 

<헤드윅>


[루시] Origin of love!

 

[엠마] 빙고. 그 노래 가사에서 ‘등이 붙은 두 소년, 돌돌말린 두 소녀, 소년과 소녀 하나 된’ 거 이렇게 해서 아예 사랑의 근원에 세 가지 사랑 모두를 포함시키죠.

 

[루시] 흔히 하는 말 그대로 다른 거잖아요. 틀린 게 아니라.

 

[엠마] 헤드윅이 트랜스젠더긴 하지만, 완전히 수술에 성공한 것도 아니어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경계에 있잖아요. 뭔가 그런 설정들이 상징하는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 작품에서.

 

[루시] 혼자로서는 불완전 하다 뭐 이런 걸까요?

 

[엠마] 네. 아마도. 원래 하나였던 몸이 떨어진 거니까- 반쪽을 찾지 못하면 인간은 계속 외롭다 이런 거? 슬퍼지네요.

 

[루시] 헤드윅은 굉장히 화려한 분장을 하고 나와요. 드래그 퀸과 비슷하게 짙은 화장하고. 그걸 보면 좀 슬픔을 감추려는 것도 있는 것 같고. 헤드윅 이야기 듣다보면 인생이 뭔가 싶어서 소주 한 잔 하고 싶고.

 

[엠마] 저 언니 팔자 참… 이러면서 같이 술 한 잔 하고 싶고 짠하고 그렇죠.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또 그 이면에는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슬픔이 있죠.

 

[루시] 성수소자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은 그들의 삶의 애환도 많이 느껴지지만, 성장스토리가 강하게 보여요. 정체성에 대한 굉장한 고민을 하고 결국엔 자기가 누구인지 잘 모르다가 딱 알게 된다던가, 남과 다른 자기를 막 인정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성장스토리를 차용하고 있지만, 뭐랄까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고 할까요?

 

[엠마]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콩칠팔새삼륙>. 여성으로서, 레즈비언으로서 용감한 선택을 했던 그녀들


[루시] 거의 대부분이 그런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콩칠팔새삼륙>? 1900년 대 초반에 주체적인 여성으로의 자각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잘 드러난 작품이 아니었나요? 그 과정에서 외부의 강한 압력을 어떻게든 극복하잖아요.

 

[엠마] 저는 그 작품이 성장 스토리라기 보단 로미오와 줄리엣 여자버전 같은 느낌이었어요. 극중에서 뭐 서로의 마음을 깨닫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루시] 저는 한 개인이 자신의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혹은 그 다름을 극복하면서 개인적으로 한 뼘 성장하는 그런 이야기로 많이 보였어요.

[엠마] 성장했지만 죽었잖아요.

[루시] ………… 철들자마자 죽는 겁니다. 인간은.

[엠마] 헉!

 

 

#3. 정체성의 정체를 찾아서

 

[엠마] 정체성 하니까 역시 정체성 고민은 청소년기 아니겠습니까?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성소수자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뮤지컬으로는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스프링 어웨크닝>, 연극으로는 <히스토리보이즈>, <나쁜자석>, <정물화> 등이 있는 것 같네요.

 

[루시] 아무래도 그때가 자기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장 많이 갖는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엠마] 맞아요. 감수성이 예민하고 친구와의 관계가 인생의 관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도 하고 그래서 저런 사랑인지 우정인지 자기들도 헷갈려하기도 해요.

 

<스프링어웨이크닝> 청소년기 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


[루시] 애매할 때가 있죠. 우정인지 사랑인지. 우선 청소년들의 성과 사랑 등을 다루었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에른스트와 한센이 동성애자로 등장하죠. 에른스트는 심각한데, 한센은 한때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한센은 양성애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어요. 아니면 딱 양성애자라기 보단 아직 성적 취향이 정해져있지 않거나.

 

[엠마] 그렇고 보니 진짜 다 그렇군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헷갈려하면서 성적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일수도 있고요. 한센은 초반에 여자사진 보면서 마스터베이션하기도 하지 않았나요? <나쁜자석>도 프레이저는 여자들도 많이 만났으니 확실히 게이인건 아니고, <히스토리보이즈>도 데이킨은 이성애자였죠.

