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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그라운드

왕 그리고 왕족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우두머리를 ‘왕’이라고 부른다. 왕의 성립 조건은 국가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엘만 서비스는 사회발전단계를 군집사회, 부족사회, 족장사회, 그리고 국가로 나누었다. 수렵과 채집생활을 하는 구석기시대에 군집사회가 등장했고, 군집사회가 복잡한 형태로 얽히며 부족사회로 발달했다. 혈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두 집단에는 우두머리가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지도자가 등장한 시기는 신석기시대 말 그리고 청동기로 이어지는 시기-소위 문명이 일어난 때로, 인류는 한 곳에 머물며 농경과 목축을 통해 잉여생산이 가능해진다. 잉여생산물의 재분배를 위해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되었다. 지도자는 또한 노동력을 계획, 조직, 관리하는 역할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규범, 사회계층분화 등이 나타났다.

 

  족장사회에 국가는 강력한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점 등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국가는 혈연 기반이 아니라는 점,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무력 위협이 존재한다는 점, 사회적 원인이 아닌 정치경제적 이유로 계층이 분화한다는 점에서 족장사회와 다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강력한 왕권을 가진 왕은 비교적 일찍부터 등장했지만, 유럽은 좀 달랐다. 민주정치를 실현했던 고대그리스 도시국가의 왕권은 제한적이었다. 봉건제도 아래에서 권력은 지방 제후들에게 나눠져 있었다. 또 왕위가 세습되지 않기도 했는데 한때 신성로마제국이나 게르만민족은 왕을 선거를 통해 선출했었다.

 

  유럽에 절대군주가 등장한 것은 봉건제도가 무너진 후 왕에게 권력이 집중된 때부터다. 왕이 직접 세금을 걷고, 지방에 관리를 파견하며, 나라를 지키고 지방의 반란을 막기 위한상비군을 조직은 왕권 강화에 힘을 실어주었고, 왕이 신의 지상 대리자라는 왕권신수설은 왕권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절대왕정, 절대군주제, 절대주의라고 불리는 강력한 왕의 시대는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절대 권력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시민들은 왕좌에서 그들을 끌어내렸다. 이제 대부분의 왕은 사라졌다. 남아있는 왕은 헌법으로 그 권한을 제한 받는 입헌군주나 아무런 권력이 없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세상을 뒤흔들었던 왕들의 삶은 이제 대중들에게는 더없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이번 <아이엠그라운드> 왕 그리고 왕족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1. Your Majesty


[루시] 이번 달 주제는 왕 그리고 왕족들의 이야기입니다. 뭔가 우아하게 시작해야할 것 같은 분위긴데요!

[엠마] 그러게 말입니다. 평소보단 좀 고상하게 이야기해야할 것 같네요.

 

[루시] 로열패밀리는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은 그냥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어요. 또 ‘역사적’ 어떤 사건에 연관되어있기에 거기에서 이야기를 찾기도 쉬운 것 같고요.

 

[엠마] 늘 그 윗분들은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게… 소수잖아요. 그만큼 비밀스럽고, 또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왕이 있는 나라는 왕족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구요.

 

[루시]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왕들도 많아요. 아무래도 대중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많다고 할 수 있겠죠. 그 자신에게 매력이 없다면, 그가 보냈던 시기가 특이하던가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희생양이 되었거나 역사를 만들어냈거나 하는 식으로요.

 

[엠마] 인물이나 그 인물과 밀착된 역사가 흥미로운 경우엔 왕이나 왕족이 극의 중심인물이 되지만, 그냥 역사에 중심을 두는 경우에는 왕과 왕족들이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해요.

 

[루시] 뮤지컬에 등장하는 왕과 왕족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지가 않아요. 게다가 보지 못한 작품도 많고.

 

[엠마] 그럼 이번에는 작품 속 그들의 이야기도 좋지만, 실존 인물들이었으니까 역사 속 그들은 어땠는지 이야기 해보는 건 어떨까요? 때 아닌 역사공부를 하는 셈치고.

