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r's Talk 뮤지컬 그날들
관람일 : 2013. 4. 9.
cast : 오만석, 최재웅, 방진의, 서현철, 김산호, 정순원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한 음악 김광석, 20년의 세월을 오가는 그날들.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다>
김광석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이 시작되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장점은 검증된 곡이 이미 완성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칫하면 가사에 끼워 맞춘 억지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들’은 놀라운 짜임새와 완성도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2012년, 경호원 대식과 함께 사라진 대통령의 딸 하나. 1992년 그 날, 갑자기 사라진 그녀와 무영.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 여전히 존재하는 정학을 중심으로 20년의 간격을 둔 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오늘과 그날, 닮은 듯 다른 상황이 얼기설기 엮여 전개되고, 정학은 안경 하나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지만 그 흐름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와 무영에 비해 하나와 대식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무게감이 한쪽으로 기울지만, 1등의 그림자에 가려진 2등 정학과 하나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가 꽤 묵직하다. ‘그날들’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음악의 감성을 벗어나 가사를 중심으로 개편하여 기존 감성과 전혀 다른 상황과 장면으로 관객을 이끈다. 해체되고 분해 된 곡 <내 사람이여>, 유머로 변한 <기다려줘>, 가벼워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한 곡의 노래로 정학과 무영의 상반된 감정을 연출하는 <먼지가 되어> 등 ‘이 노래, 이 가사가 이런 상황에도 어울릴 수 있구나’하는 반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광석 노래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 한 안무도 인상적이다. 경호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술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훈련과 격투 장면은 무술 동작을 이용한 무용으로 표현하는데 그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특히 남성 앙상블 배우들의 안무는 정확한 박자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등을 연출해온 장유정 연출의 탁월한 연출로 대극장에서 소극장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김광석’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날들’의 제작 소식을 듣고 가장 기대했던 것과 우려했던 것은 ‘김광석’ 그 자체였다. 김광석을 알지 못하는 세대도, 김광석을 이제 막 접한 세대도, 김광석을 추억하는 세대도 모두 음악에 젖어들게 만드는 음악 자체가 가진 강한 힘. 그의 음악을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을 수많은 관객. 대중이 사랑하고 기대하는 김광석의 음악은 통기타와 잘 어우러지는 담백함과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 일 것이다. 그런데 김광석의 음악을 대극장 규모로 편곡하고, 상황과 감정을 노랫말과 목소리로 표현하는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 과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날들’은 앙상블 배우들의 합창을 화려한 화음으로 치장하지 않고, 하나의 목소리로 강약을 조절하며 깊이 있는 감정을 보여주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몇몇 곡은 가사만 남기고 완전히 분해되고 해체되었고, 두 곡을 자연스럽게 섞어 대화를 이끌기도 했다. 이는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과 놀라움으로, 어떤 이에게는 실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최근 장유정 연출은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은 콘서트가 아닌 뮤지컬을 보러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연 전 ‘김광석’에 집중하기보다 ‘그날들’이라는 작품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김광석을 빼고 극 자체에 기대를 하더라도 공연에 만족하며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영상과 무대의 효과적인 사용>
조명이 꺼지고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으로 기대감이 고조됨과 동시에 무대는 커다란 스크린이 된다. 수묵화로 만들어진 백악산(북악산)을 뛰어다며 청와대로 관객을 끌어당기다가 깨지는 유리창. 마치 3D 영화를 보는듯한 강렬한 도입부였다. 곧이어 등장하는 청와대의 행사장은 꽉 찬 영상과 대조적으로 허전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 학교, 백악산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영상과 회전하는 무대를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일반적인 커튼으로 무대를 가리고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발’을 연상시키는 투명한 커튼으로 두 시대를 구분하거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여 관객에게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학로 뮤지컬 센터>
‘그날들’은 개막 직전, 건물주와 시공사의 고래싸움에 개막이 불가능할 지도 모르는 어이없는 상황에 놓였었다. 건물주가 시공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시공사 측에서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며 대극장 출입을 전면 봉쇄한 것이다. 무대 셋업 중이던 스텝들은 건물 안에 갇혀 작품 준비를 해야 했고, 배우들은 리허설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당시 상황으로는 개막 당일 관객과 배우가 극장에 출입하는 것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다행히, 아니 당연히, 제작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긴급하게 신청한 ‘공연방해금지가처분신청’에서 ‘그날들’이 승소했다. 개막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수많은 관객의 관심과 비용이 집중된 공연을 볼모로 협상을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시도였다. 공연장에 찾아가기 전 이미 공연장에 마음이 닫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연장은 객관적으로 봐도 실망스러웠다. 1층 티켓박스는 아직 공사 중인 것 같았고,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중간 중간 붙어있는 A4 용지의 화살표가 아니면 찾기 힘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지하 로비는 너무 좁았다.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 세워진 캐스트 정보와 포토존에 서있는 사람들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도 힘겨웠고, 좁은 로비를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대극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규모는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과 비슷했다. 공연장의 단차나 간격은 나쁘지 않았지만, OP석에 우뚝 솟은 음악감독과 음악감독을 비추는 조명은 시야에 방해가 된다.
<Tip>
다양한 캐스트로 관객을 기다리는 뮤지컬 ‘그날들’. 어떤 배우로 봐야할지 고민이라면 배우들이 부르는 김광석의 노래를 상상해 볼 것. 정학은 ‘이등병의 편지’, ‘그날들’. 무영은 ‘사랑했지만’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듯.
뮤지컬 [그날들]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일시 : 2013. 4. 4. ~ 2013. 6. 30.
Musical Public Review
Email : musicalpubli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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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브로드웨이 보다 웨스트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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