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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그라운드

나를 온통 뒤흔든 그 이름

 

 

 

 

  늘 곁에 있기에,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이름’도 그 중 하나다.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뜻하는 말 ‘이름’은 단순한 사전적 정의를 넘어 훨씬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바로 ‘존재’라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나’는 그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라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종이 위에 꾹꾹 적어놓은 몇 글자 속에, 입에서 흘러나오는 몇 음절 속에 한 사람의 존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이름 밖에 없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상 세계에서도 한 인물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하며, 효과적인 방법이 이름이다. 이름 하나 만으로도 인물의 성별, 성격 등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름은 개인의 신변 정보뿐만 아니라 때로는 사회적 지위나 시대 배경 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가 등장인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은 지어주는 것은 어쩌면 등장인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쉽지만, 그 이름을 짓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허구 속 인물들에게도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등장인물의 이름은 극 전체의 내용과 인물의 특징을 고려해서 짓게 된다.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 발음, 어감 등도 이름 짓기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밖에 장르에 따라 이름의 호불호도 갈릴 수 있는데, 코미디에서 우스꽝스러운 이름은 환영받기에 충분하지만 진지한 멜로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 새 이름이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실존 여부와 관계없이-이나 작가 지인 혹은 작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도 이름이 있다. 그 이름 중에는 무대를 압도하는 이름도 있고, 관객에게 쉽게 잊히는 이름도 있다. 그 많은 이름 속에서 같은 이름을 살펴보다 문득 같은 이름의 거의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그 가운데 몇몇 작품에서 반복되는 이름이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란다.


  그래서 <아이엠그라운드> 이번 시간에는 여러 작품 속에서 등장하여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 이름 ‘루시’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

 



*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보지 않았을 경우 읽는 즐거움이 덜 할 수 있습니다.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으면 더 재미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1 루시. 그 이름의 시작


[엠마]  아이엠 그라운드 세 번째 시간.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나름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바로 ‘루시 특집’. 뮤지컬에 등장인물의 이름 중에 ‘루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죠?

 

[루시] 네. 루시라는 이름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영어권에서 선호하는 이름 중에 하나에요. 그리고 중세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시대를 막론하고 꾸준히 인기가 있는 이름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엠마]  작품에서는 너무 흔한 이름은 잘 쓰지 않는데 이렇게 많이 쓰이는걸 보면 루시라는 이름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아요. 루시라는 이름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루시 이름의 어원은 라틴어 ‘Lux(빛)’이다


[루시] 글쎄요. 제가 진짜 루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하하하하. 음. 우선 뜻이 좋아서가 아닐까요? 루시라는 이름을 좀 소개하자면요, 어원은 ‘빛’이라는 뜻의 라틴어 ‘Lux’예요.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 남성형은 루시우스(Lucius), 여성형은 루시아(Lucia)고. 이 이름은 나라마다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불리는데요, 예를 들면 루, 루치, 루치아, 루치다 등등… 27가지나 된데요.

 

[엠마]  오! 어원은 빛이군요. 그러고 보니 빛의 조명도를 나타내는 단위도 럭스(lux)네요. 루시아, 루치아 이런 차이는 이제 언어권에 따른 발음 차이이고 결국 동일한 이름이군요.

 

[루시] 럭스라니! 이과생이 등장했다! 동네마다 표기와 발음이 다른 거죠. 여담인데 루시라는 이름에 빛이라는 뜻이 있어서 새벽에 태어난 아이들이 이 이름을 선호한다고 해요.

 

[엠마]  뭔가 상당히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이름이네요. 어원이 빛이라고 하니까 근원, 시작이라는 이미지랑 따뜻함 같은 게 떠올라요.

[루시] 발음은 좀 명랑하고 쾌활한 느낌도 들지 않나요?

[엠마] 네. 약간 통통 튀는 느낌 있어요. 어원이랑은 상관없을 것 같긴 하지만 ‘루시퍼’랑의 발음의 유사성 때문인가 뭔가 악동? 같은 느낌도 좀 들고요.