 

[루시] 오~ 괜찮은 생각인데요? 먼저 왕과 왕족이 극의 주인공인 경우부터 살펴보도록 해요!

 

 

#2. 비슷한 시대, 비슷한 운명, 전혀 다른 나라

 

[엠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고종과 명성황후에요. 명성황후가 주인공인 작품이 두 작품이나 있었죠? <잃어버린 얼굴>, <명성황후>. 아, 그리고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라스트로얄 패밀리>까지 치면 세 작품이네요.

 

대한제국의 비운의 황후 명성황후


[루시] 명성황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 “내가 조선의 국모다!”예요. 실제론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는 많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워낙 일제의 만행을 한 장면으로 압축해버린 탓인지 대체로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엠마] 네. 극에서 다뤄지는 명성황후는 항상 일제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로 많이 묘사되는 것 되는 편이에요. 또 명성황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비극적 죽음 때문에 극화에 가장 용이한 소재인 것 같아요.

 

[루시] 명성황후랑 비슷한 느낌으로 황후 <엘리자벳>이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많더라고요. 둘 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는데 명성황후는 1895년 10월에, 엘리자벳은 1898년 9월에 사망했어요. 그리고 명성황후는 대한제국의, 엘리자벳 역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첫 번째 황후였어요.

 

[엠마] 오? 정말 신기하네요? 하지만 두 사람이 굉장히 유사한 점에 불구하고 그녀들의 비극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어요. 명성황후의 고통의 원인이 궁밖에 있었다면 엘리자벳의 고통의 원인은 궁 안에 있었던 것이죠. 아, 또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남편이 우유부단했다는 점이 있네요?

 

[루시]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낀 요제프…는 이해가 가는데, 고종은 그런 이미지가 있던가요?

 

[엠마] 역사 문외한인 이과생은- <잃어버린 얼굴> 에서의 고종 이미지를 기억하는데 극에서는 뭐랄까 참 철없고 의지가 안 되는 그런 왕으로 나오죠.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엘리자벳 황후, 루돌프 황태자


[루시] 결국 역사에 남은 것도 후대에 편집된 거니까 정확한 진실이라고 하기엔 뭐한 면이 있죠. 그래서 고종이나 요제프나 실제는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두 남자도 참 기구해요. 요제프의 입장에서는 아내는 살해당하고, 아들은 자살하고. 고종은 나라 빼앗겼고, 아내를 비참하게 잃었고, 또 독살 의혹도 있지 않나요?

 

[엠마] 극에서는 명성황후나 엘리자벳의 시점으로 묘사되어 쉽게 잊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남겨진 왕들이 더 비극적인 것 같기도 해요.

 

[루시] 그거 보면… 뭐랄까 왕도 별거 없는 거 같은? 엘리자벳은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들도 뮤지컬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황태자 루돌프>. 비극은 유전되는 건가요?

 

[엠마] 그러게 말입니다. 루돌프는 자기가 왕이 되어야 한다는 자체가 고통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고종의 딸인 덕혜옹주 이야기도 얼마 전에 뮤지컬로 만들어졌잖아요. 그런데 전 공연도 못 봤고, 덕혜옹주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루시] 어? 그러네요. 덕혜옹주의 삶도 비극 그 자체죠. 고종이 늘그막에 얻은 딸이어서 굉장히 예뻐했대요. 그런데 나중엔 강제로 일본유학도 가고, 일본귀족과 결혼도 하고, 그 사이에 정신병을 앓아요. 결국엔 이혼도 당하고, 하나 있던 딸이 먼저 죽고 그러면서 병이 더 악화되었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63년에 되어서야 귀국하는데 그땐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한 정도로 병세가 심해진 상태였대요.

 

[엠마] 로열패밀리라고 해도 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안락하고, 편한 삶을 사는 거 같진 않네요.

 

 

#3. 마르지 않는 우물 같은 프랑스 왕가의 흥미로운 이야기

 

[루시] 자, 그럼 프랑스로 가 볼까요? 프랑스는 ‘절대왕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에요.

