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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ONE MORE TIME

괴물과 인간의 의미, <프랑켄슈타인> 누가 더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지 주변 사람들과 내기해 본적이 있는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루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이런 내기로부터 하나의 ‘고전’이 탄생했다면 어떨까? 메리 셸리의 소설, 이 바로 그렇게 탄생했다. 과학소설이나 환상소설, 여성주의 소설의 대표작으로도 꼽히는 은, 숱한 수식어처럼 하나의 작품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로 읽힐 수 있는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만큼 속의 인물들은 다층적이다. 원작은 액자식구조로 북극으로 항해를 떠나는 월튼이 자신의 누나에게 편지를 쓰며 그가 듣고 경험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월튼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전하듯, 빅터는 북극 항해를 꿈꾸는 월튼을 변호한다. 메리 셸리는 항해를 통한 영토 확장을 꿈꾸는 일과 과학기술을.. 더보기
숙명을 짊어진 영혼들의 노래 <노트르담 드 파리> 세상은 가장 ‘추하다’고 낙인찍었지만, 그 무엇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노틀담 성당의 벽에 새겨진 ‘숙명’이라는 단어를 보고 영감을 얻어 탄생시킨 고통에 가득 찬 영혼. 오랜 세월 노틀담 성당의 종지기로 책에서, 영화에서, 무대에서 다시 살아나는 콰지모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각자가 짊어진 숙명에 때론 순응하고 맞서며 살아가는, 고통에 찬 영혼을 울리는 작품, 뮤지컬 는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482년의 노틀담은, 사랑과 욕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무대 위를 가득 채우는 다채로운 조명과 대사 없이 이어지는 50여곡의 넘버는 선택과 오해 속에 던져진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집시로 평생 떠돌며 살아갈 운명을 짊어진 에스메랄다에게.. 더보기
비겁함과 죽음, 배신과 사랑의 화해 <그와 그녀의 목요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남자와 여자. 서로를 모르고 지내온 시간보다 알고 지내온 시간이 더 많은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돌아왔다. 앵콜 공연 중인 연극 에 대한 이야기다. 샤를르와 룰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마리 카르디날의 에 등장하는 그 샤를르와 룰라. 책 속에서 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만나고, 토론하고, 다투고, 다시 사랑한다. 소설은 그들이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을 교차하며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과거의 추억들, 지난 40년간 샤를르와 룰라가 지나온 갈등과 선택의 기로들을 보여준다. 비겁함, 역사, 내일, 자유·평등·형제애, 새로움, 방랑자들. 그들이 정했던 주제들이다. 샤를.. 더보기
열정적이고 강렬한 사랑의 비극 <베르테르> “그녀는 더없이 영민한가 하면 순진하고, 강인하면서도 심성이 착하고, 생기 가득하고 활동적이면서도 영혼의 평온을 유지하고 있네. 내가 그녀에 관해 무슨 말을 하든 모두 하찮은 수다에 불과하고, 그녀의 참 모습을 온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추상적 개념에 지나지 않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中 - 주위의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처럼 묘사하며 ‘천사 같은, 완벽한 존재’라고 찬사를 보낸다면, 다소 난감하거나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열정적이고 저돌적인 사랑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행위로 평가받는 요즘, 적당히 ‘쿨한’ 사랑이 환영받는 현실과는 다르게 뜨겁고, 격렬하고, 휘몰아치는 사랑 끝에, 그 사랑 때문에 파멸로 치달았던 청년의 이야기, 「베르테르」가 겨울을 물들이고 있다. 소설 속에서 베르테르는, .. 더보기
연애의 끝에서 기다리는 것 <연애시대> 사산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아파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를 놓아주고도 잊지 못하는 남자가 있다. 연애, 결혼, 사산……이혼 후에도 서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연인, ‘에토 하루’와 ‘하야세 리이치로’의 끝나지 않은 ‘연애시대’가 연극으로 다시 찾아왔다. 무대 곳곳에 그려진 붉은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강렬한 인연, 연인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를 사산 하던 날 곁에 있어주지 않은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결별을 결심한 하루와 자신의 곁에서 불행해지기만 하는 아내를 위해 이혼서류를 작성한 리이치로는 이혼 후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며 만남을 지속한다. 무대 위의 소품들은 시시각각 그 모습을 바꾸면서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헤어진 후에도 함께 아침을 먹으며 근황을.. 더보기
떠돎과 한恨의 소리 <서편제> “MUSICAL, ONE MORE TIME-원작을 모아 보는 시간-”은, 다양한 원작을 가진 공연작품을 그 원작과 함께 읽어보며 지난 공연의 재미와 의미를 되새겨보는 코너다. 첫 번째 작품으로 이청준의 소설 와 창극 를 살펴보려 한다. 사진 출처ⓒ 국립극장 공식 블로그 우리 고유의 정서에 대해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한恨의 정서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한의 정서인가? 한을 쌓는다는 것, 푼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모두 갖춘 책이 있다. 영화와 뮤지컬을 거쳐, 지난 추석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온 창극 의 원작인, 이청준 작가의 연작 소설 이다. 소설은 서로 다른 5개의 제목을 가진 연작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의 정서와 관련된 한 가족의 슬픈 ‘소리’ 들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