 

[루시] 네. 딱 뭐라고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어요. 그래서 그 작품 속에서는 아주 진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희화화하는 그런 멍청함은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막 그게 유별나 보이지도 않는 것 같고.

 

<히스토리보이즈> 시간이 흐르고 나면 모두 지나갈까?


[엠마] 동성애자라고 유난떨지도 않고, 또 그런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누구나 사춘기에 한번쯤 했을법한 고민들 같이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정물화>나 <히스토리보이즈> 같은 경우 학교가 배경이고 여러 학생들이 동시에 무대에 있는 장면이 많은데 그 시선들이 서로를 향하는 방향을 보는 게 재밌더라구요. 그런 거 있잖아요. 꼭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학창시절에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랑 더 재밌어 보이면 질투 나고 이런 거… <정물화>가 특히 그런 섬세한 소녀 감성을 잘 짚어냈어요.

 

[루시] 여자들 중에는 상당수가 학창시절에 그런 경험 한번쯤은 있지 않나요? 여중, 여고를 나온 입장에서 보자면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그런 감정들에 공감을 하기가 좀 더 쉽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붙여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요.

 

 

#4. 고정관념


[엠마] <헤이자나>는 좀 성소수자에 대한 접근을 달리한 작품이에요. 아예 설정부터가 이성애가 문제가 되고 동성애가 정상인 사회죠. 이성애자들이 차별을 받
고, 이상하게 여겨져요. 극 안에서 이성애에 대한 차별이나 그들을 이해하자는 목소리가 극 밖에서 동성애를 보는 시선하고 많이 겹쳐요.

 

[루시] <헤이자나>의 그런 발상은 재미있었어요.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역지사지!

 

[엠마] 그렇죠? 약간 작정하고 한풀이 하려고 만든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근데 그렇게 직접적으로 역지사지를 보여주는 게- 아직 우리 정서가 아닌지. 1막 끝나고 나가는 분들도 많았다고 해요. 2막까지 봐야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는데.

 

<헤이, 자나> 동성애가 정상인 사회. 역지사지의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 작품


[루시] 직접적인 스… 스킨십이 많았으니까요…. 아직 그걸 받아들이기엔 좀 불편한 분들도 많이 있겠죠. 특히 남성분들 중에는 질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작품 이야기로 들어가서 저는 뭔가 어정쩡한 것 같았어요. 사실 어떤 면으로든 풀어가긴 쉽지 않았을 테지만요.

 

[엠마] 직접적으로 동성애랑 이성애를 뒤바꾸는 설정이 어떤 면에서는 유치해 보이기도 했어요. 그 중에서 제가 보기에 제일 좀 그랬던 건 이 작품에서조차 게이나 레즈비언을 스테레오타입으로 그리고 있다는 거죠. 여성스러운 게이, 씩씩한 레즈비언 이런 식으로… 근데 이런 표현이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오히려 굳혀버리는 게 아닌 가 이런 생각했어요.

 

[루시] 맞아요. 그런 면에서는 성적 취향을 떠나서 남녀라는 어떤 성 역할을 고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이게 현실하고 반대되는 부분이니까- 그건 것같이 따져보면 남성스러운 게이나 여성스러운 레즈비언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가 싶기도 하고… 아, 머리가 아파오네요. 헷갈려요! 아무튼 확실히 직접적으로는 어떤 고정적인 이미지를 딱 보여주긴 했죠. 많은 작품들이 그런 우를 범하죠. 희화화하기도 하고.

 

[엠마] <라카지>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행복한 가정의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다만 그 주인공이 동성부부이고, 안주인이 드래그 퀸이라는 게 다를 뿐이죠. 작품을 잠깐 소개하자면 게이커플인 조지와 앨빈의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하면서 일이 벌어져요. 상견례를 해야 하는데 아들은 부모가 게이라는 걸 숨기고 싶어 하고, 엄마 역할의 앨빈은 어떻게 해서든 아들의 상견례에 참석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어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치열한 성정체성 고민 같은 건 없는 것이 특징이에요.