 

[엠마] 프랑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왕은 누가 뭐래도 루이14세죠. ‘짐이 국가다’라는 말로 유명하죠? 이 말은 루이14세가 직접 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튼 절대군주제의 절정의 시기가 루이14세의 시기였다는 건 확실해요.

 

 

[루시] 그리고 루이14세는 프랑스 문화를 굉장히 발전시킨 왕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특히 발레에 애정이 많아서 직접 무용수로 활약했대요. 여담이지만, 당시는 남자무용수만 춤을 출 수 있었어요. 일설에 의하면 작품에서 아폴로 역할을 맡으면서 ‘태양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요. 또 루이14세는 최초의 발레학교를 설립하기도 했어요. 음. 그래서 발레 용어가 프랑스어로 되어있나 봐요?

 

[엠마] 아직 개막하지 않았지만 뮤지컬 <태양왕>이 루이14세의 그런 면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하죠. 무대에서 화려하게 표현할 만한 내용이 많을 것 같아서- 뮤지컬에 잘 어울리는 소재인 것 같아요. 아참 춤추는 루이14세는 영화 <왕의 춤>에서도 볼 수 있어요.

 

[루시] 루이14세는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왕인 것 같아요. 베르사유 궁전을 지은 것도 루이14세. 그리고 되게 장수했어요.

[엠마] 그래요? 왠지 오래 못살았을 것 같은 느낌인데…?

 

[루시] 77살! 유럽의 군주 중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답니다. 반면 루이14세의 아버지인 루이13세는 반면 33살에 죽었어요. 그리고 이분도 뮤지컬에 나왔는데, 뮤지컬 <삼총사>의 왕이 루이 13세 더라구요.

 

[엠마] 리슐리외와 쌍둥이인 왕이 루이 13세라는 거죠? 가면 쓰고 동물 울음만 울지 않나요? 왕은 가면만 쓰고 잠깐 나와서 루이 13세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루시] 정확하게 말하자면 철가면을 쓴 정치범이 알고 보니 왕의 쌍둥이였다는 설정은 뒤마의 <브라쥐롱 자작>이라는 소설에 나와요. 소설에는 루이 14세의 쌍둥이로 설정되어 있고요. 뮤지컬 <삼총사>는 우선 뒤마의 <삼총사>를 바탕으로 왕이 쌍둥이였다는 설정을 갖고 온 거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루이 13세는 리슐리외 추기경을 재상으로 등용해서 국가체제를 정비했다고 합니다.

 

 

[엠마] 프랑스 왕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마리 앙투아네트죠.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도 올해 공연 예정 아닌가요? 하반기에 공연 예정이라는 것만 알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묘사될지가 궁금하네요. 비극적인 여인의 삶에 초점을 맞출지 아니면 <에비타>처럼, 인물에 대한 상반되는 두 평가를 같이 보여줄지.

 

[루시] 저는 마리 앙투아네트 하면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 떠올라요. 거기서 페르젠 백작 멋졌는데. 루이 15세의 정부로 나왔던 여자도 되게 얄미웠던 그런 생각이 나네요. 베르사유의 장미가 앙투아네트를 뜻하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오스칼을 말하는 줄~

 

[엠마] 저는 주제가만 기억나고 내용은 가물가물해요. 나는 장미로 태어난~♪ 이거요. 흠흠. 앙투아네트하면 역시 프랑스혁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죠. 남편인 루이16세와 앙투아네트의 처형이 프랑스혁명을 상징하는 이미지니까요. 당시엔 그녀를 비방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대부분은 확대 해석된 부분이 많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라는 말고 사실은 그녀가 하지 않았다죠.

 

[루시] 프랑스 혁명하니까 그 시기가 배경인 <두 도시 이야기>나 <스칼렛 핌퍼넬>이 떠오르네요. 아! <레미제라블>도요. 그런데 다 시기가 같은 시기는 아니죠?