 

 

#2. 성녀와 악녀 사이


[루시]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루시퍼~♪ 루시퍼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우리가 작품에서 만나는 루시들이 좀 이중적이거나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루시라는 이름도 상반된 이야기를 갖고 있어요.

 

[엠마] 정말요? 어떤 이야기에요?

 

[루시] 먼저 3~4세기 경 이탈리아 사라쿠사의 동정순교자인 루치아(루시의 이탈리아식 이름)에 대해 이야기해드릴게요. 루치아는 어렸을 때 동정서원을 했는데, 이 사실을 몰랐던 부모님이 딸에게 청혼한 남자에게 결혼을 허락했어요.

 

[엠마] 동정서원은 결혼을 하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약속하는 서원을 말하는 거죠?

 


St. Lucia before the Judge by LORENZO LOTTO


[루시] 네. 루치아는 부모님께 자신이 동정서원을 당했다는 걸 알리고 파혼을 하는데, 파혼 당한 남자가 루치아를 집정관에게 고발해요. 당시는 그리스도인에 대한 박해가 심했던 때라 루치아는 온갖 고문을 당하고 순교를 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고문을 당하면서 눈을 뽑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수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눈병이 난 사람들이 루치아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면 눈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어요. 그래서 루치아는 광명의 성녀, 시력의 보호자로 불려요.

 

[엠마] ‘산타 루치아’가 이탈리아어로 ‘성녀 루치아’를 말하는 거라는데, 그럼 그 성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었군요? 오~ 이야기가 또 그렇게 연결 되니 신기하네요? 그럼 루시퍼와 관련되었다는 그 이야기는 뭔가요? 매우 궁금!

 

[루시] 이건 신빙성이 없는 전설이에요. 성서에 아담의 부인은 이브라고 나와 있지만, 일부 전설에는 이브 전에 부인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아담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데요. 아담은 부인이 순종하길 바랐는데, 부인은 그게 싫었던 거죠. 그래서 그 여자는 아담을 떠납니다. 그리고 악마와 결혼을 해서 수많은 악마들을 낳았다고 해요. 일종의 악마들의 어머니죠.

 

[엠마] 그 여자의 이름이 루시?

 

[루시] 일반적으로 릴리스 또는 릴리트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또 일부 전설에서는 루시라고도 한다고 해요. 이건 추측인데 루시퍼가 천사였을 땐 광명의 천사였던데다가 이름의 어원이 같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루시 이름의 기원이나 유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루시라는 이름이 좀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엠마] 왠지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뮤지컬 작품 속 루시들을 보면 하나 같이 좀 이중적인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3. 루시 in <두 도시 이야기 >

[엠마] 그럼 작품 속에 있는 루시들을 만나 볼까요? 먼저 <두 도시 이야기(이하<두도시>)>의 루시! <두도시>의 루시 빛처럼 따뜻하게, 모두에게 친절을 베푸는 캐릭터에요. 따뜻함+상냥함+친절함 이런 게 복합된 느낌이죠.

 

[루시] <두도시>의 루시는 어떤 사람에게는 좀 아픔을 주는 여자이기도 하죠. 그리고 성장기도 좀 명암이 깔려 있고요. 온 세상을 사랑하리라~ 이런 느낌도 좀 있고. 딱히 인물이 일부러 그러기 보단,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지만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루시


[엠마] 사랑이 넘치는 캐릭터에요 내면에서 따스함이 넘쳐흐르는. 시드니한테 목도리도 떠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챙겨주니까 시드니는 사랑에 빠지죠. 그러나 루시는 그 사랑을 보답해줄 수가 없죠. 어떻게 보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친절이라고 할까요.

 

[루시] 그러고 보면 만인에게 친절 하느니 철벽녀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으니까요!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런 거는 거 왠지 답이 없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루시 탓을 할 수도 없고.

 

[엠마] 넘치는 따스함이 상대방에게는 괴로움을 줄 수도 있는 그런 인물이네요?

 

[루시] 뭐랄까, 빛인데… 시드니 인생에서는 루시는 한줄기 빛이죠. 그 거지 같은 인생을 청산하게 해준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 빛이 나만을 위한 특별한 빛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모든 곳을 다 비추는 태양이었던 거죠.