 

<라카지> 행복한 가정에 어머니의 희생은 필수다?


[루시] 전 조지와 앨빈네도 그렇지만, 정치가 가족도 좀 이상하더라고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과 옴짝달싹 못하는 엄마와 딸… 이게 꼭 일반적인 가족을 대변하는 느낌이어서 오히려 불편했어요. 작품에서는 조지와 앨빈네와 비교하기 위해 등장했을지 모르겠지만요.

 

[엠마] 이 작품이 만들어진 게 60년대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싶긴 한데. 이래저래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은 작품이에요. 좀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자자한테도 어머니로서의 희생을 강요하잖아요. 정상적인 가족에서 엄마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화나는데 심지어 이건 진보적인, 남남 가정인데도 남자가 여자역할을 하면서 희생해야해… 웃기죠.

 

[루시] 그래서 <라카지>는 여러모로 특이한 느낌이었던 것이 기존 관념에 대항하는 듯 동성애자들을 주인공으로 꺼내놓고 하는 얘기는 굉장히 보수적인 가치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엠마] 지인 중에 게이가 있습니다만 사실 대부분의 게이 커플이 남여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지는 건 아니라는데 극에서는 특히 남여가 고정되는 느낌이 있어요.

 

[루시] 대체로 많은 작품에서 그렇게 구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뭐 그런 성역할 구분이 잘못 된 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뭔가 가끔 읭? 스러울 때가 있기도 해요.

 

[엠마] 주인공 가족은 그냥 대비를 위한 설정뿐이었나 싶기도 하고.

[루시] 하지만 자자언니는 예뻤……

[엠마] 그게 작품의 매력의 절반이상이라고 봅니다. 공연보고 나오면 수치심을 느꼈죠.

[루시] 너도 울고 나도 울고.

 

 

#5. 약방의 감초?!

 

[엠마] 작품 속에는 주인공 보다는 조연으로 활약하는 성소수자들도 많아요. 특히 게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주로 쇼스타퍼 느낌으로 깨방정을 떠는 역할로 자주 등장해요.

 

[루시] <웨딩싱어> 조지. 쇼스타퍼나 깨방정까지는 아니지만 몇몇 장면에서 감초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엠마] 웨딩싱어에 게이가 나왔어요? 나 분명 봤는데… 조지가 누구죠?

 

<웨딩싱어>. 조지를 보면 가수 프린스, 보이 조지가 떠오른다

 

[루시] 로비 친구 중 1인. 약간 화장 진하게 하고, 좀 여성스러운 제스처도 많이 취하는 친구요. 혹시 가수 프린스 아세요? 약간 그런 스타일의 외모로 등장하죠. 그 나는 싱글~ 뭐 이런 가사 있는 노래 부를 때도 조지는 여자들은 다 질색이라고 말해요.

 

[엠마] 아! 기억났어요. 확실히 좀 유쾌한 느낌이 있었죠. <헤어스프레이>, <리걸리블론드>에도 조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게이들이 등장했던 것 같아요. <락오브에이지>에도 나올걸요. 시장 아들이 나중에 거의 극 마지막에 커밍아웃을 하기도 하죠.

 

[루시] <애비뉴큐>도 한명 커밍아웃 하죠. 근데 이작품은 다른 작품과 다른 게 다른 작품은 주변 분위기가 게이라고 밝히면 정말 매장당할 거 같은 분위기인데 여기는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커밍아웃해주길 기다리는데, 로드가 결단을 못 내리고 망설이는?

 

[엠마] 그렇네요. 커밍아웃만 안했지 다들 알고 있었고. 오히려 북돋아주는 그런 따뜻함! <애비뉴큐> 등장인물들이 다 루저-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루저들이 많은데, 로드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게이라는 것 때문에 애비뉴큐에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루시] <애비뉴큐> 등장인물들 대부분은 인형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다른 작품보다 그런 동성애자를 받아들이는 것도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니면 좀 쉽게 받아들인다고 할까요? 섹스신을 야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건… 아닌가… 꺄하하.