 

[엠마] 네. 그 이후에 혁명이 몇 번 일어나니까요. <스칼렛 핌퍼넬>은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시대니까- 앙투아네트가 처형된 그 즈음이고요. 이때도 혁명 기간이긴 했습니다만.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혁명 이전부터 초기를 지나 쭉 이야기가 진행되고요. <레미제라블>은 1832년 6월봉기가 배경이라니까,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고 한 50년 지난 후인가… 어렵네요. ㅋㅋ

 

[루시] 어이쿠. 뮤지컬만 열심히 봐도 역사 공부는 되겠는데요? 물론 가공된 이야기와 사실을 잘 구분해야겠지만요.

 

 

#4. 우리 역사 속 왕들

 

[엠마] 앞에서 명성황후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나라의 다른 왕들도 뮤지컬에 많이 등장하죠?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무휼편과 호동편이 공연되었다


[루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바람의 나라>입니다. 전 무휼 편을 봤었는데, 역사극이라고 하기 보단 굉장히 시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좀 어렵기도 했고. 하지만 다른 뮤지컬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이나 음악, 연출 등은 좋았어요. 무휼은 고구려 3대왕인 대무신왕이예요. 주몽의 손자이고, 유리왕의 셋째 아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휼의 첫째 아들이 낙랑공주와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호동이고요.

 

[엠마] 아, 제가 본 <바람의 나라>가 호동과 낙랑공주의 사랑이야기였어요. 근데 둘이 정말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네요. 낙랑공주가 국가의 보물인 자명고를 찢을 정도였으니 사랑했을 거라고 추측은 가능하지만, 두 사람이 혼인을 하게 된 건 낙랑공주의 아버지 최리왕의 일방적 결정이었다니까요. 또 의도적으로 낙랑공주에게 접근했다는 설도 있고요. 정치나 역사 이야기보단 호동과 낙랑공주의 러브스토리에 가까웠어요. 공연의 퀄리티는 아쉬웠지만요.

 

[루시] 호동과 낙랑은 우리나라 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런 비교도 있지 않나요? <바람의 나라>는 만화가 원작이고, 게임이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원소스-멀티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잖아요.

 

두 작품에는 신라시대 두 여왕 선덕여왕과 진성여왕이 등장한다.


[엠마] 원소스 멀티유즈 하니까, <선덕여왕>이나 <대장금>도 떠오르네요. 두 작품 모두 뮤지컬로 보지는 못했지만. 장금이는 뭐 너무 유명하잖아요! 하지만 그 방대한 드라마 속 사실은 중종시대 의녀 장금이 있었다는 정도? 선덕여왕은 신라 최초의 여왕이었죠. 드라마에선 여왕으로써 그녀의 업적보다는 여왕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 미실이라는 여인과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그렸어요. 게다가 비담과의 러브스토리도 있었고요.

 

[루시] 미실하니까 생각나는데, 미실이 화랑의 수장인 풍월주하고 굉장히 관계가 많아요. 외할머니가 1대 풍월주의 딸이었고, 미실의 아버지는 2대 풍월주였대요. 그밖에 남동생, 남편, 아들, 그리고 정인들까지 그녀 주변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풍월주였다는 거~

 

[엠마] 풍월주 하니까 뮤지컬 <풍월주>의 진성여왕이 떠오르네요. 진성여왕은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3명밖에 없는 여왕 중에 한명인데 설명이… 음란하고, 정치를 잘못한 신라 멸망의 원흉. 읭? 진성여왕은 숙부이자 애인이었던 위홍의 죽음 이후에 젊은 미남자들과 문란한 생활을 했대요. 아, 당시는 숙부가 애인인 것이 문제는 아니었답니다. 암튼, 여왕이 자신들의 애인들에게는 벼슬도 나눠주고 그래서 아첨꾼들이 많이 꼬이고, 이로 인해 여왕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대요. 하지만 나중엔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났다고 합니다.

 

[루시] 뮤지컬 속에 진성여왕은 저런 분 아니었을 것 같은데….

 

 

#5. 가상의 왕들

 

[루시] 반면 뮤지컬에서 왕이 나오긴 하지만. 실제의 인물이 아니라 창조한 허구의 인물인 경우도 있어요.