 

[엠마] 심지어 특별한 빛은 다른 사람-다네이한테 비추고 있었고요. 어떻게 보면 시드니한테 루시는 천사이자 악마일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흑흑. 시드니 이 불쌍한 사람.

 

[루시] 근데 크게 생각해보니 이 작품 자체도 시대의 명암이 있네요? 전 <두 도시>를 보면 두 도시가 굉장히 상반된 느낌이었거든요. 영국은 평화, 가족, 화합, 프랑스는 분리, 죽음… 이런 이미지가 강해서….

 

[엠마] 작가가 루시 이름의 중의적인 이미지를 작품 배경의 상반된 환경을 나타내는 느낌으로 사용했다?

[루시] 빙고! 이름이 복선인거야! 물론 이건 2013년 대한민국에 사는 한 뮤지컬 팬의 짜 맞추기에 가까운 이야기지만(웃음)

 

[엠마] 이건 마치 <응답하라 1994> 팬들의 복선 놀이를 보는듯한! 작가는 그런 생각이 없었을 것 같지만 흥미로운 가설이에요. 딴말인데 어제 응사보고 칠봉이도 시드니 못지않은 호구의 아이콘이더라는….

 

 

#4. 루시 in 셜록홈즈


[루시] 뮤지컬 <셜록홈즈>는 국내 창작진이 쓴 창작극인데도 여주인공 이름이 루시에요. 여기 루시는 왠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나쁜 여자의 대명사 같아요.

 

[엠마] 이 작품에서 루시는 마냥 따뜻하고 착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범죄를 저질렀고, 또 다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죠. 그러고 보면 루시가 작품 속 사건의 시작점이네요?

 


뮤지컬 <셜록홈즈>. 범인보다 더 궁금한 루시의 정체


[루시] ‘시작’하니까 뜬금없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1974년에 고고학계에서 굉장한 사건이 있었어요. 사람 뼈를 발굴한 건데요, 이게 당시까지 가장 오래된 인류의 유해였대요. 전체 골격의 40%가 발굴되어서 고인류학 연구 분야에 획기적인 성과를 가져왔죠. ‘최초의 인류’라고 불리는 이 유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학명으로 붙었지만, ‘루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발굴 당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노래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래요.

 

[엠마] 어? 그 노래 비틀즈 노래 아닌가요? 나중에 엘튼 존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고. 되게 유명한 노래잖아요. 분위기도 굉장히 독특하고. 그런데 그 노래 제목이 ‘최초의 인류’랑 이어지다니 재미있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셜록홈즈>에서 에릭이 루시를 처음 보고 부르는 넘버가 떠올라요. ‘시작 됐어~ 널 만난 그 순간부터~♪’

 

[루시]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비틀즈 노래도 생각난 거고. <셜록홈즈>의 루시는 모든 사건의 시작이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 루시는 어떤 사건의 시작인 건 맞는데 그 시작 외에 하는 일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거 같아요.

 

[엠마] 맞아요. 굉장히 수동적인 캐릭터죠. 모든 사건의 중심이자 시작인데 극에서 딱히 액션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루시에 대해 작품에서 설명해주는 게 많지는 않네요?

 

[루시]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나쁜 여자 이미지가 강하게 떠올라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랑에 빠진 건 순전히 에릭의 사정인거고, 범죄를 저지른 건 나쁜 남친을 견디다 못한 최후의 선택 아니었나요?

 

[엠마] 그러게요? 악의도 없었고, 어떻게 보면 피해자인데 나쁘게 인식되는 건 본인의 행동에 결과로 한 가문이 풍비박산 나는 비극이 발생해서겠죠. 설명이 많이 부족해서 종종 다양한 뒷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그래서 이야기 속 범인의 정체보다 루시의 정체가 더 궁금할 때가 있어요.