 

<애비뉴큐> 로드는 커밍아웃에 대해 걱정 한다


[엠마] 그럴지도 몰라요. 인형들이 귀엽게 하니까 수위가 높은 이야기도 가능했던 것 같아요. 좀 뭔가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인형이 하니까 그걸 날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효과? 성인용 만화영화 같은 느낌 영리한 작품입니다.

 

[루시] 그나저나 굉장히 희극적으로 그러지는 인물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 봐요?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죠? 무의식적인 편견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던 건가요?

 

[엠마] 한번 생각해봐요.

[루시] 그… <라카지> 쟈코브. / [엠마] 일단 <라카지>의 쟈코브!

[엠마] 찌찌뽕. 등장하면 분위기가 확 밝아지고 유쾌해지죠? 김호영 배우가 잘하기도 엄청 잘했고.

[루시] 그냥 정말 gay 감정이 충만했어요.

 

<라카지> 자코브. 등장만으로도 유쾌해진다


[엠마] 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게이. 딱 홍석천 같은 느낌의 게이.

[루시] 톱게이. 홍석천씨 커밍아웃하고 발칵 뒤집어졌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젠 톱게이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니. 격세지감입니다.

 

[엠마] 십년정도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그 김수현씨 드라마 뭐죠? <인생은 아름다워>던가… 공중파 주말드라마에서도 게이커플이 등장하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후로 커밍아웃한 유명인이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하고

 

[루시] 아무래도 많이 열린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많다는 것이겠죠.

 

 

#6. 창작뮤지컬 속 성소수자

 

[엠마] 창작뮤지컬에도 성소수자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그들 중 대부분은 게이로 그려지고 있고요.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콩칠팔새삼륙>은 특이하게 레즈비언이 주인공이었고요.

 

[루시] 그리고 <풍월주>가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죠? 또 누가 있더라…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와 현빈이?

 

[엠마] 인우는 동성애자라고 보기는 애매하긴 하죠. 환생과 엮이면서 독특한 사랑의 형태가 되잖아요. 겉모습은 남자이지만, 그 안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태희니까요. 오히려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작품보다도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냉혹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뭐 학교도 쫓겨나고 그러니까요.

 

[루시] <오디션>이라는 창작뮤지컬에도 다복이라는 인물이 게이로 등장해요. 작품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이라 특색이 있는 역할은 아니었는데 전 그게 좋았어요. 나중에 다복이가 짝사랑하는 사람을 향해서 담담하게 노래를 하거든요. 그 노래 듣다보면 같은 짝사랑인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7. 사랑보다 먼 우정보단 가까운

 

[엠마] 애매모호한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들도 많아요.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를 했지만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앨빈이나, <나쁜자석>의 두 인물도 그렇고요. <풍월주>도 좀? 확실한 성취향이 드러나는 건 아는데, 우정이라하기엔 좀 이상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가깝고도 멀었던 두 친구


[루시]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어색한 사이가 싫어서 나는 떠나네~♪ 이런 관계랄까요?

 

[엠마] ㅋㅋㅋ 노래 부르면서 읽었어요. 관계를 명확히 정의내리지 않고 관객들의 상상력을 도와주는 동시에 어느 쪽으로 딱 결정지으면 현실이 되지만 그 사이에 어딘가에 두면서, 현실과 좀 격리시키는 느낌이 있어요.

 

[루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많이 느꼈을 것 같은 감정인데요, 다들 남자들이 주인공이네요? 그리고 그들의 성취향이 작품의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고요. 대체로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인생 갱생의 큰 역할을 하는 그런 성장드라마에 가깝죠.

 

[엠마] 인물만 남자지, 감수성은 여자에 가까운 주인공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정말 실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루시] 가끔은 주인공이 여자여도 작품이 흥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같은 내용, 같은 연출에 인물만 여자로 바꿨을 때.

 

[엠마] 쉽지 않았겠죠. 아마도? 이게 제 생각인데 남자-남자면, 현실처럼 생각안하고 보는데 여자-여자로 바꾸는 순간! 무의식중에 자기를 대입하고, 극에 숨어있는 현실적 문제들을 느끼게 돼서 낭만이 없어진다고 할까요? 아님 판타지가 깨진다고나 할까요? 뭐 그런 거?