[엠마] 가장 최근작으로 기억나는 건 <해를 품은 달>!

 

[루시] <해품달>! 저는 김수현으로만 기억하고 싶은 왕! 뮤지컬은 보지 못했어요. 기존 왕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왕이 아니었나요? 드라마에서는 뭔가 젊고 섹시한 군주였다능.

 

우리 훤은 훤칠하게 잘 생겨서 훤인가? ㅋㅋㅋㅋ 넝담~


[엠마] 저는 드라마를 못 봤어요. 뮤지컬에서 훤은 세자시절에는 어쩌면 전형적인. 그냥 반항기 많은 세자느낌이었고 왕이 된 후에는 사랑이야기 포커스가 맞춰져서 군주로서의 모습을 보여 줄만한 일이 없었어요. 궁궐의 정치싸움과 암투 속에서 순수한 세자의 사랑이 고통 받는 게 극의 큰 줄거리였으니까.

 

[루시] 뭐 드라마도 왕 보다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남자라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져 있었어요. 비슷한 작품으로 뮤지컬 <궁>이 있죠? <궁>은 현재에도 왕이 있다면…을 가정한 만화에서 출발한 작품이죠. 만화도 흥행, 드라마도 흥행.

 

[엠마] 그건 드라마도, 뮤지컬도 보지 못했어요.

 

[루시] 원작은 만화예요. 저 역시 드라마 밖에 보지 못했는데, 대강 이야기는 현재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 국가라는 가정에서 시작해요. 평범한 여고생인 주인공이 왕세자비가 되요. 근데 둘 다 이 정략결혼을 환영하는 게 아니어서 처음엔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라는 이야기에요. 그 사이에 권력을 잡기 위한 암투 같은 것도 벌어지던가…

 

[엠마] 로열패밀리에 대한 판타지를 다루는 작품이네요. 대중들이 갖는 왕가에 대한 환상을- 만화적으로 풀었군요.

[루시] 네. 확실한 신데렐라스토리고요. 제복을 갖춰 입은… 남자의 매력도 터집니다. 하지만 뮤지컬은 만화나 드라마만큼 흥행하지 못했죠.

 

[엠마] 원작의 인기가 사그라지기 전에 만들어야한다는 강박때문인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들기보단 급하게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는 게 가장 큰 문제 아닐까요?

 

 [루시]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원작을 각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같은데, 드라마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짠! 하고 뮤지컬 공연 소식을 들으면 좀 놀랍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6.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실제 역사가 아니다

 

[루시] 뮤지컬에서 다룬 왕과 왕족들의 이야기는 정치적인 이야기, 역사적 사실보단 팩션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이나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더 추구하는 것 같고.솔직히 정사보단 야사가 훨씬 재미있잖아요?

 

[엠마] 맞아요. 작품 속에서 왕들의 가정사나 개인사가 대중의 호기심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죠.

 

[루시] 그 과정에서 좋게 말하면 미화고 나쁘게 말하면 왜곡인 면도 있고. 어떤 경우엔 분명 허구인데, 인물이 실존인물이다 보니 그 허구마저 실제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엠마] 네. 인물을 다루는 시점도 역사적인 평가를 공정하게 다루기보단 어느 시각에 치우치는-보통 미화-인경우가 많고요. 따라서 뮤지컬을 보면서 역사공부를 하는 건 좋지만 팩트와 픽션을 적절히 구분해야한다! 사실 우리가 이야기한 것 중에 잘못된 사실이 있을 수도 있고요….

 

[루시] 마지막으로 뮤지컬로 만들어보고 싶은 왕 있나요? 전 로마의 광기어린 황제들을 뮤지컬로 만들면 굉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무대에 불 지르고! 장미꽃을 막 객석에 날리고… 으하하하하…

 

[엠마] 그건 제작비 오버로 기획 단계에서 차단당할 거 같은데요? -_-

 


글. 최영현 기자(snow7wons@gmail.com)

박초희 기자(bono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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