 

 

#5. 루시 in 지킬앤하이드


[엠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이하<지앤하>)>의 루시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요? <지앤하>의 루시는 뮤지컬 작품 속 루시 중에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요? 근데 그거 아세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루시들의 사회 계층이 다 다른 거? <두도시>에서는 귀족, <셜록홈즈>는 중산층, 그리고 <지앤하>의 루시는 하층민이에요. 그런데 공통점은 런던 시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루시는 이름의 이중적인 이미지가 가장 잘 부각된 인물


[루시] 오잉~ 신기하다. 앞에서 <두도시> 루시의 상반된 면을 이야기했지만, 그건 어떻게 보는지 시각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지앤하> 루시는 인물 자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요. 겉으론 몸을 파는 천한 여자이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되게 순수하게 그려지잖아요. 딱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중적인 면모가 있는 ‘루시’다운 인물?

 

[엠마] 다른 루시들이 딱히 인물의 변화가 없는데… 지킬 루시는 극 중에서 변화하고, 행동하기까지도 하고. 가장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루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또 작품 주제인 인간의 이중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중에 하나고요.

 

[루시] 얘기 나온 김에 엠마 이야기도 해볼까요. 이 작품에서 엠마는 자기주장이 되게 확실한 여자에요. 귀족이어서라기보단 그 시대에 드믄 배운 여자랄까. 외유내강적인 면이 많이 보이죠?

 

[엠마] 분명 집안 배경도 뒷받침이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돌직구도 날릴 줄 아는 여성이잖아요. 당시 여성들에게는 신분과 상관없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루시는 그런 면에서 자기 소리를 못 내잖아요.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루시] 네. 지킬을 품어주는 현명한 여자죠. 엠마도 흔한 수동적인 귀족 여자 캐릭터가 아니라 입체적이에요. 어떻게 보면, 둘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반대되는 성격을 나타내고 있네요. 그래서 처음엔 엠마와 루시가 좀 되게 상반된 이미지 인 것 같다가 루시가 변하면서 두 사람이 좀 닮아 보이기도해요. 엠마와 루시가 부르는 《In His Eyes》를 들으면 분명 다른 세계 사람인데, 굉장히 닮았어요.

 

[엠마] 지킬 사랑으로 대동단결. 지킬 참 부러운 남자에요.

 

 

#6. 맺음말


[루시] 시작할 때는 루시라는 이름이 되게 많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막상 꼽아 보니까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명색이 특집인데. 흑흑.

 

(좌)뮤지컬 <애비뉴큐> 루시 / (우)미드 <드라큘라> 루시


[엠마] 작품 속의 워낙 루시들의 임팩트가 강해서 그랬나 봐요. 비중을 막론하고 개성도 강하고. 최근작으로는 <애비뉴큐>에도 루시가 나오죠? 이름 자체가 루시 더슬럿. 지나치게 섹시하고 위험한 여자라고 할까요? 그런데 또 나중에 착해지잖아요. 종교에 귀의하는 것처럼 나오죠? 섹시 루시에서 성녀 루시로의 전환! 루시는 뭐 변신의 아이콘들인가봉가!

 

[루시] 내년에 올라올 작품 중에 <드라큘라>에도 루시가 나와요. 인물 설명은 ‘귀엽고 발랄하며 호기심이 가득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영혼 없고 악이 가득한 뱀파이어로 변신한다’ 라고 나옵니다. 소설 속에서는 구혼자가 세 명씩이나 나와요.

 

[엠마] 아니, 그 루시는 전생에 뭘 했답니까?

[루시] 귀엽고, 밝고, 발랄하고. 이런 이미지인데다가 또 결정적으로 미인. 뭔가 억울한 느낌이다. 난 왜 아닌가! 동명인데?

[엠마] ㅋㅋㅋ

 

[루시]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루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과연 정작 영어 문화권의 사람들은 루시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그냥 흔한 이름이라서 갖다 쓴 거라면 왠지 섭섭할 듯.

 

[엠마] 뭐 꿈보다 해몽이라고.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예요. (토닥토닥)

 

[루시] 그…그럴…까요? ‘루시’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다 하지 못해서 좀 섭섭하네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그럼 2013년 마지막이라고 나름 ‘특집’이었던 루시 특집. 끝! 마지막으로 같이 인사하고 마치도록 해요.

 

[엠마]/[루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The Beatles ]

 

 


글. 최영현 기자(snow7wons@gmail.com)

박초희 기자(bono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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