 

[루시] 아… 그래서 남남커플을 남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건가요? 그게 작품이라도? 그럴싸하다! 하지만 근데 이해하거나 설명하긴 참 힘든 것 같아요. 공감이라는 건 참 개인적인 취향이니까요.

 

 

#8. 버스타고 오는 그들, 부츠 신고 오는 그들

 

[루시] 하반기에 대형 뮤지컬 중에서 성소수자가 전면으로 등장하는 뮤지컬이 뙇! 두 작품이나 있어요. 정말 뮤지컬에서 성소수자들의 입지가 많이 넓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엠마] <프리실라> 포스터부터가 아주!!!!

 

[루시] 꽃보다 배우예요. 조권 빼고 다 몰랐다는 게 함정. ㅋㅋ 진짜 예상 밖의 캐스팅은 고민중! 그나저나 <라카지>가 한 2년 전에 초연할 때 드래그 퀸 쇼에 대한 홍보를 많이 했던 게 어제 같은데… 그땐 우려 같은 것도 있지 않았나요?

 

[엠마] <라카지>가 어느 정도 시장에서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이후 작품들은 그보다는 쉽게 무대에 오르는 건 아닐까 싶어요.

 

<프리실라>, <킹키부츠> 드래그 퀸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루시] 근데 <프리실라>가 성적 소수자 이야기 맞아요? 모든 드래그 퀸이 사실 게이는 아니잖아요. 드래그 퀸은… 성적 취향이라기 보단, 패션취향에 가깝다고 들었거든요.

 

[엠마] 드래그 퀸 세 사람이 프리실라라는 버스를 타고 호주의 오지로 공연을 떠나는 내용이래요. 그런데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좀 특별한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둔 것 같더라고요.

 

[루시] 프리실라가 버스 이름이었어요? 주인공이름인줄! 아, 그래서 포스터에 버스가 있구나. 이건 또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화려한 볼거리는 보장된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해요.

 

[엠마] <킹키부츠>는 원작이 영화인가 봐요. 신사화 공장을 물려받은 주인공이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드래그 퀸 쇼의 주인공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장남자용 ‘킹키부츠’를 만들어서 공장을 살렸다는 실화가 영화가 되고, 또 뮤지컬이 되었대요.

 

[루시] <프리실라>랑 <킹키부츠>가 공통점이 많네요? 드래그 퀸이 등장한다는 점, 영화가 원작이라는 점, 또 해외에서 작품성이나 흥행성을 인정받았다는 점 등등. 하반기에 비교해서 볼만한 뮤지컬이 되겠어요.

 

 

#9. 좀 더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길

 

[루시] 뮤지컬 속에 등장하는 성소수자들을 보았어요. 언급을 하지 못한 인물도 있고,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고 넘어간 인물도 있지만요. 시작할 땐 몰랐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네요. 성소수자… 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엠마] 진지한 태도와 시선으로 그들을 대하는 작품들도 있지만 몇몇 작품들은 정형화된 타입의 성역할을 고착화시키기도 하는 작품들도 많은 것 같아요.

 

[루시] 어쩌면 그게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전형적인 것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예전보단 많이 부드러워진 것은 확실해요.

 

[엠마] 작품 속에서라도 이렇게 많이 다뤄지다 보면 사회에서도 좀 관대해지는 순기능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게이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던 중년 아주머니가 <라카지>를 보면서 공감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결국 그 인식이 천천히 확장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루시] 덧붙여서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들도 많이 나오길 바라요. 지금은 그들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고 이게 라고 하는 작품이 많은 것 같거든요. 단순히 한때의 흐름을 타고 만들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한 고민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한 요소가 되면 좋겠고요.

 

[엠마] 동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파격적이고 다양한 작품이 나오겠죠? 또 그만큼 더 그들을 보는 시선도 다양해졌으면 합니다.

 


글. 최영현 기자(snow7wons@gmail.com)

박초희 기자(bono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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